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달라졌다. 기존에는 일곱 명의 맴버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드러내며 깨알같은 재미를 주었는데, 새해 들어서는 맴버 중 한 사람을 히어로로 만들고 있다. 지난주는 '정총무가 쏜다' 특집으로 정준하가 주인공이었는데, 어제 '타인의 삶'에서는 박명수를 띄웠다. 박명수는 버럭질과 호통으로 자칫하면 남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데, 그는 이런 가학적 멘트 때문에 비난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박명수가 달라졌다. 예전의 박명수가 아니었다. 병실에 입원한 13살 이예진양에게 생각없이 말실수를 해서 상처를 주고 말았는데, 다시 예진을 찾아가 달래주며 달라진 인간 박명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무도' 타인의 삶 특집은 지난해 10월에 참가자 신청을 받았는데 총 437명이 신청했다. 이 중 70년생 박명수의 호통 인생이 부러운 동갑내기 재활의학과 교수 김동환씨가 437대 1의 경쟁을 뚫고 참가했다. 박명수와 하루 일정을 통째로 바꿔 김동환씨가 버럭 박명수로, 박명수는 대학병원 의사로 서로의 하루를 바꾸어 살았다. 방송, 그것도 어렵다는 예능 프로에 처음 출연한 김동환교수는 처음에는 적응을 잘 못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빠르게 적응해갔다. '타인의 삶'은 박명수의 변신에 포커스가 맞춰졌는데, 그 컨셉이 인간 박명수였다. 기존에 보여주던 박명수의 호통보다 '인간성'이 많이 부각됐다.


평시 녹화할 때 대본도 잘 보지 않던 박명수는 의사 친구에게 전화를 해 의사들과의 대화 예의, 의학 전문용어 등에 대해 사전 속성 과외를 받았다. 그만큼 의사로 빙의되는데 따른 부담이 컸다는 거다. 병원에 도착한 박명수는 긴장 백 배, 부담 천 배다. 3층 재활의학과 김동환교수 방에 도착해 흰 가운을 갈아입으니 그럴 듯 하다. 동료 선후배 교수들과 조크가 섞인 인사를 나누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박명수는 대학병원 의사로 체인지돼 완전 빙의됐다. 하얀 가운을 입은 그의 모습에 '하얀 거성'이란 자막이 떴는데, 그 자막에 어울릴 만큼 포스도 있었다. 그런데 오전 회의 시간에 박명수가 안드로메다로 가고 말았다. 개념이 없어서가 아니다. 매일 오전에 열리는 의국회의에 1시간이나 늦어 앉자마자 분위기가 무겁다. 담당과장에게 꾸중을 들은 것도 썰렁한데, 신환보고때 등장한 레프트 사이드 위크니스 등 의학전문 용어에 머리가 돌 지경이다. 박명수 표정을 보니 마치 외계 나라에 온 것 같다.


의사 가운을 입어 외모만 그럴싸 하지 박명수의 머릿속은 온통 뒤죽박죽이 된 채 도대체 뭘 하는지조차 모른다. 가끔씩 던지는 과장의 돌발 질문에 조크로 위기를 모면하려 하지만 그의 표정에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그러나 언제까지 긴장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떡하든 썰렁한 분위기를 깨려고 그 무섭다는 과장에게 농담을 던지자, 무겁던 과장의 얼굴에 웃음이 터졌다. 회의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회의를 마치고 이제 회진을 돌 시간이다. 회진을 한다고 하자, 박명수가 혹시 병원에서도 버럭질을 해대며 환자들에게 거부감을 주면 어떡하나 했는데, 기우였다. 다른 의사들과 달리 박명수는 웃음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기술이 있었다. 의사가 의술로 환자를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으로 환자와 교감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가 병원에 도착하자 함께 일하는 의사들과 환자들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박명수는 웃음을 통해 환자와 교감하는 게 탁월했다. 재활의학과는 환자의 회복을 돕는 것이기 때문에 웃음치료가 딱이었다. 박명수가 가는 곳엔 웃음이 있었고, 그래서 병원 내 최고 의사는 단연 박명수였다.


회진을 하면서도 등장하는 전문 의학 용어들 때문에 박명수의 머리는 아직 안드로메다 행성에 있다. 간신히 환자에게 할 말은 '치료 잘 받으세요!' 정도였다. 그런데 네번째 환자 방문때 박명수가 예상치 못한 실수 아닌 실수를 하고 말았다. 1년 전 뇌수술을 받은 이예진(13살)양은 박명수를 보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 예진양은 수술 후유증으로 왼쪽 마비가 온 소녀인데, 그래도 마음만은 해맑았다. 박명수는 예진양을 위로한다고 '잘 생겼네'라는 말을 건넸는데, 예진양이 '네?'하며 정색을 했다. '잘 생겼다'는 박명수 말에 남자로 오인받은 것에 상처를 받고 예진양이 울기 시작했다. 순간 박명수가 당황했다.

박명수는 농담이라고 서둘러 예진을 달래려 했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다. 울면서도 농담을 건네는 예진양때문에 박명수는 더 미안해 했다. 박명수는 '빨리 완쾌해! 또 올께'라는 말을 남기고 예진의 병실을 나왔다. 이때까지만 해도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왜 할까 했는데 나중에 보니 공허한 약속이 아니었다.


숨가쁘게 진행된 대학병원 의사의 오전 일과를 마치고 점심 시간에 구내 식당으로 가자 의사, 간호원 할 것 없이 난리가 났다. 박명수의 '죽일놈의 인기'는 전혀 식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쉴 시간도 없이 강의, 멘토&멘티 상담시간 등이 이어졌다. 박명수가 가는 곳이면 환자든 의사든, 간호원이든 늘 웃음이 함께 했다. 그러나 계속된 일정으로 박명수는 녹초가 돼고 말았다. 의사가 결코 쉬운 직업이 아니다.

