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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돋보기

재보선 장고 끝에 ‘악수’를 둔 박희태대표

by 카푸리 2009.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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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나라당 박희태대표는 불출마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 최문순의원이 비례대표 의원직을 사퇴하고서라도 4.29 재선거에서 박대표와 한판 붙자고 했는데, 한판 붙기도 전에 발을 뺀 형국이다. 일단 민주당 최문순의원은 초선의원으로서 손해볼 게 없다고 계급장 떼고 멋진 한판을 기대했지만 ‘볼만한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나라당 박희태대표의 불출마는 결국 ‘장고 끝에 악수’를 둔 격이 될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과 정부는 가뜩이나 민심 이반으로 어려운 입장인데, 당내 수장이 전쟁터에 가기 싫다고 하는 것은 한나라당과 정부 여당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물론 박희태대표는 휴가기간중에 당선 여부를 저울질하며 부인과 낙동강 주변에서 ‘유유히 흐르는 장강처럼 인생도 저렇게 사는게 좋겠다’는 부인의 권유에 따라 불출마를 결심했다고 한다. 오직 '개인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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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재보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한 박희태대표의 결정은 장고끝에 악수를 둔 것이 아닐까? 사진:뉴시스)

재보선 출마는 물론 박대표가 얘기한대로 개인적인 문제다. 그러나 지금 박희태대표는 개인이 아니다. 이 나라 집권여당의 대표다. 박대표는 본인에게 불리할 때에 ‘개인’을 너무 강조한 것이 아닌가? 박대표가 출마해서 설령 낙선한다고 해도 그 상징적 의미는 크다. 민주당 정동영 전 대표가 텃밭인 전주에서 출마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선거때마다 나오던 '백의종군' 말도 이번 재보선에는 찾아볼 수 없다.

박대표의 불출마변 중에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지금은 전 국민이 경제 살리기에 심혈을 바쳐야 할 때이기 때문에 이번 재보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재보선에 신경 쓰지 않고 집권당 대표로 일해온 기간에 우리 경제가 어떻게 변했는지 묻고 싶다. 사상 최악의 불황과 실업률 등 우리 경제를 나타내는 지표중 어느 하나 플러스된 것이 없다. 서민들은 이제 기다리는데 지치다 못해 분노에 차있다.

집권당 대표는 전쟁터에 선 장수와 같다. 장수가 싸움을 피하게 되면 그 밑의 병졸들은 싸울 의지를 잃게 된다. 장수가 앞장서야 병졸들이 따르게 된다. 위험하고 목숨을 건 싸움일수록 옛날에는 장수가 앞장서서 싸움을 진두 지휘했다. 물론 요즘 군대에서도 장교들이 선두에서 서서 싸우는 진두지휘, 솔선수범을 강조한다. 만약 장수가 싸움터에서 목숨을 잃더라고 그 모습을 본 병졸들은 오히려 사기가 충천하여 전쟁을 승리로 이끈 전사는 동서고금을 통해 수없이 볼 수 있다.

요리 재고 조리 재고 장고 끝에 악수를 둘 경우 그 바둑은 필패다.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겉으로는 자신 만만 하지만 속으로는 단 한석도 얻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해있다. 당연한 불안감이다. 박근혜, 정몽준 등 당을 움직이는 사람들 또한 재보선에 얼마나 기여할 지 모르지만 각기 동상이몽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선거때만 되면 투표에 참여하며 누가 나라를 올바로 이끌 사람인가를 고민하며 선택하지만 그 선택의 결과를 두고 국민들이 ‘올바른 선택’, ‘잘한 선택’이라는 말을 듣기 어려웠다. ‘뽑아놓고 보니 별로네’, ‘아차 잘못 뽑았네’ 하는 후회와 탄식도 여러번 들렸다. 이번 재보선도 바로 그런 결과 때문에 생겨난 선거다.

집권당대표가 출마를 하든 안하든 그것은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결정할 문제이며, 그 이전에 박대표 개인적인 문제라 하더라고 한나라당 전체를 보면 박대표가 장고 끝에 악수를 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악수가 4월 재보선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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