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선덕여왕>이 6회밖에 남지 않았네요. 남은 회중 하이라이트는 역시 비담의 난이겠죠. 제작진이 비담의 난을 어떻게 그릴지 모르지만 이번 주는 비담이 난을 일으킬 조짐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덕만을 연모하던 비담은 대야성이 공격받는다는 사실을 알고도 유신을 궁지에 몰아넣다가 신국이 위기에 빠졌습니다. 덕만으로서는 연모를 포기하고 신국이라는 대의를 함께하는 유신이 믿음직스러울 수 밖에 없어요. 비담은 자신의 연모를 받아주지 않는다고 덕만에게 떼를 쓰는 듯이 보였는데, 지금까지 보여주던 비담의 모습과는 너무 다르네요. 한마디로 이제 다크비담화가 본격화되는 듯 하네요.

어제 56회에 엔딩장면을 보다가 시청자들이 깜짝 놀란 장면이 있었지요. 덕만이 춘추에게 ‘비담을 척살하라’고 한 서찰인데요. ‘척살’ 하니까 생각나는 게 있네요. 바로 진흥제가 설원랑에게 준 빨간 봉투 속의 칙서인데요. 이 서찰 내용이 무엇인가를 두고 제작진이 떡밥으로 던졌었죠. 진흥제의 칙서내용은 ‘미실을 척살하라’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비담도 미실의 운명을 그대로 따라가는 건지 왠 척살? 그리고 지금 비담은 난을 일으킬 조짐도 보이지 않았는데, 다음주에 벌써 척살하라는 칙서를 내렸다면 벌써 비담의 난이 전개된 건가요? 뭐 제작진이 이런 저런 생각 다 들도록 하네요.


그러면 비담이 덕만에게 보낸 맹약서의 의미는 무엇이며, 덕만은 춘추에게 왜 비담을 척살하라고 했을까요? 이 문제는 덕만의 사후와 관계가 있어요. 55회에서 덕만은 손을 떠는 등 나약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제 자신의 사후에 신국의 안위를 위해 대비하는 것이죠. 그래서 가야세력을 춘추의 휘하에 두게 하는 등 후계체제도 하나씩 정리를 하고 있어요. 덕만은 자신이 죽은 후에 미실을 닮은 비담이 권력 욕심에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비담은 미실의 피를 이어받았고, 설원공은 죽었어도 미실측 잔당들이 언제 어떻게 권력 회복을 위해 준동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예고편에 나온 맹약서(盟約書) 원글과 그 뜻을 살펴보겠습니다.

盟約書 [맹약서]
         
陛下離宮之日吾(폐하리궁지일오) 毗曇不關朝廷之(비담부관조정지)
政務而侍陛下(정무이시폐하) 盡命 矣(진명 의)

上大等  毗曇  (상대등 비담)


맹약서의 뜻을 해석해 보면 "폐하가 궁을 떠나면 비담도 정무에서 손을 떼고 폐하의 명을 따르겠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왜 폐하가 떠나고, 비담은 왜 정무에서 손을 떼나요? 상장군으로 다시 임명된 유신은 다음주에 백제와의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두고 복귀할 것입니다. 신라를 위기에서 구한 유신에게 상대적으로 권력이 집중되자, 덕만은 비담을 신라의 최고 관직인 상대등에 임명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냉정하게 대했던 비담에게 진심, 즉 애정모드를 아래와 같이 조금 보여주지 않을까요?

”진심으로 비담 너를 사랑했다. 그런데 여왕이다 보니 마음을 드러내지 못했을 뿐이다. 비록 혼인을 하진 못했어도 너와 혼인한 바와 같다. 앞으로 내가 살아서든 죽어서든 너와 함께 하고 싶다.“

신라를 위기에 처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등에 임명해 준 덕만에게 비담은 당연히 충성을 맹세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비담은 덕만에게 충성의 뜻이 담긴 '맹약서'를 써준 것이지요. 덕만은 비담이 쓴 맹약서를 춘추에게 건네줄 것입니다. 왜 춘추에게 줄까요? 맹약서를 가지고 있다가 비담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그때 덕만이 써준 칙서를 근거로 비담을 척살하라는 것이지요. 덕만은 병을 앓다가 죽게 될 것인데, 이렇게 되면 비담은 연모의 대상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연모의 대상이 없어진 비담은 덕만 대신에 직접 신국을 갖겠다고 할지 모르기 때문에 덕만은 '비담의 연모가 두렵다'고 한 것입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비담은 생모 미실과 똑같이 칙서의 운명을 안고 가네요. 비담이 그 칙서를 덕만이 죽은 후에 알게될 지, 아니면 덕만이 죽기전에 알게될 지 모르지만, 비담이 자신을 척살하라는 칙서를 알게되면 당연히 배신감을 느껴 ‘비담의 난’을 일으키겠죠. 제작진은 비담이 정변을 일으킬 만한 구실을 찾다가 시청자들을 궁금하게 했던 ‘진흥제 칙서’ 떡밥크리를 다시 한번 재탕하고 있는 겁니다.

어쨌든 생모 미실도 '척살'인데, 비담도 '척살'이라니 엔딩 장면을 보고 처음에는 깜짝 놀랐는데, 덕만이가 자신의 사후를 위해 비담을 상대등 관직에 임명하면서 끌어안고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또한 덕만이 죽었을 때 비담은 미실이 남긴 유훈에 따라 행동할지 모르기 때문에 덕만은 자신이 죽기전에 비담의 돌출행동을 막기 위한 견제장치로 진흥제처럼 비밀칙서를 남긴 것이 아닐까요?

Posted by 카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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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냥지나가던.. 2009.12.02 11:02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저...그냥 지나가다 잘읽고 갑니다.
    저..제가 글을 읽다 의문 점이 있어서..
    선덕이 손을 떤것은 병약한 것이 아니라..
    어렸을때 부터 무서우면 손을 떠는 버릇이 있었는데요.
    쌍둥이였던 천명도 그리하였었지요..
    금성산 요새를 구축하였지만 무너지고
    압량주까지 위험하자 서라벌까지 백제가 진격하여 오고
    자신에게 주어진 선대 왕들의 신국을 지키라는 뜻을
    지키지 못할까 두려웠던것이지요.

    그리고 유신이 상대등에 제수된게 아니라
    상장군에 다시 임명한것 아닌가요?
    병부의 상장군에 임명하여 군 통수권과 전권을 일임하였지요.

    그냥 지나가던 길에 읽고 제가 아는 것과 다르기에 적어보았습니다.
    제가 틀렸을 수도 있지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2.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의견이시네요. 잘 읽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