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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돋보기

노무현 vs 체 게바라 티셔츠 열풍

by 카푸리 2009.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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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이 홍보를 위해 티셔츠에 본인의 사진이나 캐리커쳐를 그려넣어 제작한 티셔츠는 많습니다. 또 일부 연예인 팬들은 직접 좋아하는 연예인 티셔츠를 만들어 콘서트나 팬미팅 때 입고 나와 열정을 과시하기도 합니다. 정치인들이 티셔츠 모델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가장 유명한 모델은 역시 혁명가 체 게바라일 것입니다. 한때 우리나라도 젊은층들에게 체 게바라 티셔츠 열풍이 불기도 했습니다.

노대통령의 서거후 젊은 이들 사이에 노무현대통령의 디자인이 들어간 티셔츠가 제작되어  영결식때 입고 나오기도 했습니다. 티셔츠의 원본 도안을 담당한 제작자가 상업적인 목적이나 여타 불건전한 목적이 아니라면 어느 곳에 사용해도 괜찮다고 했지만, 영결식후 체 게바라 처럼 젊은이들 사이에 크게 유행 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프랑스의 한 방송 앵커가 입은 故 노무현전대통령의 티셔츠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앵커가 입은 티셔츠에는 노대통령의 얼굴과 그 아래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어떻게 프랑스 앵커가 '노무현티셔츠'를 입게 되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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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낯선 이국땅에서 노무현티셔츠 입은 사람을 보니 마치 외국에서 태극기를 보는 듯한 야릇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대통령은 쿠바의 혁명가 체 게바라와 여러가지로 비교되기도 했습니다. 체 게바라는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저항의 상징이었습니다. 체'란 '친구' 또는 '동지'라는 뜻입니다. 노전대통령에게 '바보'라는 애칭을 붙여주듯이 '체'란 게바라에 대한 친근함의 표시입니다. 노전대통령과 공통점은 똑같이 '민중운동' 투사의 모습을 보인점, 그리고 낮은 곳을 향하는 인간적인 모습, 권력주의에 저항하는 사람냄새 나는 혁명 등입니다. 그리도 두 사람의 티셔츠가 시간적 차이를 두고 유행하고 있습니다.

필자가 대학 다닐때는 체 게바라 티셔츠를 입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생각되던 때였습니다. 암울했던 80년대 캠퍼스에서 베레모를 쓴 게바라의 사진은 강렬한 눈매, 민중을 향한 눈빛 등으로
영원히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 같은 포스가 났고, 독재와 권력에 맞서는 메시아 같았습니다. 안정된 의사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게바라는 조국 아르헨티나가 아닌 남의 나라에 가서 독재정권과 맞서 싸웠습니다. 여기서 필자가 게바라의 혁명정신과 투쟁사를 논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한 때 젊은이들이 유행처럼 입었던 게바라의 티셔츠 열풍이 이제 우리의 '바보 노무현 티셔츠'로 불기 바라는 것입니다.

노전대통령은 '민주주의', '희망', '소통'하는 아이콘으로 서거 이후 재평가 붐이 일고 있습니다.  가난과 학벌을 뛰어넘어 주류보다 늘 비주류쪽에 있으면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우직한 '바보'의 모습을 지켰던 노무현의 신화와 인생역정은 '노짱'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점은 대통령으로서 결코 바람직하지 못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하고, 노대통령 서거를 정치적으로 너무 이용한다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또한 노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를 이어가는 것이 현 정권을 부정하고 무작정 '반대'하는 것으로 오해되고 있어 보수와 진보간의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 덕수궁 대한문 앞에 설치되어 운영되어온 노대통령의 시민분향소가 결국 보수단체 회원들에 의해 완전 파괴된 것도 보수, 진보간의 충돌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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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거리에서 노전대통령의 추모열기와 그의 정신을 이어 나가는 것을 두고 더 이상의 충돌을 피하는 것은 체 게바라 티셔츠처럼 '바보 노무현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것입니다. 체 게바라 티셔츠를 입고 있는 것만으로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마음에 담고 있는 듯이 느껴지던 대학시절을 생각해보면 '바보 노무현 티셔츠'도 입고 있는 사람이나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 모두에게 '바보 노무현 정신'을 심어주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분향소, 경찰과의 충돌보다 이런 티셔츠 붐이 일어나는 것을 누구는 더 무서워할지 모릅니다. 비폭력 저항정신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앵커가 난데없이 故 노무현전대통령 티셔츠를 입고 방송을 했다는 뉴스를 보니 다시 노무현대통령이 생각납니다. 젊은층에서 좋아하는 연예인 티셔츠를 입기보다 '바보 노무현티셔츠'를 입는 붐이 일기를 바라며, 이것으로 노무현정신을 이어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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