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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돋보기

구멍가게 상권까지 빼앗는 대형유통업체

by 카푸리 2009.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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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동네 조그만 구멍가게에서 겨울밤 퇴근길에 뜨거운 호빵 익는 냄새를 맡으며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가족들 야식거리로 몇 개 사들고 가던 추억이 이제는 사라질 듯 합니다. 동네 입구마다 편의점이 들어서면서 그러지 않아도 어려운 동네 구멍가게들은 이미 자취를 감춘 지 오래입니다. 대신 ‘슈퍼’라는 이름으로 영세상인들이 운영하는 가게가 동네 골목에 한 두개쯤만 옛날 구멍가게 명맥을 유지할 뿐입니다. 대부분은 국내 대형유통업체와 외국 체인 슈퍼들이 동네 어귀는 물론 시내 곳곳을 점령한지 오래입니다.

소위 기업형 슈퍼마켓은 GS슈퍼마켓 93개, 롯데슈퍼 86개, 홈플러스 슈퍼익스프레스 74개, 농협 하나로마트 슈퍼마켓 175개(2008년 5월 현재 수치이며 지금 더 증가했을 것임)로 이미 전국적 범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세계 이마트가 올해 안에 서울 시내에 소형 점포 3곳을 열기로 한 것입니다.


대형유통업체가 골목마다 진출하게 되면 다윗과 골리앗 싸움에서 동네 슈퍼들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습니다. 가격 경쟁력 뿐만 아니라 동네 슈퍼들은 카드수수료에서도 손해를 보고 있습니다. 대형유통업체들의 수수료는 1.5%~2%인데, 일반 골목상권의 점포 카드수수료는 2~3%여서 가격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가격과 지원시스템, 카드수수료 등 제반 여건에서 대형유통업체에서 지원하는 마트에 기존 동네 구멍가게나 슈퍼는 경쟁할 수 가 없습니다. 이건 구멍가게 문 닫으라는 소리와 똑같습니다.

중소 자영업자들은 생존권을 위협당하는 일이라며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고 하지만 대기업의 자본력 앞에 무기력하게만 보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어느 지역이든 점포를 열고 장사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기업과 구멍가게의 상도는 다릅니다. 기업은 경영을 한다고 하고 구멍가게는 장사를 한다고 합니다. 경영이란 말에는 기업윤리와 상도란 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론 장사하는 사람들도 신용을 기본으로 해야 합니다. 아무리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라도 해서는 안될 일이 있습니다. 툭 까놓고 얘기해서 이마트가 골목 골목의 구멍가게까지 다 차지하겠다는 것은 기본 상도를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 서민경제를 다 죽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구멍가계는 서민가계의 최말단입니다. 구멍가게 경제가 돌지 않으면 서민 경제는 동맥경화에 걸립니다. 골목 구멍가게는 물론 이마트보다 비쌉니다. 그런데 집과 가까울 뿐만 아니라 마음만 먹으며 하루에도 몇 번씩 다녀올 수 있는 정과 인심이 있는 곳입니다. 모르고 지갑을 가지고 오지 않으면 외상도 줍니다. 이런 편리성 때문에 이마트보다는 조금 비쌉니다. 그래도 집과 멀리 떨어진 이마트까지 가는 수고로움을 생각하면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닙니다. 옛날에는 구멍가게해서 먹고 살만 했지만 요즘은 현상 유지하면 잘되는 겁니다. 옛날의 구멍가게가 아닙니다.

이번에 이마트가 서울 시내에 3곳의 소형점포를 운영하겠다고 나선 것은 전국적 범위의 소형점포를 운영하기 위한 전초전 성격이 강합니다. 이른바 ‘전국토의 이마트 소형점포화’가 멀지 않았습니다. 기존에 구멍가게를 운영하던 영세상인들은 이제 길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그러니 슈퍼 영세상인들이 목숨을 걸고 이마트의 소형점포 진출을 막겠다고 나선 것은 그들의 생존권 투쟁입니다.

일부에서는 이마트의 골목 상권 진출에 적극적인 찬성을 하기도 합니다. 품질 좋고 싼 물건을 살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를 충족할 수 있는데 환영할 만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동네 슈퍼는 물건이 잘 팔리지 않아 오래된 상품들이 많고, 대형마트에 비해 청결, 서비스 등에서 미흡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좋은 제품, 값싼 제품, 서비스를 받을 소비자의 권리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부 시민들의 이런 의견을 들어 대형 유통업체들은 골목 구멍가게 점령의 당위성을 홍보하며 처음에는 싼 가격으로 고객을 유혹할 것입니다. 그러나 골목마다 구멍가게와 슈퍼들이 다 없어져 상권을 완전히 장악하고 나면 이제 가격을 인상시킬 것입니다. 이른바 독과점이기 때문에 물건값을 올려도 소비자들은 어차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함정에 이미 빠졌기 때문입니다.

값 싸고 품질 좋은 물건을 사기위해 대형 유통업체의 소형점포가 동네 골목마다 들어오는 것보다 늦은 밤 백열전등 아래서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 꾸벅 꾸벅 졸고 구멍가게 주인의 모습을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골목 구멍가게가 더 좋은 것은 이곳에서는 물건만 파는 것이 아니라 정(情)과 인심도 함께 팔기 때문입니다. 대형유통업체는 이런 정과 인심을 팔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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