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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1박2일, 남극 재도전을 응원하는 이유

by 카푸리 2010.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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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가 진화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에서 야외로 벗어난 예능이 이제 극지까지 도전하고 있습니다. ‘무한도전’이 알래스카 특집을 방송하는가 하면 ‘1박2일’은 남극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칠레 지진으로 아쉽게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3년전 강호동이 야외취침중이던 텐트속에서 김C에게 ‘남극은 어떤 곳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위해 실제로 남극행을 추진했지만 칠레의 국가비상사태 선포 등으로 벽에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제작진은 남극행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어제 ‘1박2일’ 강화도편 말미에 남극행 취소문제가 방송됐습니다. 강호동 등 맴버들은 제작진의 연락을 받고 KBS본관 대회의실에 모였습니다. 나영석PD는 그동안 추진해왔던 남극 프로젝트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만약 남극행이 연기되지 않았다면 3월 9일 맴버들과 스탭진은 남극으로 출발했을 것입니다. 이미 뉴스를 통해 밝혀진 바와 같이 칠레는 지진으로 천 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이재민만 해도 2백만 명을 넘어선 국가 대재앙이 발생했습니다. 남극 세종기지를 가기 위해서는 파리를 경유해서 산티아고, 푼타라에나스를 거쳐서 가야하는데, 최종 집결지인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가 지진으로 출연자와 제작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어 부득이하게 다음으로 미룰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1박2일’의 남극 재도전을 두고 세금 낭비, 위험요소 산재 등을 이유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습니다. 예능 프로가 탐험 프로도 아닌데, 굳이 남극까지 갈 필요가 있냐는 겁니다. 또한 굳이 남극까지 가지 않더라도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를 찾아 충분히 재미와 웃음을 줄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어제 나영석PD는 무기한 연기된 남극 프로젝트를 재추진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남극행은 무모한 도전일까요?
남극 세종기지는 우리 나라 월동대원들이 연구와 기지보수를 위해 1년간 남극의 긴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무려 1만 7천km나 떨어진 곳이라 가족들과도 1년간 만날 수 없습니다. ‘1박2일’은 세종기지에서 묵묵히 국가를 위해 일하고 있는 대원들에게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남극행을 추진할 때 촬영장비 수송편에 가족들의 사연이 담긴 사진과 편지 등을 끼워서 전해주려 했는데, 안타깝게 전해주지 못했습니다. 어제 세종기지 대원들과의 화상통화로 전하지 못한 가족들의 편지와 사진들을 보여주었는데, 머나먼 타국에서 고생하는 대원들 모습이 가슴이 찡했습니다. 가족들이 보내려 했던 박스에는 ‘아빠 보고 싶어요, 얼른 오세요. 펭귄도 데려오세요’라는 글도 보이고,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입술을 찍은 편지도 있었습니다. 어린 딸과 떨어져 지내는 여자 대원의 애틋한 사랑, 그리고 아내, 자녀들을 보고 싶어하는 대원들의 표정을 보고 ‘1박2일’이 왜 남극행을 추진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1박2일'은 정(情)이 묻어나는 프로니까요.


6개월 넘게 추진해온 남극 프로젝트는 일단 취소됐습니다. 그러나 다시 남극행을 추진하겠다는 제작진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예능 프로라고 해서 꼭 촬영지를 국내로 한정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입니다. 이미 지난해 ‘무한도전’은 봅슬레이 특집을 하면서 일본 현지에서 ‘무도’ 맴버들이 봅슬레이 국가대표 선발전에 직접 참여해서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1박2일’의 남극행은 단순히 예능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어제 나영석PD가 밝혔듯이 머나 먼 극지에서 고생하는 세종기지 사람들을 격려하고, 강호동 등 출연자들이 남극에 가는 그 자체로 시청자들에게 도전 의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예능의 본질은 재미와 웃음을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감동을 전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예능 프로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1박2일’의 남극행은 예능 사상 최초로 남극을 방문한다는 선언적인 의미보다 예능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다는데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남극하면 국내외 방송사에서 탐험 프로그램을 자주 제작했지만 예능 프로 제작을 위해 연예인들이 방문하는 것은 우리 방송사에서 처음입니다. 스튜디오를 벗어난 예능이 이제 극지까지 촬영 범위를 넓히는 것은 예능에 더 이상의 한계가 없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또한 ‘1박2일’의 남극행은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남극의 빙하가 점점 녹아내리고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환경오염에 대한 심각성을 일깨워줄 수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입니다. 매년 반복되는 집중호우 등 기상 이변도 지구를 오염시킨 데 따른 댓가입니다. 이런 시사적인 문제까지 다룬다는 것은 예능프로의 범주를 벗어난 듯 하지만 요즘 예능은 사회 현실에 대한 풍자가 유행이기 때문에 환경오염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시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3월 9일 출발했더라면 출연자와 스태프들이 묵은 호텔이 지진으로 파손이 됐기 때문에 큰 화를 당할 뻔 했습니다. 그나마 이렇게 취소된 것은 다행이지만 출연자 일정조정 등 6개월 이상 준비한 것을 제작진은 무척 아쉽게 생각했습니다. 남극행을 위해 카메라도 풀HD로 교체하는 등 과감한 장비 투자를 했고, 이 카메라로 남극의 아름다운 풍경을 그대로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세종기지 대원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의 고생을 국민들에게 알리려 했습니다. 준비가 치밀했던 만큼 취소로 인한 아쉬움도 크지만 제작진이 재도전을 선언했기 때문에 ‘1박2일’의 남극행은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예능의 한계를 뛰어넘는 ‘1박2일’의 남극행 재도전에 뜨거운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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