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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비평

박시연 '패떴' 하차, 그녀만의 책임인가

by 카푸리 2009.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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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연이 '병풍'소리를 들으며 출연해왔던 <패밀리가 떴다>에서 결국 하차를 하네요. 오늘 오전부터 박시연의 '패떴' 하차에 대한 뉴스가 올라오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건강상의 문제로 잠시동안 쉰 뒤 나중에 다시 복귀한다고 하다가 오후 들어 '하차'한다는 뉴스로 바뀌었네요. 다시 복귀한다는 소속사와 제작진간 뭔가 조율이 안된 거지요. 소속사는 건강상 문제가 없을 때 다시 출연시키고 싶었겠지만 제작진이 '하차'쪽으로 결심을 굳힌 듯 하네요. 그녀를 '병풍'이라고 비판하며 날을 세우던 사람들이야 좋겠지만 어제부터 흘러나온 유재석 하차설과 맞물려 '패떴'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는 듯 하네요.

'패떴'의 위기는 사실 지난 6월말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달콤살벌 박예진과 이천희가 빠진후 박시연과 박해진이 들어왔지만 두 사람 모두 예능에 적응이 안돼 어려움을 겪었어요. 특히 박시연은 박예진과 비교되며 더 많은 비난을 받으며 갈수록 위축되는 것 같았어요. 박예진이야 처음부터 출연했기 때문에 잘하던 못하던 비교할 대상이 없었기 때문에 부담이 없었지요. 또 콧소리 애교 등 나름대로 캐릭터를 만들어가며 잘 했고요. 상대적으로 박시연은 불리한 입장에서 시작한 것이지요.


지난 7월 첫 주부터 등장한 박시연은 출연하자 마자 군대에 처음 온 신병처럼 낯설어했습니다. 특히 예능프로에 익숙치 않은 그녀에게 첫 방송때부터 '몰래카메라' 설정으로 눈물을 뚝뚝 흘리게 한 것은 출발부터가 잘못됐습니다. 이 눈물로 그녀는 '무슨 예능프로에서 눈물이냐'며 시청자들의 힐난을 받았습니다. 제작진이 재미를 위해 설정한 것이겠지만 심성이 약한 박시연에게는 맞지 않는 컨셉이었습니다. 한번 자신감을 잃은 박시연은 그 이후 쭈뼛쭈뼛하며 자신감이 없어 보였어요. 첫 출연때 조심스럽게 그녀의 예능끼가 살아나도록 제작진과 모든 패밀리들이 도와주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요. 박시연이 '병풍'으로 전락한 것이 그녀만의 책임일까요? 필자는 그 책임은 바로 제작진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패떴'에서 이효리와 함께 여자로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이며 남자패밀리들에게는 서로 잘 보이려 경쟁하는 설정으로 가야 박시연이 카메라를 좀 받는데, 이런 모습은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박예진이 하차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효리와 잠자리 순위 경쟁에서 매주 양보할 수 없는 1위 싸움을 보여주었는데, 박시연이 들어온 후 이 컨셉이 슬쩍 들어가 버렸습니다. 따라서 박시연이 화면에 등장할 시간은 그만큼 줄어든 것입니다. 더구나 이효리는 박시연과 짝이 되어 웃음과 재미를 만들기보다 남자들과 함께 좌충우돌하며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그만큼 박시연이 설 자리가 좁아진 것이죠. 박시연은 예능감도 없었지만 캐릭터를 만들 기회조차 없었던 것이죠.


지난주 유이와 산다락박이 출연할 때 박시연은 '병풍'의 극치를 보여주었어요. 제작진은 물론 남자 패밀리들까지 게스트 유이와 산다라박 띄워주기에 혈안이 된 듯 보였습니다. 물론 게스트들을 띄워주는 컨셉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지난주는 해도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시연은 패밀리와 게스트 뒤쪽에서 구경하는 사람처럼 보였고, 마치 '패떴' 맴버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카메라맨 등 모든 스탭들이 산다라박과 유이에게 정신이 팔려 있고, 이 장면마저 화면에 담아 '남자 스태프는 거의 산다라쪽에', '산다라박 좋아'라는 자막까지 내보냈습니다. 박시연은 유재석 등 패밀리, 게스트와 똑같이 촬영을 했습니다. 힘들게 같이 고생했는데, 화면에 나오는 모습은 확연히 차이가 있었던 거죠.

