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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비평

'무릎팍', 장서희의 감동과 눈물 바이러스

by 카푸리 2009.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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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역, 조연...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긴 무명생활.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 언젠가 한 줄기 빛이 올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무명의 설움과 아픔을 딛고 대한민국의 대표 배우가 된 장서희!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장서희가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눈물을 보였습니다. 장서희가 무명생활의 설움을 이야기하자 무릎팍도사 강호동이 먼저 눈물을 보였고, 이어서 장서희도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장서희가 뿌린 연기 인생의 감동과 눈물 바이러스는 시청자들까지 감염시키고 말았습니다.

여배우들이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상을 받고 눈물을 쏟는 것은 기쁨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정상에 서기까지 고생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한꺼번에 스쳐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쏟아지는 것입니다. 장서희는 2002년 <인어아가씨>로 연기대상을 받을 당시 무명시절 고생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닭기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아내의 유혹>에서 구은재로 출연하며 연기자로서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는 장서희가 무릎팍도사에서 글썽였던 눈물 역시 무명시절의 설움과 아픈 기억들을 고백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보인 눈물입니다. MBC 지하 화장실이 그녀의 아지트일 정도로 그녀는 혼자서 많이 울었습니다. 인간 장서희의 솔직담백한 고백과 감동 바이러스가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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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희 없는 <아내의 유혹>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막장이라는 하지만 평일 저녁시간대에 <아내의 유혹>이 시청률 35%대 내외를 유지하는 것은 장서희의 공이 크다는데 이견을 다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막장의 책임이 있다면 작가에게 있습니다. 장서희는 막장 대본에도 불구하고 연기력 하나로 <아내의 유혹>을 최고의 드라마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일일드라마의 여왕으로 우뚝 섰습니다.

그러나 오늘이 있기까지 장서희는 다른 톱스타들과 달리 평탄한 배우의 길을 걸어오지 못했습니다. 무명의 설움과 고통이 그만큼 컸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아역때부터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MBC 공채 텔런트 19기로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이때 그녀의 나이가 27살입니다. 여배우로서는 적지 않은 나이입니다. 데뷔후 그녀는 사극 <용의 눈물>, <왕과 비>, <한명회>, <허준> 등은 물론 현대극 <그여자>, <작은 도시>, <엄마는 출장중>, <사랑을 위하여>, <불꽃>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단역이나 빛이 나지 않는 조연에 머물러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빛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던 오랜 무명생활 끝에 2002년 장서희에게 드디어 기회가 왔습니다. <인어아가씨>의 ‘은아리영’으로 캐스팅되었는데, 그녀의 표현대로 정말 죽기살기로 주인공 캐릭터에 몰입했습니다. 이 드라마가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지긋 지긋한 10년간의 ‘무명’ 딱지를 떼고 스타덤에 오르는 듯 했습니다. 다시는 무명생활로 가지 않고 이제 화려하고 탄탄한 톱스타의 길만 갈줄 알았습니다. 44.5%의 대박시청률을 보인 <인어아가씨로>로 장서희는 그 해 MBC연기대상을 비롯하여 총 5개 부문의 상을 휩쓸어 역대 수상자중 가장 많은 상을 차지했습니다. 어쩌면 무명생활중에 받았어야 할 상을 한꺼번에 다 받아버린 격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불꽃이 너무 화려했는지 그 불꽃은 금방 꺼져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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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이후 그녀의 침체기는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연기침체 뿐만 아니라 각종 오해와 구설수에 휘말리기 시작했습니다. <인어아가씨> 주인공으로 출연 당시 작가를 로비했다는 의혹은 물론 2005년 <한밤의 TV연예>를 진행할 때 부은얼굴로 출연하는 바람에 ‘성형의혹’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이 두가지 의혹에 대해 장서희는 당당하게 입장을 밝혔습니다. 먼저 작가로비설에 대해 그녀는 "임성한 작가는 여자이며, 내가 로비를 해서 아리영 역을 맡게된 것이 아니고, 평소 저의 성실함과 오기를 예쁘게 봐준 덕"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성형의혹에 대해서는 "워낙 마른 얼굴이라 통통하고 예뻐보이고 싶어서 주사를 맞았는데 잘못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 이 두가지 의혹은 마치 화려한 불꽃이 지자 꺼져가는 불꽃에 물을 끼얹은 격이 되었고, 그녀는 다시 무명으로 돌아갔습니다.

2002년 이후 다시 시작된 무명생활은 그 이전의 무명생활보다 장서희를 더욱 힘들게 했습니다. 스타의 화려함을 맛본 장서희에게 무명은 고통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다시 온 무명생활과 그녀를 둘러싼 루머들은 오히려 장서희를 내적으로 단단하고 성숙하게 만들었습니다. 7년간을 와신상담한 끝에 지난해 <아내의 유혹>이라는 기회가 왔고 그녀는 당당히 재기했습니다. 평일 시간대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이기 때문에 사실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에는 ‘잘 돼야 본전’이라는 말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장서희는 오기를 갖고 극중 구은재역에 빠졌습니다. 구은재 캐릭터에 그녀가 걸어온 무명여배우의 설움과 아픔들을 모두 쏟아내었습니다. 그녀의 몸을 던지는 연기는 헛되지 않았습니다. 올해초부터 ‘귀가의 유혹’이라 불릴 정도로 <아내의 유혹>은 장안의 화제는 물론 장서희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고, 그녀는 ‘일일극의 여왕’이라는 호칭까지 얻었습니다. 그녀 말대로 <인어아가씨>가 빛이였다면 <아내의 유혹>은 무명에서 톱스타로 가는 발판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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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이제 장서희는 다시는 무명생활로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만큼 무명시절 연기내공 뿐만 아니라 인생의 내공까지 탄탄히 쌓아왔기 때문입니다. 무릎팍도사에 나와 고생담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글썽이던 그녀의 모습에서 톱스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녀의 그 진솔하고 인간적인 모습이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스타의 모습인지 모릅니다.

무릎팍도사가 인기를 얻는 것은 출연자들의 면모를 가감 없이 드러내 그 속에서 스타의 인간미를 엿보게 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속에 예능 프로의 속성인 재미도 찾고 있습니다. 이번주 장서희편은 스타의 인간미, 감동, 눈물에다 재미까지 더해진 무릎팍도사의 전형을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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