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타다가 마지막으로 꺼질 때쯤이면 꺼져가던 불꽃이 순간적으로 환하게 타오릅니다. 그리고는 이내 힘 없이 꺼져버리고 맙니다. 꺼질 줄 모르던 미실의 촛불이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습니다. 미실은 새주, 궁주의 권력도 그리고 황후의 꿈도 모두 버리고 이제 자신이 직접 부군이 되어 신라를 차지하겠다는 야심을 갖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습니다. 여자인 덕만도, 나이도 어린 진골 춘추도 왕을 하겠다고 하는데 미실은 ‘이 미실이라고 못할 것 없다’며 덕만과 일전불사할 태세입니다. 그 일전불사 첫 번째 경기로 어제 43회에서 덕만은 ‘조세개혁’을 들고 나왔는데, 한 치 양보 없는 막상막하 대결입니다. 누가 이기든 패자는 역사 속에서 영원한 패자로 기억될 수 밖에 없는 명승부전입니다.

덕만은 그동안 삐딱선을 타던 춘추의 힘과 유신, 알천, 비담과 힘을 합쳐 조세개혁을 추진합니다. 대귀족들과 중소귀족들 간의 분열을 노린 것인데, 만약 조세개혁안이 부결돼도 ‘화백회의’ 실체를 백성들에게 알리겠다는 것이 덕만의 계략입니다. 조세개혁안을 두고 덕만측과 미실측은 귀족들을 서로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합니다. 덕만은 유신과 춘추의 의견대로 귀족들을 분열시킬 수 있는 조세개혁안의 기준을 5천석으로 결정합니다. 5천석 이상 토지 소유자는 중과세를 하고, 500석 이하 토지 소유자는 세금을 적게 부과하는 누진세 개념입니다. 마치 참여정부시절 ‘종부세(종합부동산세)’를 연상케 하는 정치 풍자같습니다. 가끔씩 현실 정치를 풍자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입니다.


편전회의에서 논의된 조세제도는 화백회의에서 통과돼야 법으로 집행될 수 있는데, 덕만은 미실측 귀족들은 분명 반대를 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미실은 덕만의 의중을 한 수 먼저 읽고 의외로 반대표 1명을 제외하고 찬성표를 던지게 합니다. 반대표를 던지게 되면 백성들에게 미실측에서 조세개혁을 반대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미실은 이를 미리 파악하고 한 사람을 빼고 모두 찬성표를 던지게 한 것입니다. 신라의 화백회의는 만장일치제가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전통이기 때문에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면 부결되기 때문입니다. 미실측 귀족들은 백성들에게 원성을 사지 않고 조세제도 개혁안을 부결시킴으로써 명분도 얻고 실리도 얻은 셈입니다.

그러나 덕만은 미실의 이런 수를 미리 읽은 듯 합니다. 반대 1표가 나와 조세개혁제도가 부결되자, 덕만은 또 다른 안건을 발의합니다. 바로 화백회의 의사결정 제도를 ‘만장일치제에서 다수결로 바꾸자!’는 것이었습니다. 미실은 대대손손 내려오던 화백회의 의사결정을 덕만이 다수결로 바꾸자는 것까지는 생각지 못한 듯 합니다. 풍월주를 뽑는다거나 다른 모든 사안들은 ‘(중망결)다수결’로 의사결정을 하는데, 오직 화백회의만 만장일치제로 하는 것은 귀족들의 이익만 쫓는 것이기 때문에 다수결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실측 귀족들은 반대할 수도 없는 ‘다수결의 원칙’을 두고 덕만에게 한 방 얻어맞은 표정입니다. 만약 이를 반대하면 미실측 귀족들에 대한 백성들의 원성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죠.

