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마지막까지 질병으로 고통받지 않고 건강하게 무병 장수를 누리는 것이 소망입니다. 불노초가 아니라 인골이라도 오래 살수만 있다면 먹으려는 것이 노인들 심정입니다. 이런 노인들의 심정을 이용해 녹용, 동충하초, 영지농축액 등 건강식품을 팔면서 폭리를 취하던 사기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습니다. 식양청에서 식품사기범죄로 지속적으로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워낙 사기 수법이 치밀해 근절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노인들을 상대로 죽은 자식들을 영혼 결혼시켜야 한다며 '비용' 명목으로 기백만원씩 갈취하는 신종 노인사기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들은 죽은 자식을 저승에 가서 만나기 전에 이승에서 결혼도 못하고 떠난 자식들에 대해 항상 무거운 짐을 지고 있습니다. 이런 노인들에게 '영혼 결혼'식은 무거운 짐을 덜어주는 것이라며 달콤한 말로 유혹하며 접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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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갓집 사정상 장모님은 지난해 6월부터 경기도 모 요양원에 모시고 있습니다. 나이가 70이 넘은데다 가끔 치매증상과 당뇨 등으로 집안에서 수발할 사람이 없어 처남들 3명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내어 요양원에 모시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처남들에 대해 불효라고 생각했지만, 요양원에서 다른 노인분들과 잘 지내고 있는 것을 보고 조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한달에 한번씩 아내와 함께 장모님을 만나기 위해 요양원을 찾고 있습니다. 요즘은 바빠서 한달에 한번씩 못갈 때도 많습니다.

지난주 아내와 함께 장모님이 계신 요양원을 찾았습니다. 장모님 병실로 들어서서 그간 안부 인사를 드리려 하는데, 낯선 중년 여자가 장모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장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나서 옆에 앉아 잠시 앉아 있었는데 장모님과 이 중년 여성은 잠시면 된다며 하던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어보니 10년전 교통사고로 죽은 둘째 처제 얘기였습니다. 중년 여성은 죽으 처제의 영혼결혼식을 시켜줘야 장모님이 편안하고 떳떳하게 이 다음에 하늘나라로 가실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바로 옆 병실 김모할머니도 얼마전에 죽은 자식 영혼결혼 시켜준 후에 마음이 그렇게 홀가분하고 편할 수가 없다고 했다며, 장모님에게도 하루 빨리 영혼결혼식을 시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5분 정도 더 이런 얘기를 하다가 그 여자는 방을 나와 다른 병실로 갔습니다. 아내와 저는 장모님께 무슨 영혼결혼이냐고 물으니 장모님은 "빨리 ○○이 영혼결혼 시켜야 혀, 나 죽기전에..." 하며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내는 "영혼결혼식을 어디서 하는데요? 절 같은 곳에서 무료로 해주는 거에요?" 하니 장모님은,

"아니 돈이 조금 들어, 무속인이 하는 건데 500만원 정도 든다고 하네. 니들이 돈 조금씩 모아 둘째 꼭 영혼결혼 시켜줘야 혀. 여기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죽은 자식 다 영혼결혼 시켰어"

저는 무슨 영혼결혼 시키는데 500만원이나 들어? 하는 생각을 하며 잠시 담배 한대 피우려고 병실을 나왔습니다. 그런데 장모님께 영혼결혼 시키라고 한 그 중년 여성은 복도에 나와 있는 노인들에게 계속 죽은 자식들에게 영혼결혼을 시켜줘야 편히 눈을 감을 수 있다며 노인들을 설득하고 있었습니다. (위 붉은 원으로 표시된 중년 여성) 그 여성을 보니 이곳 요양원에 나와 노인들을 상대로 계속 설득을 하고 있었습니다. 노인들은 그 여자의 말을 심각하게 듣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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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여자에게 다가가 직접 물어보았습니다. 어디서 영혼결혼을 시키고 필요한 것이 무엇이며,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물으니 이 여자는, "예, 용한 무속인이 한분 계시는데 이 분에게 영혼결혼을 시키면 남아 있는 자식들도 다 편안히 잘되고 부모님들도 돌아가신후 편히 눈을 감을 수 있게 해 줍니다. 비용은 500만원인데, 400까지 해드릴 수 있어요. 집안에 결혼 안하고 죽은 사람 있어요?" 하며 제게도 영혼 결혼의 중요성을 열심히 설명했습니다. 보아하니 무속인과 연결된 소개인이었습니다. 영혼결혼 대상자 한명당 얼마간의 커미션을 먹기위해 노인을 대상으로 계속 설명을 하고 다니는 것입니다.

살아온 날보다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들의 병약한 심정을 이용해 영혼결혼이라는 명목으로 노인들의 자식들 돈 500만원씩 갈취하는 것이 씁쓸했습니다. 여기서 무당의 영혼결혼 효험은 제가 무속인이 아니라 잘 모르지만 불황에 굿 한번 하는데 드는 비용 500만원은 너무 비쌌습니다.

가장 비열하고 졸렬한 사기가 노인을 대상으로 한 사기입니다. 판단력이 흐린 노인, 그것도 일반 노인들보다 더 심약한 요양원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명 '영혼결혼'사기는 빨리 근절시켜야 합니다.

Posted by 카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