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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아이리스 김태희, 연기력을 재발견하다

by 카푸리 2009.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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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 하면 생각나는 게 엄친딸, CF퀸, 연기력 논란입니다. 엄친딸과 CF퀸은 배우로서 그리 나쁠 것이 없지만 ‘연기력 논란’ 만큼은 참 부끄러운 이미지입니다. 서울대를 졸업한 수재 배우로서 머리만큼 그녀는 왜 연기력이 따라주지 않을까요? 이 문제는 그동안 수없이 논란이 돼 왔던 문제고, 시청자들 또한 아직도 궁금해 하는 사안입니다. 물론 김태희 본인도 그렇지만요. 그런데 이번 <아이리스>에서는 더 이상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고 싶지 않다는 게 그녀의 다짐일 것입니다. 더 이상 드라마에서 연기력 논란을 빚기에는 그녀의 연기경력이 8년이나 돼 이젠 부끄러울 정도의 필모그래피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방영전부터 200억원을 들인 초대형 블록버스터급 드라마 <아이리스>가 어제 첫 방송되었습니다. <아이리스>는 한국형 첩보액션 드라마로 2차 한국전쟁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해나가는 국가안전국(NSS)과 비밀단체 '아이리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첫 방송에서 김태희는 상큼한 대학생 모습으로 이병헌과의 운명적인 사랑을 예고하며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극중 김태희는 국가안전국(NSS) 소속 대테러 2팀장(최승희)인데, 처음에는 이 사실을 숨긴 채 대학 강의실에서 해박한 지식을 드러내며 이병헌과의 마음을 빼앗습니다. 지적이고 당찬 매력으로 누가 봐도 첫 눈에 남자의 마음을 빼앗을 만한 미모를 가지고 있는 여자입니다. 그러나 남자들이 단번에 반할 미모지만 폭탄주를 물마시듯이 마시는 호방한 성격도 보입니다. 이병헌(김현준)은 폭탄주 대결에서 김태희에게 나가 떨어져 첫 만남부터 이병헌이 김태희의 술에 한판패를 당하지만 왠지 김태희에게 끌립니다.


첫 방송을 보니 지금까지 김태희가 보여왔던 연기력 논란보다 <아이리스>에서 그녀가 자신의 이미지에 걸맞는 배역을 맡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가안전국 대테러요원이 되려면 머리도 좋고, 얼굴도 예쁘고 만능이 돼야 하는데 김태희는 첫 회에서 이런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공부 잘하고 똑똑한데다 폭탄주도 잘 마시고, 얼굴은 대한민국 최고 ‘얼짱’ 이미지를 가졌으니 실제 생활의 ‘엄친딸’ 이미지가 오히려 <아이리스> 배역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김태희는 앞으로 <아이리스>에서 첩보원으로 활동하면서 이병헌과 정준호와의 삼각 러브라인을 그려나갈 것입니다. 대한민국 최고 미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완벽한 미모를 자랑하는 그녀가 두 남자와의 사랑이야기를 어떻게 그려나갈지 기대됩니다.

김태희는 대학생때 우연히 광고모델로 발탁된후 드라마, 영화에 출연했지만 딱히 그녀의 대표작으로 떠오르는 작품이 없을 정도로 지독한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습니다. 데뷔 후 체계적으로 연기를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잇따라 작품에 나오다 보니 연기력 논란은 어쩌면 피할 수 없었는지 모릅니다. 드라마나 작품에서 이렇다 할 활동이 없지만 CF에서는 신비한 이미지로 나와 대중들에게는 그 어떤 여배우보다 잘 알려진 배우입니다. 즉 대중들에게 인지도는 높지만 소위 흥행파워는 별로 없는 배우라고 각인돼왔습니다. 그럼 CF에서는 잘 통하는데, 왜 김태희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연기력으로 인정받지 못할까요? 아마도 이 문제는 그녀를 따라다니고 있는 서울대출신 ‘엄친딸’과 ‘CF퀸’에서 찾아야 할 듯 합니다.

2003년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한유리 역할로 출연할 때부터 서울대출신이라는 학력 때문에 그녀는 연기외적인 문제로 평가받았습니다. 서울대출신이라는 이유로 연기 또한 다른 배우들에게 비해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기대심리 때문에 다른 여배우만큼 해도 그녀의 연기력은 언제나 저평가됐습니다. 그녀가 출연한 드라마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영화 <중천>(2006년), <싸움>(2007년) 등이 빛을 보지 못한 것도 연기력이 없는 김태희 때문이라고 억울한 비판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또한 CF에서 보여지는 신비하고 완벽한 미인 이미지는 드라마에서 비춰지는 현실적인 모습과 괴리가 있었습니다. 그 괴리만큼 대중들은 이를 연기력이 부족하다고 매도합니다.


4년 8개월만에 복귀한 <아이리스>는 그녀가 연기력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지 모릅니다. 이제 그녀의 나이가 다음 작품을 기대하기에는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얼굴 예쁘고 연기 잘하는 후배들이 그녀의 CF퀸 자리마저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정을 김태희가 모를리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아이리스> 출연을 앞두고 그녀는 연기력 보완에 많은 땀을 흘렸습니다. 그런 땀 때문인지 첫 방송에서 보여준 김태희의 연기력은 예전에 비해 한층 성숙하고 안정된 모습이었습니다. 이병헌과 폭탄주를 놓고 한치 흐트럼없이 술로 이병헌을 능가하는 포스를 보니 김태희의 연기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느낌이었습니다. 발음도 좋아지고, 극 전개에 따른 얼굴 표정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어제 첫 방송에서 <아이리스>는 평균시청률 19.3%를 예고하며 수목드라마중 대박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대박은 김태희 연기력보다 이병헌 때문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리고 김태희로서는 이병헌과 같이 연기하는 것이 연기력 논란을 벗어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녀 또한 이번 <아이리스>를 통해 ‘CF퀸, 엄친딸’ 이미지를 벗고 연기 잘하는 배우 김태희 소리를 듣고 싶어할 것입니다. 그러나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데 연기까지 잘하는 김태희를 냉정하게 평가해 줄 지는 의문입니다. 사람이란게 나보다 잘난 사람은 일단 부정적, 비판적 시선으로 바라보기 쉽기 때문이죠.

배우에게 연기력논란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인지 모릅니다. 김태희는 남보다 뛰어난 학력과 미모를 지녔다는 것 때문에 ‘이유없이 기분나쁘다’고 해서 생긴 안티팬도 많습니다. 안티팬을 김태희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오직 연기력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이번 <아이리스> 캐스팅이 확정된 후 김태희는 연기학원에 나가 다시 연기를 배울 정도로 열정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런 열정이 20부작이 끝날 때까지 계속 이어진다면 김태희의 연기력 논란은 해묵은 논쟁이 될 것입니다. 어쩌면 김태희에게 <아이리스>는 연기력 논란을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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