덕만과 미실은 조세개혁안을 두고 벌인 승부에서 결정이 나지 않자, 미실을 평생 흠모하던 칠숙이 최후의 수단 즉 무력을 동원할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화랑세기>에 나오는 ‘칠숙의 난’이 일어나는 게 아닐까요? 어제 미실은 칠숙에게 “나를 원망하느냐?”고 묻자 칠숙은 “건사할 가족도 지켜야할 재물도 없다”며 미실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미실에게 충성을 다하겠다는 맹세입니다. 예고편에 나온 미실의 난은 칠숙의 난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미실이 반란을 일으켰다 하더라고 칠숙이 미실편이기 때문에 칠숙의 난이라 해도 틀린 게 아니죠. ‘비담의 난’은 선덕여와 재위 말년에 일어난 것이기 때문에 너무 이르죠. 그런데 미실은 명분을 중요하게 여기는 인물인데, 군사정변을 일으킬 정도로 마음이 급했을까요? 명분보다 부군에 대한 욕심이 극에 달한 것입니다. 덕만이 ‘미실이 미쳐가는군’ 하는 것을 보면 미실이 정도를 걷지 않는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예측됩니다. 예고편에 비담이 묶여 있는 것이 나왔는데, 미실은 비담이 가장 먼저 자신이 난을 일으킬 것이라는 것을 알고 미생을 시켜서 염종에게 붙잡아두라고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미실은 비담이 덕만, 미실 어느쪽도 도울 수 없는 입장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또한 미실은 춘추에게 “권력은 머리로만 되는 게 아니다. 권력을 얻으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일생을 꿈꿔 오던 초라한 황후의 꿈을 버리고 직접 부군이 되겠다고 선언한 이상 미실은 목숨을 걸고 덤빌 것입니다. 미실은 그 정도의 담대함과 군사력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덕만도 비밀리에 군사력을 양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덕만과 미실측 군사력 대결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것인지 모릅니다. 미실은 덕만이 가야세력의 군사들을 비밀리에 양성해오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죠.


미실은 지금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습니다. 그 불꽃이 화려하다 못해 위태로운 지경입니다. 미실이 어제 칠숙에게 “(부군이 되겠다는 것을) 10년만 빨리 생각했어도...”라며 회한에 잠겼는데요. 이는 그만큼 마음이 급해진 것입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으니(60이 넘은 나이죠?) 이제 더 이상 미적거릴 시간이 없다고 본 것입니다. 또 살 만큼 살았으니 목숨 걸고 덤비겠다는 의지를 덕만과 춘추에게 선전포고 한 후 일전 불사 태세로 나오는 것입니다. 명분과 실리 모두를 쫓을 방도가 없자 결국 미실은 무리수를 두게 되고, 이 수가 바로 군사정변일 것입니다. 그 정변이 <화랑세기>에 나오는 ‘칠숙의 난’일 것입니다. 마지막 불꽃을 활활 태우는 미실은 오늘부터 불꽃이 서서히 꺼져갈 것입니다.

그러나 <선덕여왕> 예고편은 ‘낚시밥’이란 얘기를 들을 정도라 오늘 45회도 예고편과 달리 ‘칠숙의 난’은 일어나지 않을지 모릅니다. 필탄랑의 아버지가 이끌고 온 군사들과 미실측 군사들이 대치하다 또 풀어지겠죠. 비담이 ‘막을 수 있는 것은 나밖에 없다구...’ 한 것도 어쩌면 이를 두고 한 말인지 모릅니다. 워낙 <선덕여왕>작가의 낚시밥이 요즘 킹왕짱 떡밥으로 시청자들이 덥석 덥석 물어왔으니까요. 어쨌든 48회까지 고현정이 출연한다고 하니 미실은 이제 마지막 불꽃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Posted by 카푸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그러게요.. 이놈의 낚시밥 왜 자꾸 덥석 물게 되는지 ㅎㅎ

    좋은 글 재밌게 읽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

  2. 작가의 상상력에 TV를 시청하는 50%의 가구가
    놀아나는 군요~
    멋진 해설 잘 보았습니다.

  3. 어제 정말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거기에 예고편을 보는순간 뜨악!@
    오늘 절대로 놓칠수 없는 10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며!!

  4. 그래서 전 되도록이면 떡밥은 안물려고 해요.
    그런데도 예고편이 자꾸 신경은 쓰이지요?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