그래요. 박시연은 지금까지 제작진으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았던 것인지 모릅니다. 아니 심하게 말하면 '병풍' 취급은 시청자들이 아니라 제작진이 먼저 시작한 것이지요. 물론 박시연이 이효리, 박예진에 비해 예능감이 떨어진다는 것은 시청자들이 다 알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예능감이 떨어지는 배우를 출연시켜놓고 제작진이 배려를 해주지 않는데, 어찌 시청자들로부터 병풍 소리를 안들을 수 있을까요? 박시연 입장에서 본다면 오히려 피해자인지 모릅니다. 지난 6개월간의 '패떴'에서의 모습만 가지고 박시연을 '병풍'으로 몰아세우고, 그녀의 하차가 아주 잘된 일이라고 하기엔 꼭 짚고 넘어갈 일이기에 그녀 입장에서 한번 생각을 해본 것입니다. 시청자들은 그녀가 '병풍'이라고 했지만 나름대로 박시연은 최선을 다했어요. 그게 그녀의 한계인데, 제작진은 그녀의 예능감을 박예진처럼 생각한 오판 책임도 있어요.


'잘 한다 잘 한다 하니까 더 잘 한다'는 말이 있어요. 반대로 못한다고 하면 더 위축되고 뒤로 숨고 싶은 거죠. 출발부터 '몰카'로 혼을 빼놓은 제작진은 박시연을 철저히 외면한 채 '패떴'을 제작해왔어요. 예능감이 없는 박시연을 '패떴'에 출연시킨 것부터가 제작진의 1차 잘못된 것이지만 출연을 시켜놓고 이효리, 유재석 뒤에 어정쩡하게 서 있도록 만든 것도 제작진의 책임이죠. 대본파동 이후 어느정도 기본적인 상황 설정과 대본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박시연은 배우로서 대본에 나와 있는대로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작가가 대본을 쓸 때 예능감이 뛰어난 이효리에 비해 박시연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적게 주었을 것이고 이마저도 재미가 없다해서 수없이 편집당하니 박시연의 모습이 잘 나오지 않는거죠.

박시연의 하차를 '잘됐다'고 하는 이면에는 아픔도 있었다는 것을 알아줘야 할 것입니다. 어렵게 잡은 예능 출연기회를 박시연이 그냥 날려버리고 싶겠어요? 어찌보면 박시연은 지난 6개월간 자신과 맞지 않은 '패떴'옷을 입고 있으면서 무척 불편해했을지 모릅니다. 건강상의 문제라고 하지만 최근들어 박시연을 '병풍'이라고 비난하는 수위가 점점 높아진 점을 들 때 박시연이 알아서 하차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배우는 드라마, 영화, 연극무대에 서야하는게 맞죠. 물론 멀티예능이라고 해서 가수, 연기자, 개그맨 등의 구분이 없어진 요즘 박시연이 '패떴'에 출연한 것은 대중들에게 보다 가까이갈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요. 그러나 그 기회를 박시연 스스로 날려버렸다고 하긴 무리라고 봅니다.

유재석의 하차설과 프로그램 폐지설 등 '패떴'은 요즘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 가장 큰 위기에 봉착한 듯 합니다. 메인MC 유재석이 하차하게되면 '패떴'은 사실 의미가 없죠. 박시연은 어차피 없어질 가능성이 많은 프로고, '병풍' 취급을 받을 바에야 하루라도 빨리 하차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지 모릅니다. 만약 그렇다면 박시연은 대단히 현명한 결정을 했고, 이제 드라마에서 시청자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패떴'에서 병풍 취급을 받았던 상처를 씻는 길입니다. 박시연을 통해서 '패떴' 제작진은 MC를 섭외할 때는 프로그램에 맞는 사람을 캐스팅해야 한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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