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왜 킬힐을 신은 여자를 좋아할까?

여성들 패션의 완성은 구두라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 거리에 나가보면 여성들 굽높이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15cm나 되는 아찔할 정도의 킬힐(Kill Hill)을 신고 거리를 아슬 아슬하게 활보하고 있습니다. 경제가 어려울 수록 치마 길이가 짧아진다는 속설이 있는데, 요즘은 여성의 구두굽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킬힐이 여성들 발 건강에는 좋지 않다고 하는데, 킬힐을 신은 여자들을 보는 남성들은 좋기만 합니다.

남자들 치고 섹시한 여성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여성들이 하이힐을 신는다고 모두 섹시한 것은 아닙니다. 남자들이 하이힐을 신은 여성을 좋아하는 이유가 단순히 섹시하게 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것은 피상적인 이유지,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사무실에는 여성직원이 5명 있습니다. 모두 미혼입니다. 이중 킬힐을 즐겨 신는 여직원은 2명입니다. 나머지 3명은 평범한 구두를 신고 다닙니다. 그런데 킬힐을 신는 여직원은 남성들 못지 않게 일도 잘하고 진취적입니다. '여자기 때문에~'라는 이미지가 전혀 보이지 않고, 어떤 분야에는 남자들보다 뛰어난 업무 능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킬힐을 신는다고 모두 다 진취적이고 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킬힐을 신는 여성들의 성격은 좀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여성들이 다 킬힐을 신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패션을 선도하는 멋쟁이들이 신는 것도 아닙니다. "내게 킬힐은 정복의 의미다"는 말과 같이 적어도 15cm의 킬힐을 신을 정도의 여자라면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일 것입니다.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여자라면 킬힐을 신는데 주저할 것입니다. 즉, 킬힐은 수동적인 여성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이는 요즘 남성들이 과거에 비해 집에서 살림만 하는 여성보다 맞벌이를 하는 등 적극적인 여성을 좋아하는 것과 관계가 있습니다.

킬힐에는 예뻐보이고 싶은 미학적 기능도 있지만 현대 여성들의 위풍당당함이 담겨 있습니다. 저렇게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어떻게 다니지? 하는 마음을 갖는 남성들에게 '난 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높아진 굽 높이만큼 여성들의 당당함도 올라간 느낌입니다.

과거의 남성들은 하이힐을 신은 여자들의 미적인 면을 보고 좋아했지만 지금은 킬힐을 신은 여성들의 자신감과 당당함 때문에 좋아하는 것입니다. 이는 시대 조류의 변화도 한 몫 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이 더 이상 남성들의 수동적 입장이 아니라는 겁니다.

여성들이 킬힐을 신는 또 하나의 이유는 나보다 더 큰 남자를 만나고 싶은 욕망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왕이면 키 작은 남자보다 훤칠한 키를 가진 멋진 남자를 만나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여성들 또한 조금 더 커보이고 싶은 욕구가 맞아 떨어져 킬힐을 신는 것입니다. 이 또한 수동적으로 자신의 작은 키를 받아들이는 여성보다 킬힐을 신고 작은 키의 운명(?)을 적극적으로 바꾸어 나가는 여성이 남자들에게는 더 예뻐보이고 웬지 끌리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데렐라의 유리구두 하나로 여자들의 꿈이 실현되기를 기다리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요즘 여성들은  유리구두가 아니라 치명적인 유혹이라는 킬힐을 신고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하며 백마탄 왕자들을 직접 선택하는 시대입니다. 남성들 역시 전통적으로 조신하고 현모양처같은 여성들이 신던 평범한 구두를 벗어던진 여성들에게 시선이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이힐을 '남자 잡는 구두'라고 하나봅니다.

심리학자들은 구두가 '자아'를 의미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살을 할 때 신발을 벗어둔채 목숨을 끊는 것은 '자아'를 버리고 가는 것입니다. 여성들의 자아, 즉 신발의 굽이 킬힐로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자아' 또한 높아진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킬힐을 신고 위풍당당한 '자아'로 살아가는 여성에게 남성들이 열광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봅니다.

신데렐라를 꿈꾸던 여자들의 구두가 변하고 있습니다. 킬힐을 신은 여자는 당당함과 자신감이 있습니다. 그 위풍당당함 때문에 남자들은 킬힐을 신은 여자들을 좋아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