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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선덕', 덕만-비담의 황당한 포옹신 왜 나왔나?

by 카푸리 2009.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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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이 자결하면서 비담에게 남긴 유언 중에 ‘사랑하면 아낌없이 뺐으라’는 미실의 화두를 비담은 ‘쟁취’의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에게 측은지심을 보여주었던 덕만을 자신에게 오게 하기위해 비담이 가장 필요로 한 것은 강해지는 것, 권력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한 것이죠. 신라 황실에서 누구보다 강한 권력을 가져야 덕만의 사랑도 차지하고, 미실이 자신에게 남긴 대업의 꿈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에요. 덕만이 비담에게 사량부령 권력을 준 것에 대해 비담은 그 권력으로(세력을 키워서) 덕만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몰라도 결국 비담의 난, 즉 비극의 싹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대야성 전투가 끝나면 이제 비담의 난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듯 합니다.

어제 <선덕여왕> 54회에서 비담은 덕만(폐하지만 편의상 덕만이라 칭함)을 껴안았습니다. 비담의 인사쇄신안이 무시돼자, 비담은 바로 덕만에게 가서 조금 뜬금없는 포옹신을 보여주었죠. 그러나 이 포옹은 비담이 진심으로 덕만을 사랑한다는 마음을 다시 한번 드러낸 것이에요. 이른바 비덕라인의 재가동인가 했지만 이는 비담이 파국으로 가기 전에 덕만을 향한 마지막 프로포즈라는 생각이 드네요. 어제 덕만의 대사를 보니 비담을 싫어하지는 않네요. 덕만은 “네가 날 만지면 가슴이 뛰지 않는 줄 알아!”라고 했는데, 그동안 여왕으로서 자신의 감정을 보이지 않다가 어제 살짝 드러냈어요. 덕만이 유신보다 비담에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 비담을 의지하고 싶은 사람, 여왕이기 이전에 인간 덕만으로서 사랑하고 싶은 남자로 생각하는 거죠. 그러나 덕만이 '여자이기를 포기한다'는데 비담 이걸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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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야회 사건으로 유신과 비담의 대결이 긴장감 넘치게 전개되고 있는데 난데없이 등장한 비담과 덕만의 러브신은 조금 쌩뚱맞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덕팬들이 비담-덕만의 러브라인을 만들어 달라고 하니까 조금 맛보기로 시청률을 올리려는 건 아니겠지요? 가뜩이나 요즘 미실의 하차 이후 시청률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제작진이 비덕라인 떡밥을 던진 건 아니라고 봐요.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황당한 포옹이 아니라 이 포옹신에 비담의 난이 보이죠. 덕만은 신국의 왕으로서 삼한일통의 유훈을 받들기 위해, 그리고 신라를 지켜내기 위해 여자이기를 포기하고 비담을 물리친 것이죠. 그런데 비담이 덕만의 큰 뜻을 몰라주네요. 복야회 사건으로 유신을 제거한 상태에서 비담은 이제 덕만은 ‘내 차지다!’라고 생각했지만 덕만의 마음이 아직도 유신에게 있다는 것을 다음주에 알게 될 것입니다.

다음주 예고편을 보니 백제 진영에서 간자(간첩) 활동을 하던 유신을 보종이 추포해오자, 덕만은 진노를 합니다. 이것은 덕만이 유신을 버리지 않고 비담 몰래 이용했다는 것인데, 이를 알게 된 비담이 덕만에 대한 애증으로 결국 ‘비담의 난’으로 가는 불씨로 작용하지 않을까요? 비담은 결국 덕만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자기는 덕만을 위해 복야회 사건을 색출하는 등 신국을 위해 나름 충성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덕만은 뭐가 부족한지 비담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인사쇄신안까지 마련해오라고 해놓고 결국 비담의 세력을 몰래 파악한 덕만에게 비담은 배신감마저 느낄 것입니다. 비담은 덕만이 자신에게 마음이 없다(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후 직접 왕이 되겠다는 결심을 굳힐 것입니다. 그야말로 이제 야망을 위해 다크 비담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게 될 일만 남았어요.


덕만이 신라 최초의 여왕이 되기까지 비담은 생모 미실과 대적하면서까지 결정적인 역할을 해준 사람이에요. 미실이 자결한 후 비담은 자신이 미실의 아들임을 밝히면서 덕만에게 '자신이 필요없는 자라고 내쳐질까' 두렵다고 눈물을 흘리며 고백했어요. 그때 덕만은 비담에 대한 애정을 확인시켜 주며 비담을 안아 주었잖아요. 비담은 덕만이 병 때문에 진덕여왕에게 왕위를 물려줄 것을 알게 되면서 왕위를 빼앗으려고 난을 일으키는데 왜 난을 일으켰을까요?  이것은 "내가 사랑하는 여인 덕만을 폐하로 모시면서 일할 수 있지만, 춘추나 진덕여왕 등 다른 인물들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 때문이 아닐까요? 비담의 덕만을 향한 진실된 마음과 충성심으로 봐서 상대등 관직까지 오르지만 덕만을 향한 비담의 소유욕, 아니 일편단심은 그가 죽을때까지 계속된 듯 합니다. 어찌보면 참 순수한 사랑입니다.


아, 지금 한가하게 사랑 타령할  때가 아니네요. 덕만은 하늘을 찌를 듯한 비담의 권력을 가만히 두고 볼 리 없죠. 황실의 모든 권력이 사량부령 비담에게 쏠리고 있는 마당에 그대로 간다면 비담에게 다음 신국이 넘어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덕만은 춘추를 내성사신으로 임명해 사량부를 통제하도록 했어요. 덕만의 직속기관에서 이제 춘추의 휘하로 들어가게 됐으니 비담의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덕만이 자기를 팽했다고 생각하겠지요. 미실이 죽기 전에 비담에게 말했죠. ‘권력은 유신과도 춘추와도 나눌 수 없다’고요. 미실 새주의 말대로 '나눌 수 없는 단 하나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 비담은 변할 수 밖에 없어요. 어찌보면 비담을 변하게 한 것은 덕만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선덕여왕>이 이제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데, 가장 불쌍하고 불행한 캐릭터가 비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태어나자마자 버림받고 문노에 의해 왕재로 키워지다가 스승에게 인정을 못 받다가 죽기 전에야 인정받고, 생모 미실에게도 따뜻한 눈길 한번 받지 못했지요. 미실이 죽기 전에 '어머니라고 한번 불러 드릴까요?‘라고 했지만 결국 ’어머니‘라고 부르지도 못했어요. 그리고 자신을 측은지심으로 바라봐주던 덕만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주었지만 덕만은 비담을 받아주지 않네요. 이렇게 모든 사람들로부터 버림받은 느낌으로 살아가야했던 비담이 정변을 일으킨 것도 심정적으로 이해 가네요. 비담팬들이 바라지 않는 일이지만 이제 비담은 덕만에 대한 애증으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기 시작할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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