아침부터 새벽까지 열심히 일해도 하루 하루 근근히 버티고 있습니다. 문닫지 않고 장사 하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합니다. 제가 사는 곳에는 대형마트가 있어서 시장이나 동네 슈퍼 등은 더욱 장사가 안되어 힘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담배를 사러 주러 가는 동네 슈퍼에 달력이 3개씩이나 달려 있어서 늘 이상하다 해서 눈여겨 봐왔는데, 아저씨께 어젠 그 까닭을 한번 물어봤습니다.
"아저씨! 왜 달력을 3개씩이나 달아 놨어요?" 그랬더니 슈퍼아저씨 왈,
"아 그거요? 여기 교회, 절, 성당이 다 있잖아요. 종교별로 필요한 물품을 미리 미리 준비해 놓아야 장사 하죠. 안그러면 이 슈퍼도 못해 먹어요. 다음 달이 성탄절이니 크리스마스 카드와 트리물품을 준비해야죠. 부활절은 계란이 많이 팔려서 미리 안갖다 놓으면 못 팔아 먹어요. 이것도..."
동네 조그만 슈퍼아저씨도 이런 생각을 하며 장사할 정도로 경기가 안좋은 것인지, 아니면 아저씨의 장사 수완이 기발한 것인지 모르겠다. 어쨋든 늘 담배를 사러 가면서 궁금해하던 달력 3개에 대한 의문점이 풀렸지만, 경기가 안좋아 저런 생각까지 하게된 것 같아 뒷맛은 씁쓸하다.
(슈퍼 아저씨는 "경기가 너무 안좋아 큰 일"이라며 IMF때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대형마트에 손님을 다 빼앗겨 근근히 버티고 있는 동네 슈퍼. 손님이 없어 언제 문닫을지 모른다고 한다.)
슈퍼아저씨는 IMF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뒤 퇴직금을 다 털어서 슈퍼를 시작하했다고 합니다. 지난 10년간 그럭 저럭 밥은 먹고 살았는데, 요즘은 밥 먹고 살기도 힘들다고 합니다. 아침 5시부터 저녁 12시까지 아내와 교대로 슈퍼를 운영하지만 힘만 들지, 수익이 얼마 안남아 이것도 이젠 그만 두고 싶다고 합니다. 한달에 200여만원 남짓 남기 때문에 아내와 둘이 월 100만원 정도 수익인데, 힘든 것에 비하면 너무 적은 수입이라며 대학생 자녀들 학비와 생활비로 매달 적자 가계라 합니다.
달력을 3개씩이나 걸어놓으며 물건 하나라도 더 팔려는 슈퍼아저씨의 노력을 보면서 저는 조금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떤 일을 하던 열심히 일하는 슈퍼아저씨를 생각하면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빨리 경기가 좋아져서 동네 구멍가게도 손님들이 북적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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