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급 드라마 <아이리스> 여주인공은 김태희죠. 지난 2004년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이후 한번도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지 않았지만 CF모델로 TV에 얼굴을 계속 비춰왔기 때문에 장동건과 함께 최고 인기스타로 각광을 받아왔습니다. 4년 8개월만에 그녀가 첩보 액션물 <아이리스>로 컴백했지만 초반과는 달리 요즘은 조연급 김소연에 밀리는 느낌이네요. 사실 연기경력으로 보면 김태희는 김소연에 비해 상대가 되지 않죠. 연기경력 7년의 김태희가 16년의 김소연을 따라가긴 무리인가 봅니다. 김소연은 대사를 하지 않은 무표정 연기에도 무엇을 말하는지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정도로 외면의 눈빛 포스 뿐만 아니라 내면 연기 또한 탁월합니다. 긴 머리를 쇼커트로 자르면서까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김소연의 액션 연기 투혼에 김태희와는 달리 많은 시청자들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네요.

초반 스피드한 전개와 김태희-이병헌의 키스신 등으로 일단 기선 제압에 성공한 <아이리스>의 비빌명기는 여전사 김소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주 김소연의 연기를 보면 '저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있었나?' 할 정도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김소연은 북한 호위부 총국 공작원인데, '폭풍간지', '미친 존재감'이라는 박철영(김승우)과 함께 냉혈적인 얼굴로 4회까지는 대사도 없이 잠깐씩 얼굴을 비췄습니다. 그런데 북한 최고인민위원장 윤성철의 경호실패 책임을 지고 감옥에 들어가는데, 박철영이 마지막 기회라며 일본에 있는 김현준(이병헌)을 반드시 죽이라고 하죠. 그래서 김소연이 이병헌과 함께 연기파트너가 되어 그녀의 연기 포스를 드러냈는데, 김태희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습니다.


일본으로 잠입한 김소연은 이병헌을 죽이기 위해 설원에서 그를 조준했으나 실패합니다. 그리고 이병헌에게 붙잡혀 아키타현 온천 여관에서 '죽여달라'고 했지만 이병헌은 그를 두번이나 살려줍니다. 여관에 붙잡혀 있으면서 공작원으로서 밥도 먹지 않고 버티다가 이병헌의 인간미를 읽고 눈물을 흘리며 죽을 먹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짜안했습니다. 여배우로서 몇 일을 굶고 허겁지겁 죽을 넘기는 모습은 그녀의 연기 내공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장면이죠. 또한 최승희(김태희)가 준 정체를 모를 알약을 먹고 거품을 무는 장면, 앰블런스를 타고가다가 혼자서 남자들을 다 해치우고 탈출하는 액션 장면은 '야 멋있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명장면이었습니다. 경호 실패 책임을 지고 지하 감옥에 있을 때도 철봉을 하며 '여전사' 이미지의 눈빛 연기를 보일 때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서운 포스입니다. 이 연기를 김태희가 했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보니 김소연 만한 아우라를 풍기지는 못할 듯 합니다.

이렇게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김소연은 이병헌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하면서 공작원 포스는 모두 버리고 이병헌과 수줍은 멜로신을 선보였습니다. 어제 김소연이 이병헌의 팔짱을 낄까 말까 하는 장면에서는 조금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차가운 공작원 이미지를 벗고 의외로 이병헌과의 멜로라인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꼭 키스를 하고 베드신을 찍어야 인상깊은 멜로신은 아니죠. 오히려 이병헌과 연결될 듯 말듯한 러브라인이 시청자들에게는 더 애틋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김태희는 <아이리스> 제작발표회에서  “연기를 배우는데 지난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혀 이번 <아이리스>를 통해 연기력 논란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소감으로 밝혔습니다. 그만큼 그녀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연기력 논란이 마음에 걸린 것입니다. 그런데 그 꼬리표는 여전합니다. 첩보액션 드라마 여주인공이지만 김태희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극의 흐름이 툭툭 끊기는 느낌입니다. 이에 반해 김소연은 이병헌과 설원의 격투신, 앰블런스 탈출신, NSS 심문실에서의 개거품 연기 등 어떤 연기를 해도 전혀 어색한 느낌이 없습니다. 또한 김소연은 여배우들이 기피하는 '망가지는 연기'를 아주 자연스럽게 소화해내 '캐릭터속에 몰입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아이리스>에서 배우 김소연은 없고 북한 호위부 공작원 김선화만 있을 뿐입니다. 시청자들은 연기 경력 16년차의 김소연 이름보다 피도 눈물도 없는 북한 공작원 김선화를 기억하며, 그녀의 연기에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선덕여왕>의 비밀병기 비담 김남길은 완벽한 캐릭터를 소화해내 <선덕여왕> 출연 배우중 요즘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김소연은 <아이리스>의 숨겨둔 히든 카드인지 모릅니다. 초반 이병헌과 김태희와의 멜로신은 주춤할 것 같고 이제 김소연-이병헌 러브라인이 가동될 것 같습니다. 첩보 액션이기 때문에 멜로신이 많이 나오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이병헌-김소연 라인이 연결되면 김태희보다 훨씬 더 많은 시선과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소연은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공작원 포스 뿐만 아니라 수줍은 새색시같은 러브라인이 의외로 이병헌과 잘 어울리네요.

이제 중반부를 향해가는 <아이리스>는 수목드라마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 돌풍의 중심에 물론 이병헌이 있지만 비밀병기 김소연 때문에 그 돌풍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카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