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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선덕여왕' 또 연장? 지금도 지루하다

by 카푸리 2009.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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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사극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선덕여왕>에 대한 추가 연장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당초 50회로 예정된 <선덕여왕>은 드라마 완성도는 고려하지 않은 채 시청자들의 인기만 믿고 62회까지 연장해 올 연말에 종영될 예정이었습니다. 무려 12회를 연장하다 보니 시청자 게시판에는 방송 후 부쩍 '지루하다', '스토리 전개에 뜸을 너무 들인다'는 불만이 가득한 마당에 다시 추가 연장을 계획하고 있다니 어안이 벙벙할 뿐입니다. 추가로 12회 연장을 하다 보니 지금도 <선덕여왕>은 질질 끈다는 인상이 너무 강합니다. 극 초반 빠른 전개와 전쟁신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더니 조금 인기가 있자 1차 연장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추가 연장까지 한다는 것은 시청자들 볼모로 한 장삿속입니다.

연장설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은 최근 8회 연장에 합의한 고현정이 추가로 2회를 더 연장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제작진은 연말까지 뿐만 아니라 내년초까지 월화드라마의 아성에서 내려 오지 않겠다는 의지가 너무 강합니다. 그리고 <선덕여왕>의 후광에 힘 입어 2010년에도 MBC가 월화드라마에서 승승장구하려는 사전 포석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러나 추가 연장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당초 계획대로 50부작으로 끝낸다면 지금 <선덕여왕>은 한창 클라이막스로 치달을 것입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12회를 연장해 놓고 보니 스토리를 질질 끌 수 밖에 없습니다. 마치 엿가락 늘이는 듯 합니다. 한 장면으로 넘어갈 신도 자꾸 얼기 설기 여러 신을 만들어 시간을 끄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이렇다 보니 엿가락 처럼 늘어진 <선덕여왕>을 보는 시청자들은 짜증스럽습니다. 비담 김남길 등장 이후 40%까지 치솟던 시청률이 요즘 점점 하락하고 있는 것은 더딘 드라마 전개에 불만이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요일은 다르지만 최근 방송을 시작한 첩보 스릴러 <아이리스>가 빠른 전개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는 것도 상대적으로 <선덕여왕>의 느린 전개에 더욱 불만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MBC는 웰 메이드 사극 <선덕여왕>이 좀처럼 나오기 힘든 대작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오래 오래 인기가 유지되길 바랄 것입니다. 지난 19일 엄기영 사장은 본부장급 회의에서 '<선덕여왕>, <지붕뚫고 하이킥> 덕분에 5개월째 MBC가 경쟁력 1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는데, 엄사장의 이 발언은 연장설과 무관하지 않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잘 만든 드라마라고 해도 무리하게 연장을 하게 되면 그 끝은 항상 웰 메이드에서 '욕 먹는 드라마'로 전락한 전례가 많습니다.

지난해 종영된 S본부의 <조강지처 클럽>은 막장드라마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높아 당초 80회로 계획됐던 드라마를 무려 24회나 연장하여 104회로 끝마쳤습니다. 불륜을 소재로 한 이 드라마는 연장 방송으로 인해 무리한 스토리 전개와 억지 설정으로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 '찌질이 클럽'이란 오명을 뒤집어 쓴 채 종영됐습니다. 시청률은 높았으나 웰 메이드작품이란 소리를 듣지 못한거죠. 또한 지난 2006년 인기리에 방송되던 <소문난 칠공주>는 30회 연장 방송을 한다고 발표한 후 그 주에 시청률이 10%나 급락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지루한 이야기 전개에 짜증난다는 반응을 보인거죠.


방송가의 드라마 연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인기가 있다고 연장 방송을 하는 관행은 오래전 부터 계속돼온 방송가의 관행입니다. <주몽>도 20회나 연장을 했고, <소문난 칠공주>, <외과의사 봉달희> 등 잘 나갔던 드라마들은 모두 연장을 했습니다. 시청률이 높으면 광고가 완판되기 때문에 방송사는 이익이 될지 몰라도 제작사는 추가 부담이 상당히 클 수도 있습니다. 가뜩이나 연일 강행군 촬영을 하다보니 이요원은 대상포진으로 촬영이 불가할 정도로 힘들어 하고, 연장 방송에 따라 배우들의 추가 개런티 문제 등 만만치 않은 난제들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있으니 가능한 오래 오래 <선덕여왕> 인기 그래도 유지하려는 MBC의 연장 움직임은 방송사 이익만을 쫓는 행태입니다.

물론 연장방송이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드라마 구성과 내용이 탄탄하게 전개된다면 연장을 해도 불만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선덕여왕>은 결론이 뻔한 역사적 상황을 시청자들이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회마다 수수께끼 풀듯 이상 야릇한 궁금증을 갖게하고 그 다음주에 궁금증을 풀어주게 하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MBC는 드라마 왕국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선덕여왕> 연장 방송에 욕심 부리지 말고 <선덕여왕>을 명품 드라마로 끝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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