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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돋보기

색다른 군대 요리경연대회를 가보니

by 카푸리 2009.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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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남자라면 군대는 피할 수 없는 운명입니다. 퇴근후 친구들끼리 술 한잔이라도 걸치게 되면 군대 얘기가 기본 안주거리입니다. 군대시절 추억은 밤새도록 꺼내도 계속 나오는 무한 리필 안주입니다. 그중에서도 군대밥(일명 ‘짬밥’)에 대한 추억이 가장 많을 것입니다. 요즘이야 군대밥이 좋아졌지만 옛날에는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짬밥’이었습니다.

“군대밥이 맛이 없다는 고정관념을 버려라!”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짬밥'은 이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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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호텔 주방장이 만든 것 같은 군대 취사병들의 요리경연대회 출품 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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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서울 근교 모 부대에서 취사병들의 요리경연대회가 펼쳐졌습니다. 취사병은 여성들에게는 다소 생소할텐데, 군인들의 밥을 해주는 요리병입니다. 경연대회에 참가하는 취사병 부모들을 초청한 가운데 총 8개팀이 참가해 호텔 주방장 뺨치는 요리솜씨를 선보였습니다. 90년대초 군대를 다녀온 예비역 육군 병장으로서 15년전과 비교해보니 말 그대로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취사병 조리경연대회에 초청받은 부모님들은 점심을 병사들과 함께 먹었습니다. 저도 15년만에 ‘짬밥’을 먹어봤습니다. 배고픔을 이기기 위해 마구 퍼먹던 군대밥이 아니었습니다. 치킨 2~3조각, 쇠고기미역국, 김치, 김 등 1식 4찬이 기본입니다. 그런데 제가 군대생활할 때는 취사병들이 밥, 국, 반찬 등을 일일이 퍼주었는데 요즘 군대는 먹고 싶은 만큼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뷔페식이었습니다. 제가 군대생활할 때는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파 밥을 퍼주는 취사병에게 ‘조금 더 주세요!’ 사정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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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사는 전투다라고 씌여있는 취사모가 인상적이다. 그렇다. 군대는 사실 모든게 전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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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취사병들의 요리경연대회는 어머니 심사위원들이 초청되어 조리병들의 실력에 깜짝 놀랐다)


부대 명예를 걸고 참가한 8개팀의 지정메뉴는 쇠고기 미역국입니다. 미역국은 군대에서 자주 나오는 메뉴입니다. 언뜻 쉬운 것 같지만 어머니가 생일날 끓여주던 미역국 맛을 내기 위해 참가팀들은 정성을 다해 요리를 합니다. 아들의 요리솜씨를 지켜보는 부모들은 옆에서 지켜보면서 은근슬쩍 코치도 합니다. 경연대회에서 입상을 하면 바로 군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포상휴가를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리경연대회의 꽃은 자유 메뉴입니다. 부대에서 제공된 재료를 가지고 가장 자신 있는 메뉴를 요리하는데, 기발한 요리아이디어 뿐만 아니라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호텔에서 만드는 음식만큼 화려한 요리도 나왔습니다. 두부완자튀김, 양배추말이 등 8개팀이 만든 요리를 보니 군대 조리경연대회 수준이 아니라 호텔 주방장들을 대상으로 한 요리경연대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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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가 끝난후 심사위원들의 꼼꼼한 맛보기가 진행된다. 입상을 해야 포상휴가가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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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동안의 경연이 끝난후 참가 8개팀이 내놓은 요리들을 보니 침이 꿀꺽 넘어갑니다. 군대밥은 ‘양’으로 승부한다는 것은 이젠 옛말 같습니다. 신세대 장병들은 양보다 ‘질’을 찾습니다. 부대 전체로 볼때 하루 80가마가 넘는 쌀을 소비할 정도로 밥과 국, 반찬을 엄청나게 만들어야 합니다. 대규모 취사인만큼 취사세트도 현대화되었습니다. 조리과정은 잘 모르겠지만 식당 환경과 위생상태를 둘러보니 이부대 장군이 주관하는 행사라 그런지 빤질 빤질합니다. 어제 이 부대 병사들 고생 많이 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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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 조리경연대회를 가보니 15년전 군생활할 때가 생각났다. 그때는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짬밥이었다.)

참가한 어머니들은 취사병들이 만든 요리를 먹어보며 연신 ‘맛있다’고 합니다. 원래 요리는 남자들이 더 잘합니다. 유명호텔 주방장들은 모두 남자들입니다. 가정주부들은 요리를 하면서 냄새에 취해 집에서 먹는 밥보다 밖에서 먹는 음식은 뭐든지 맛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자들이 외식을 좋아하나 봅니다. 어쨌든 제가 맛을 봐도 일품 요리입니다. 호텔 요리 부럽지 않습니다.

참가팀중 A팀 병사들은 이 대회를 위해 한달간 요리연습을 했다고 합니다. 새벽 4시부터 일어나 500~600명분의 식사를 매일 3끼씩 준비해야 하는 고된 일과지만 그 속에서도 짬을 내어 연습한 요리는 심사위원단의 시선과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비록 포상휴가증에 눈이 멀어(?) 최선을 다했지만 그 취사병들의 땀과 노력들은 병사들이 먹는 밥맛을 좋게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군대 제대후 15년만에 다시 군부대 들어가서 요리경연대회를 보니 군대 많이 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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