녹초가 된 상태에서 박명수가 수술하러 간다며 간 곳은 수술실이 아니라 이예진양 병실이다. 오전에 예진양에게 상처를 준 것이 못내 미안하고 아쉬웠을까? 박명수의 등장에 예진양은 특유의 까르르 웃음으로 반가움을 표시하며 좋아했다. 그러면서 예진양은 먼저 박명수에게 먹을 것을 주었다. 박명수는 예진양에게 힘을 내라며 준비해간 자신의 피겨를 주고, 사인까지 해주었다. 예진양은 박명수의 선물을 받고 정말 기뻐했다. 그리고 피겨를 두고 박명수와 예진양은 빵 터질 정도로 많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예진양 부탁에 자신의 전화번호까지 가르쳐주며, 예진양을 문자로 격려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박명수는 예진양에게 미안했던 감정이 푼 것 같아 홀가분해 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무심코 지나쳤을 일인데, 박명수는 다시 예진양을 찾아와 그녀의 마음을 눈 녹듯이 풀어주었다. 예진이를 고쳐줄 의술은 없지만 마음으로나마 예진이를 낫게해주고 싶은 게 바로 박명수의 바람이다. 이런 모습을 보니 새해 들어 박명수가 '철이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달라진, 너무도 인간적인 모습이다. '무도'에서 이런 모습은 유재석에게 주로 봐왔는데, 호통대왕 박명수에게서 보니 감동이 정말 두 배, 세 배다.

Posted by 카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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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새해에는 이미지 변신, 까칠남에서 따순남으로 ^^;
    훈훈하더라고요. 끝까지 아이 화풀어주려고 하는 모습이.
    역시, 박명수님도 멋진 아빠이셨어요~

  2. 이번 무한도전으로 박명수에 대한 호평을 여기 저기서 볼 수 있네요^^*

  3. 예진양을 다시 찾아간 박명수....보기만 해도 흐뭇한 장면이네요.

  4. 박명수가 원래 저런 사람이었나라는 생각을 했었지요. 캐릭터나 이미지가 정말 무시를 못하겠더라고요. 무조건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야 호통 치는 사람이야라고만 생각이 들었거든요.

  5. 하나 두려운 점은 일부 무도안티들이
    박명수가 요즘 안 좋은 모습을 많이 보였기에
    그 이미지를 개선시키기 위해 박명수를 위해 진행한
    프로젝트로 그냥 작가가 써준대로 한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될까 좀 두렵군요
    좋아보이는데 사람

  6. 달라졌다는 것은 동의를 못하겠네요ㅠㅠ
    원래부터 밍옵은 저랬다구요!!
    원래부터 밍옵은 저렇게생겨먹었는데ㅠㅠ
    그래도 안티 많이 줄을것 같아서 기분은 좋지만요 ㅋㅋ

  7. 달라졌다는거에 대해서는 동의를 못하겠네요..
    케릭터는 케릭터일뿐..
    명수옹은 마음약하신 42세의 귀요미 중년남성입니다
    알겠묘?

  8. 안녕하세요,
    지나가던 한 사람입니다..
    다름이라니라 글 읽다가 간호원이라는 단어때문에 글 남깁니다
    간호원이라는 명칭이 이제는 간호사로 바뀌었지요..^^
    추운날씨에 감기조심하시고
    안녕히계세요

  9. 수정해주세요 2011.01.16 21:36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간호원이 아니라 간호사입니다.
    많은 분들이 구독하시는데 정확한 명칭이 중요할것 같습니다.

  10. 추가로 박명수씨가 예진이를 데리고 레스토랑에 와서 맛있는걸 먹었다는군요.

    방송이 나간 후 개포동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알바생이라고 신분을 밝힌 네티즌이 "오늘 박명수씨가 예진이 데리고 밥먹으러 왔더군요. 카메라도 없이 매니저 한명 데리고 단둘이 왔어요. 정말 멋있는 사람 같습니다"라는 댓글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정말 인간적인 사람이네요.휴머니즘이~~~~풀풀

  11. 오... 이방송 햇군요 !! 못봐서아쉽네요

  12. 안녕하세요 2011.01.17 04:22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그런데 궁금한거는 뒤끝공제에서는 김태호 피디는 박명수를 공격하고

    바로 박명수를 띠웠네요...

    왜 그랬을까요?

    내용를 보면 여섯 멤버중 아무나 골라서 똑같이 방송할수 있었을 텐데요...

  13. 다름이라니라 글 읽다가 간호원이라는 단어때문에 글 남깁니다

  14. 같은 프로를 보고도 저와 다른 생각을 하셨군요.
    먼저 저는 박명수님의 팬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날은 김태호피디가 방송내내 박명수를 까는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박명수가 직접 뽑은" 이라는 자막을 통해
    재미없어도 모두 박명수 탓이니 욕할거면 박명수에게 하라는 메세지로 보였습니다.
    제 생각에도 유재석이였다면 방송을 위해서라도
    예를 들자면, 예능감이 있는 학생을 선택했을텐데요.....
    박명수는 방송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꿈이였던 의사와 삶을 바꿔보았습니다.
    열심히 공부하며 환자의 목숨과 싸우는 의사들에게 예능감을 기대해보기란
    어려울것이 뻔하거든요.
    평소에도 배운놈,못배운놈, 하면서 못배운것에 대한 집착을 보였던 박명수였습니다.
    박명수가 호통치고 막말하고 욕해도
    마음은 따뜻한 사람인것은 팬으로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방송의 재미는 상관없이
    본인위주의 방송을 좋아하는 이기심은 아쉽네요.
    확실히 이 방송은 재미도 없었고 교훈도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