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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비평

박중훈이 <주병진쇼>를 진행했다면

by 카푸리 2009.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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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훈이 그의 이름을 건 토크쇼에서 4개월만에 하차를 했습니다. 출연진은 최고, 토크 수준은 최악이라는 시청자의 혹평에 결국 박중훈이 두 손을 들었습니다. 제작진이 집단MC체제로 포맷의 변화를 주려했지만 박중훈이 고사해 결국 단명 프로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만약 박중훈이 <주병진쇼>를 진행했다면 주병진만큼 성공했을 것입니다. 박중훈은 다만 시대를 잘못 타고났을 뿐입니다.

요즘 잘 나간다는 예능프로들은 모두 집단MC체제입니다. 물론 메인MC가 있지만 6~7명이 나와 경쟁적으로 한마디씩 하며 필살의 웃기기 경연을 합니다. 집단MC체제는 어느 누구 한사람이 웃기지 않거나 그냥 있어도 프로그램이 죽지 않습니다. 대신 집단MC중 유난히 웃긴다거나 몸개그를 보여주면 인터넷 연예란에 ‘프로그램을 살렸다’, ‘예능 감각 최고’라는 찬사 일색의 기사를 다음날 뉴스나 블로그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즉 여러명의 MC중 한 두명만 웃겨도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집단MC의 장점입니다.

<무한도전>,  <1박2일>, <패밀 리가 떴다> 등 주말 예능 프로들은 하나같이 집단MC체제입니다. 그런데 <박중훈쇼>는 1인 MC체제입니다. 90년대 토크쇼에서 주병진, 서세원, 이홍렬이 자기 이름을 걸고 토크쇼를 진행해 모두 성공했습니다. 당시는 시청자들이 집단MC체제보다 단독MC체제에 길들여져 있었기 때문에 MC가 다소 실수를 하거나 웃기지 않더라고 참아주었고, ‘출연자’에 더 관심을 갖고 봤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MC 한사람이 나와서 원맨쇼 하는 것을 시청자들이 참지 못합니다. 한 사람이 진행하다 보니 계속 웃기거나 재미있게 풀어나가는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차분하고 준비를 잘해서 방송을 해도 늘 ‘재미 없다’, ‘토크쇼가 뭐 이래?’ 하는 악평 뿐이었습니다. 집단MC체제의 예능 프로에서도 물론 특정MC들에 대해 ‘돈이 아깝다’, ‘하차시켜라’ 등 악평이 쏟아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집단MC체제는 다른 MC들이 웃겨주어 비난의 목소리가 다소 완화되지만, 단독MC는 무차별로 시청자들과 네티즌들의 혹평을 온 몸으로 다 받아들여야 합니다.

<박중훈쇼>는 시작부터 시청자들의 혹평을 받았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집단MC체제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이 적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요즘 예능프로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자막이 나오지 않아 토크만으로 재미를 주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무한도전, 1박2일 등은 MC들의 토크외에도 자막으로 더 큰 웃음을 줄 때가 많습니다. 자막이 또 다른 맴버 한사람 몫을 한다고 할 정도로 예능프로에서 쉴 새 없이 나오는 자막에 시청자들은 어느새 익숙해져 버린 것입니다.

특히 일요일 자막과 함께 재미를 주는 <1박2일>, <패떴>이 방송된 후 잠자리에 들 시간인 밤 11시 넘어서 <박중훈쇼>가 나오기 때문에 박중훈의 최악의 조건에서 쇼를 진행했습니다. 아무리 재미있어도 한주가 시작되기 전 일요일 심야시간에 1인 토크쇼를 잘봐주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여건에서 박중훈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지연과 혈연, 학연 등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섭외하기 힘든 장동건, 김태희, 3당 원내총무 등을 초대해 박중훈쇼만의 재미를 주려고 했는데 시청자들은 실망만 했습니다. 박중훈쇼가 적응되려면 최소 6개월정도는 지나야 하는데, 그 6개월도 시청자들은 참지 못했습니다. 사실 <윤도현의 러브레터>도 이소라에서 윤도현으로 바뀐후 처음에 적응이 안돼 ‘이거 뭐야?’ 했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윤도현의 차분하고 인간적인 면이 부각되면서 심야 음악방송으로는 높은 인기와 시청률을 자랑했습니다. 퀵 예능에 적응돼버린 시청자들에게 박중훈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박중훈은 시대를 잘못 타고 났습니다. 만약 주병진쇼가 방송되던 90년대 1인MC체제의 토크쇼를 진행했다면 틀림없이 성공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박중훈쇼>는 실패가 아니라 트렌드에 맞지 않은 토크쇼였고, 그 결과는 박중훈이 지는게 아니라 제작진이 져야 합니다. 애초부터 예능 프로의 트렌드를 제대로 읽지 못한 제작진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책임을 박중훈이 다 지고 물러났습니다.

박중훈에게 높이 사고 싶은 것은 제작진이 집단MC체제로 가자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련을 두지 않고 하차를 결정한 것입니다. 인기가 없어도 시간이 지나면 뜰 수 있기 때문에  보통사람이라면 미련을 둘 수도 있는데, 박중훈은 아름다운 하차를 선택했습니다. 그 선택에 박수를 보냅니다.

박중훈쇼는 실패가 아니라 시대를 잘못 타고났을 뿐입니다. 최선을 다한 박중훈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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