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 술자리에서 가장 많이 하는 대화가 군대와 축구 얘기라죠. 그런데 요즘은 축구만큼 족구 얘기도 많이 합니다. 군대 시절 초코파이나 만두를 걸어놓고 분대 대항 족구경기를 하는 재미는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추억입니다. 직장에서 체육대회를 할 때는 옛날 군대 시절 족구실력을 보여주겠다고 잔뜩 벼르고 족구장에 나서지만 생각대로 잘 되질 않습니다. 몸이 말을 듣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제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개발' 이순재가 떴습니다. 여기서 여성분들을 위해 '개발'에 대해 잠깐 설명드리죠. '개발'이란 족구경기에서 공을 차려다가 헛발질을 하거나 어쩌다 공을 맞추더라고 이상한 방향으로 공을 보내는 형편없는 실력을 가진 사람을 말합니다. 반대로 족구를 신기에 가까울 정도로 잘하는 사람을 '족사마'라고 부릅니다. 어제 이순재는 '개발'이 되고 정보석은 '족사마'가 되었습니다.


족구경기를 앞두고 이순재는 직원들과 연습을 하는데요, 대회 규정상 대표이사는 꼭 선수로 나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연습장에 나타난 정보석을 보고 이순재가 탐탁치 않게 생각합니다. 뭐 하나 잘하는게 없기 때문이죠. 이순재가 정보석에게 '족구 잘하냐'고 물으니 정보석은 '해본 적이 없어서 잘...'이라고 말끝을 흐리자, 이순재는 '네가 뭘 잘하는게 있겠냐'며 핀잔을 줍니다. 그러면서 앞에서 설치지 말고 뒤에서 공이 오면 무조건 자기에 달라고 합니다. 이순재는 공격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봉원이 족구좀 하셨나고 묻자, 선수시절 별명이 '이족구'였다며 으시대기까지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이렇게 해서 최전방 공격수는 이순재, 수비는 정보석이 했는데 연습을 시작하자 마자 이순재의 개발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이봉원은 너무 세게 차지 말라며 충고를 합니다. 그러나 이순재의 개발은 멈출줄 모릅니다. 그러다 정보석이 어쩌다 온 볼을 공격하는데 범상치 않은 실력입니다. 이순재는 어쩌다 개발에 걸린 볼 가지고 그러냐며 정보석의 실력을 무시하지만 정보석의 실력은 범상치 않았습니다.

드디어 직장 대항 족구경기에 출전한 이순재F&B팀은 의욕만 앞선 이순재가 공격 지점에서 '개발'을 마음껏 휘두르는 바람에 상대팀에게 패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러자 뒤에서 수비를 보던 정보석이 공격을 하겠다고 나섭니다. 이순재는 네가 뭘하겠느냐고 했지만 정보석의 공격이 잇따라 성공하자, 직원들은 공격을 바꿔보자고 합니다.
여기에  상대팀은 공만 가면 점수로 연결되는 이순재를 두고 '구멍'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순재쪽으로 공격하라고 합니다. 여기서 또 여성분들을 위해 '구멍'의 뜻을 설명드리자면, 헛점이 많은 선수 혹은 실수를 많이 하는 선수를 말합니다. 상대팀에서 이순재를 구멍이라고 부르자, 이순재는 자존심이 구겨질 대로 구겨졌습니다. 1세트를 내주자 정보석은 이순재에게 '뒤로 빠지세요'라며 수비를 보라고 합니다. 이순재는 왜 내가 뒤로 가느냐고 하지만 직원들이 시합에 이겨야 한다며 뒤로 가야한다고 하자, 할 수 없이 수비로 물러 났습니다.


그런데 정보석이 공격으로 나서자 전세가 완전히 뒤바뀝니다. 그동안 이순재에게 구박만 받고 기죽어 지내던 정보석이 나타나 박지성을 능가하는 족구 실력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순재가 연거푸 실수를 하는 반면 정보석의 강한 발리킥이 잇따라 성공하자, 직원들은 이순재사장을 수비를 보게 하고 정보석을 공격진에 투입했습니다. 공격진에 선 정보석은 마치 물만난 고기였습니다.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려 패배 위기에서 팀을 결승까지 진출시켰습니다. 직원들은 정보석을 두고 '족사마'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대신 이순재사장은 공격에서 수비로 물러나며 정보석에 굴욕을 당했습니다.

