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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중학생 딸에게 손찌검을 하고 보니

by 카푸리 2009.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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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이기는 부모가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요? 삼성의 고 이병철 회장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세가지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나는 목숨이요, 둘째는 골프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식이라고 합니다. 부자 아빠도 가난한 아빠도 자식 이기기는 그만큼 힘든가 봅니다.

자식을 낳아 키우면서 가장 힘든 때가 아마도 중학생 때가 아닌가 합니다. 요즘 저희집은 중학교에 다니는 큰딸 때문에 머리가 아플 지경입니다. 남들처럼 공부를 잘해주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학생으로서 지켜야할 생활 자세가 부모들의 생각과 너무 차이가 나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습니다.

'사춘기라 그렇겠지' 하고 넘기기에는 도가 지나쳐 지난 주말에는 딸에게 고성을 질렀습니다. 일요일 아침에 밥을 먹기 위해 딸의 방을 들어가 깨웠더니 '5분만, 5분만~' 하길래 학원 때문에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좀 더 자게 내버려두었습니다. 그리고 딸이 일어날 때까지 아침을 먹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아내는 제게 먼저 먹으라고 했지만 주말에도 가족과 아침을 함께 하지 않으면 일주일에 가족 모두 모여 밥을 먹을 시간이 없습니다. 그런데 5분만 더 잔다던 딸은 10분, 20분, 1시간이 되어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중간 중간에 아내가 깨웠지만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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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시간을 훨씬 넘긴 11시가 넘어서야 딸은 일어났습니다. 피곤해서 그렇겠지 하고 그래도 그냥 넘어갔습니다. 가족 모두 늦은 아점을 먹고 딸은 오후에 학원을 갔습니다. 딸이 나간후 딸의 방을 들어가 본 저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중학생 방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정리정돈은 물론 한마디로 난장판이었습니다. 아내는 딸이 바빠서 그렇다며 대신 지금까지 대신 치워준 것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자기가 입던 교복과 책 정도는 정리를 해야 하는데, 손 하나 까딱 안하며 아내를 시켜 먹는 딸이 괘씸했습니다. 그래서 딸이 오기를 기다리며 벼르고 별렀습니다. 저녁 7시쯤 딸이 학원 공부를 마치고 오자 마자, 거실에 앉혀놓고 일장 훈수를 했습니다. 그런데 딸은 '요즘 중학생도 얼마나 바쁜데 그러냐'며 오히려 큰소리로 아빠에게 대들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처음 본 저는 화가 나서 딸에게  손을 대고 말았습니다. 말로 해도 되는데, 뒤늦은 후회가 드는 행동이었습니다.

딸은 울면서 자기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가버렸습니다. 아내는 이 모습을 지켜보며 어쩔줄 몰라했습니다. 저는 어릴적 부모님들에게 엄한 가정교육을 받으며 자란지라 딸의 이런 행동을 용서할 수가 없었습니다. 굳게 잠긴 딸의 방문을 열어 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조목 조목 이야기해주었지만 딸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 했습니다. 그날 저녁 딸은 저녁도 안먹고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늘 출근해서 하루종일 딸에게 신경이 쓰였습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더니 저도 어쩔 수 없이 '자식에게 지고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오직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지식만을 가르치지, 사람됨됨이를 가르치지 않습니다. 집에서 가정교육을 시켜야 하지만 아이들 붙잡아 놓고 밥먹을 시간도 없습니다. 머리에 지식은 많이 넣을 지는 몰라도 어떻게 사는게 잘 사는 것인지에 대한 교육은 전혀 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점점 이기주의와 폭력, 불륜으로 판을 치는 것도 다 이런 인성교육의 부재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어떻게 자식을 시켜야 잘 키우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교육 전문가들은 부모와 자녀의 대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내 자식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부모의 그릇된 양육태도라고 지적합니다. 부모의 말만 옳고 자녀들은 당연히 부모의 말을 따라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이미 대화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말을 이해는 하지만 실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정말 요즘 자식 교육 시키기 힘든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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