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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비평

김명민, 목숨과도 같은 청룡 남우주연상

by 카푸리 2009.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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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이 목숨과도 같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어제 제 30회 청룡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 김명민의 이름이 호명됐을 때 두 가지가 생각나더군요. 하나는 살인적인 20kg 체중 감량이었고, 또 하나는 지난해 MBC다큐멘터리 ‘김명민은 거기에 없었다’에서 눈물을 흘리던 모습입니다. 그가 눈물을 흘렸던 이유는 힘들고 어려웠던 무명배우 시절이 생각나 자신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흘렀던 것입니다. 김명민이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운이 좋아서도 아니고, 연기 경력이 많아서 받은 상도 아닙니다. 그가 받은 상은 땀과 눈물의 결실입니다. 특히 어제 영화 <내 사랑 내 곁에>로 받은 남우주연상은 목숨을 담보로 받은 상이라 그 어떤 상보다 값진 상입니다. 그리고 그가 왜 '명민좌'라고 불리는지 확인시켜준 상이었습니다.

김명민은 1996년 SBS 공채배우로 연기를 시작한 이후 아무리 작은 단역이라도 대사를 수백번씩 연습하며 열심히 연기했습니다. 그러나 그에게 좀처럼 기회는 오지 않았습니다. 그는 ‘배우의 길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해 이민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바로 <불멸의 이순신>(2004년)입니다. 그는 하늘에서 준 천재일우의 기회라 생각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했습니다. 촬영기간 동안 그는 진짜 이순신으로 살았습니다. 그의 연기 투혼을 알아준 KBS는 2005년 그에게 연기대상의 영예를 안겨주었는데, 당시 그의 이름이 불려지자 그는 믿기지 않은 듯한 표정으로 멍했습니다. 그리고 시상식 무대에 올라 대상을 받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런데 어제 남우주연상으로 김명민의 이름이 불려질 때도 그는 어리둥절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주연상보다 영화 <내 사랑 내 곁에>가 인정받은 것이 더 자랑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수상소감에서 그는 남우주연상의 영광을 주변에게 돌렸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맡았던 루게릭병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 병인지를 알기에 루게릭병 환우들에게 희망을 잃지 말라고 격려하는 감동적인 수상 소감을 전했습니다.

“제가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늘이 제게 배우라는 재능을 주었는데, 늘 부족해서 남보다 2~3배 노력하게 해 준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사실 박진표감독 때문에 작품을 선택했습니다. 제가 하루 하루 말라가는 배역이기 때문에 박감독이 배아프다고 핑계를 대고 끼니를 걸러가며 촬영할 정도로 많은 신경을 써주었습니다. 그리고 하지원씨 때문에 영화를 무사히 끝낼 수 있었습니다. 항상 곁에서 보살 펴준 하지원씨와 스탭들에게 그 영광을 돌립니다.”

바로 이런 모습이 배우가 아닌 인간 김명민의 모습입니다. 배우의 길을 걷고 있지만 그는 스타로 대우받길 원하지 않습니다. 그는 오직 연기 잘하는 배우, 겸손한 배우로 평가받고 싶어 합니다. 청룡영화제 뿐만 아니라 대종상 등 각종 영화제에서 주연상을 받으며 충무로의 별로 우뚝섰지만 아직도 연기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매일 볼펜을 입에 물고 발성연습을 할 정도로 그는 지독한 배우입니다.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서>에서 루게릭병 환자 종우역은 원래 권상우가 캐스팅됐으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고사하는 바람에 김명민이 출연하게됐습니다. 김명민은 박진표감독에게 처음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때  ‘영화 찍다가 잘못하면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는 어떤 배역이든 작품속 캐릭터에 철저히 몰입하는 배우입니다. 그래서 루게릭병 환자 종우역을 맡는다는 것이 얼마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인지 촬영전에 이미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배우는 몸이 전 재산인데, 20kg의 체중을 감량하게되면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몸에 무리가 외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는 출연을 결심하고 영화를 찍는 그 순간부터 체중을 감량해 나가기 시작해 작품속 루게릭병 환자로 죽는 순간까지 20kg을 감량했습니다.

사실 말이 20kg지 보통사람이 2kg도 삐기 힘든게 체중감량입니다. 김명민의 키가 180cm인데, 지난해 <베토벤 바이러스> 촬영이 끝났을 때가 약 72kg이었습니다. 그런데 <내 사랑 내 곁에> 촬영이 끝날 때쯤 그의 체중은 52kg이었습니다. 무리한 체중감량이라고, 바보같은 짓이라고 했지만 그는 작품속 종우가 되기 위해 목숨까지 내걸며 연기투혼을 불살랐습니다. 몸이 서서히 마비되어 가는,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루게릭병 환자를 연기하기 위해 그는 자신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종우역은 김명민이기 때문에 가능한 배역이었고, 다른 배우가 캐스팅됐더라면 250만 관객을 동원했을까요? 아직도 김명민은 무리한 체중감량으로 저혈당증세에 시달리는 등 건강이 완전하지 못합니다.


대중들은 배우 김명민의 이름을 기억하지만 김명민은 자신의 이름을 지워버리고 철저하게 작품속 캐릭터가 됩니다. 자신의 이름보다 작품 속 캐릭터로 기억되길 바라면서 연기자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불멸의 이순신’의 이순신, ‘하얀거탑’의 장준혁,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 그리고 ‘내 사랑 내 곁에’의 종우로만 기억되길 바랍니다. 그는 작품속 캐릭터에 수많은 땀과 눈물을 쏟아 붓는 배우입니다.

어제 청룡영화제에는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 반짝 빛나는 수많은 별들이 모였습니다. 그 별들 중에서 가장 빛나는 별은 ‘명민좌’ 김명민이었습니다. 김명민, 그는 천재배우가 아니라 노력하는 배우입니다. 스스로 스타이기를 거부하면서 아직 가야할 연기 역정이 멀었다고 하는 우리 시대 진정한 배우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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