이제 드디어 결승인데요, 정보석은 이순재를 구멍이라며 아예 처음부터  수비를 보게 하고, 정보석이 공격에 나섭니다. 정보석은 수비쪽으로 간 이순재를 아예 경기장 밖으로 나가도록 해서 다른 선수가 대신 공을 받게 할 작정입니다. 이순재를 허수아비 취급하는 것이죠. 이렇게 포지션을 정한 후 정보석이 공격으로 나서자 양팀은 일진 일퇴의 공방을 벌입니다. 상대팀이 한 점을 내면 이순재F&B가 한 점을 따라가는 형국입니다. 그러나 수비진영으로 간 이순재의 실수는 계속됐습니다. 그러나 정보석은 이순재사장에게 경기장 밖에서 있으라고 하고, 공이 오면 무조건 피해 구대리가 대신 받게 하라고 했습니다. 이순재로서는 정보석에게 굴욕을 당한 것입니다. 그래도 실력이 없으니 어쩔 수 있나요?


열띤 공방을 펼치고 있는데, 드디어 모처럼 만에 이순재에게 공이 갔습니다. 그러자 이순재는 공을 받을 생각도 없이 잽싸게 피해버렸습니다. 당연히 점수를 잃었죠. 정보석은 화가나서 이순재에게 거칠게 쏘아붙입니다. "아버님, 공을 피하라고 해서 정면으로 오는 공마저 피하면 어떡해요? 생각을 좀 하면서 경기를 하세요. 머리를 써서 하란 말이에요"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인데요. 네 그래요, 바로 이순재가 정보석이 일을 잘 하지 못할 때마다 꾸짖던 말입니다. 정보석은 족구를 하면서 이순재에게 구박받던 것을 그대로 갚아준 것입니다. 이순재로서는 직원들이 보고 있으니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요.

박빙의 승부끝에 정보석의 환상적인 공중 발리킥이 잇따라 작렬하면서 드디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우승을 차지하자, 직원들은 이순재사장을 헹가레 치는 게 아니라 정보석 부사장을 헹가레 치면서 우승기쁨을 만끽했습니다. 그리고 정보석은 '족사마'로 등극하며 체육대회 최고의 영웅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장인 이순재에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살다가 족구 하이킥 한방에 모두 날려버렸습니다.


정보석은 이제야 인생이 꽃피우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족구대회 환상에 너무 젖어있었나요? 다음 날 거래처 사람들과 중요한 물품 계약 미팅을 하던중 잠시 졸던 정보석은 꿈에 족구 경기를 하던 모습이 나타나 그대로 발리킥을 작렬시켰는데, 그 발이 그만 거래처 사람의 얼굴을 맞추고 말았습니다. 이순재의 호통속에 잠이 깬 정보석은 직장대항 족구대회 우승이 한 여름밤의 꿈처럼 느껴졌습니다. 정보석의 독백처럼 족구경기 우승후 인생이 꽃필줄 알았지만 그건 착각이었습니다. 족구는 족구였고, 현실은 현실이었습니다. 현실로 돌아온 정보석의 일상은 옛날과 다를바가 없었습니다.

이순재는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야동순재'로 인기를 끌었고, <지붕뚫고 하이킥>에서는 방귀순재, 닭살순재 등 끊임없이 캐릭터를 만들고 있습니다. 나이에 비해 의욕만 앞세우며 족구경기를 하다가 정보석에게 개발 소리를 들었으니 또 하나의 닉네임 '개발순재'가 태어났습니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황정음이 떡실신녀로, 신세경이 청순 글래머로, 정해리가 빵꾸똥꾸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원년 맴버 이순재가 <지붕뚫고 하이킥>을 든든히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순재의 캐릭터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어떤 연기든 나이와 관계없이 최선을 다하는 그의 연기철학 때문입니다.

Posted by 카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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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이킥, 저번편도 그렇지만
    이번편도 재미있는 별명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네요^^

  2. 본문중에 신신애가 빵꾸똥꾸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셨습니다만 그 언어를 구사하는 것은 정보석의 딸 정해리아닌가요 ?

  3. 아ㅋㅋㅋㅋ어제꺼 못봤는데 꼭 챙겨봐야겠어요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