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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돋보기

동네 구멍가게에 달력 3개가 걸린 까닭은?

by 카푸리 2008.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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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기가 안좋아 자영업자들이 살기 힘들다고 합니다.
아침부터 새벽까지 열심히 일해도 하루 하루 근근히 버티고 있습니다. 문닫지 않고 장사 하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합니다. 제가 사는 곳에는 대형마트가 있어서 시장이나 동네 슈퍼 등은 더욱 장사가 안되어 힘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담배를 사러 주러 가는 동네 슈퍼에 달력이 3개씩이나 달려 있어서 늘 이상하다 해서 눈여겨 봐왔는데, 아저씨께 어젠 그 까닭을 한번 물어봤습니다.

"아저씨! 왜 달력을 3개씩이나 달아 놨어요?" 그랬더니 슈퍼아저씨 왈,

"아 그거요? 여기 교회, 절, 성당이 다 있잖아요. 종교별로 필요한 물품을 미리 미리 준비해 놓아야 장사 하죠. 안그러면 이 슈퍼도 못해 먹어요. 다음 달이 성탄절이니 크리스마스 카드와 트리물품을 준비해야죠. 부활절은 계란이 많이 팔려서 미리 안갖다 놓으면 못 팔아 먹어요. 이것도..."

동네 조그만 슈퍼아저씨도 이런 생각을 하며 장사할 정도로 경기가 안좋은 것인지, 아니면 아저씨의 장사 수완이 기발한 것인지 모르겠다. 어쨋든 늘 담배를 사러 가면서 궁금해하던 달력 3개에 대한 의문점이 풀렸지만, 경기가 안좋아 저런 생각까지 하게된 것 같아 뒷맛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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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동네 슈퍼에 불경기 탓에 나란히 걸려있는 기독교, 천주교, 불교 달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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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아저씨는 "경기가 너무 안좋아 큰 일"이라며 IMF때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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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에 손님을 다 빼앗겨 근근히 버티고 있는 동네 슈퍼. 손님이 없어 언제 문닫을지 모른다고 한다.)

슈퍼아저씨는 IMF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뒤 퇴직금을 다 털어서 슈퍼를 시작하했다고 합니다. 지난 10년간 그럭 저럭 밥은 먹고 살았는데, 요즘은 밥 먹고 살기도 힘들다고 합니다. 아침 5시부터 저녁 12시까지 아내와 교대로 슈퍼를 운영하지만 힘만 들지, 수익이 얼마 안남아 이것도 이젠 그만 두고 싶다고 합니다. 한달에 200여만원 남짓 남기 때문에 아내와 둘이 월 100만원 정도 수익인데, 힘든 것에 비하면 너무 적은 수입이라며 대학생 자녀들 학비와 생활비로 매달 적자 가계라 합니다.

달력을 3개씩이나 걸어놓으며 물건 하나라도 더 팔려는 슈퍼아저씨의 노력을 보면서 저는 조금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떤 일을 하던 열심히 일하는 슈퍼아저씨를 생각하면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빨리 경기가 좋아져서 동네 구멍가게도 손님들이 북적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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