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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회사로 출퇴근할 때 지하철을 이용합니다. 기름값이 많이 내렸지만 차도 막히고 운전하고 다니기엔 회사일이 너무 힘들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이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낮에는 좀 한가하지만 출퇴근 시간엔 그야말로 지옥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서민들에게 지하철은 발입니다.

어제 낮에 거래처일 때문에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물건을 파는 아줌마가 들어왔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우리 이웃에 사는 평범한 아줌마처럼 보였습니다.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객실 가운데서 쭈뼛 쭈뼛 하더니 물건에 대해 설명을 합니다. 그러나 그 목소리가 작고 지하철 소음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3분여간 상품 설명을 한후 물건 몇개를 들고 객실을 돌며 승객들에게 권했지만 아무도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끄럽다는 반응을 보이거나 일부 승객들은 불쾌한 표정입니다.


경로석에서 머리를 뒤로 기댄채 잠시 눈을 붙이던 60대 후반의 노신사 한분은 아줌마의 상품 설명 소리에 짜증이 났는지 '에이~ 시끄러워' 하면서 못마땅해했습니다. 그러자 가뜩이나 자신감도 없고 일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것 같던 아줌마는 개미목소리처럼 작은 소리로 설명했습니다. 안그래도 시끄러운 지하철에서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릴리가 없습니다.

지하철에서 물건을 파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지하철 역무원에게 발각되면 못팔게 하기 때문에 물건을 갖고 지하철에 들어올 때 간단한 짐처럼 꾸려서 들어올 것입니다. 하루종일 지하철에서 그들이 객실마다 6~7분동안 상품 설명과 승객들에게 물건을 보여주며 판매하는 것은 그들에겐 생업입니다. 하루 종일 그들이 지하철 승객들을 대상으로 얼마나 버는지 모릅니다. 제가 보았던 그 아줌마처럼 사실 지하철에서 물건을 팔기 위해 나서는 것은 웬만해선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우선 창피함도 있을 것이고 또 물건을 팔다가 아는 사람이라도 만난다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있을 것입니다.

출퇴근 시간에는 승객들이 많아 지하철에서 물건 파는 분들을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낮시간에 지하철을 이용하다 보면 물건 파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양말, 스카프, 욕실용품, 고무줄, 1회용밴드, 좀약 등 생활 필수품들이 대부분이지만 물건에 대한 신뢰성 때문인지 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들이 통상 파는 물건 값은 5천원 미만 제품이 많습니다. 가장 많은 것이 1천원~2천원짜리입니다. 천원짜리 물건 하나 팔기도 힘든데, 한개 팔아서 얼마나 남는지 모르지만 하루 수입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경제가 어렵고 회사 사정도 어려워 '내가 만약 실직하면 뭐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가끔 해봅니다. 그런데 딱히 떠오르질 않습니다. 자영업도 다 문닫는 형편이고, 또 설사 한다 해도 자본금도 없는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노점상이나 트럭행상 정도입니다. 사실 요즘 지하철에서 물건 파는 분들을 볼 때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그분들을 볼 때마다 '나도 어쩌면 저 일을 해야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언제 실직할지 모르는 공포 때문입니다.

지하철에서 물건 파는 사람들을 흔히 잡상인이라고 합니다. 잡상인의 '잡'은 불법,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야말로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이는 직업입니다. 그러나 직업의 귀천이 없듯이 그들에겐 생업입니다. 하루 1개를 팔든, 10개를 팔든 아침에 물건을 가지고 나올 때는 오늘 하루의 장사운을 생각하며 소음과 먼지 날리는 지하철에서 똑같은 상품설명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물건을 팝니다. 그들의 모습이 눈에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보니 요즘 제가 실업공포가 심한가 봅니다.

잡상인이라고 하지만 누구나 지하철에서 물건을 팔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지하철에서 물건 팔려고 마음 먹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들이 지하철까지 나와 물건을 팔 때는 경제적으로 최악의 상태일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최근 지하철에서 눈에 많이 띄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가 어렵다는 겁니다.

봄이 오고 있습니다. 얼어붙은 대동강 물도 풀리듯이 우리 경제도 봄꽃이 활짝 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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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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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엇이든 해낼 수 있습니다^^
    겁내지 말고 가는데까지 가보시죵^^ㅎ

  2. 전에 어떤 분이 저런 카트를 밀고 들어와선 뭔가 말은 하고 싶은데 '할까 말까' 고민을 하는 모습을 쭉 지켜본 적 있습니다.
    '처음으로' 그 일을 하러 나오신 거겠죠.

    다들 힘내면 좋겠어요.

  3. 값싼물건 설명멋지게 하시는분들에 이끌려ㅋ 저도 볼펜,데일밴드,비닐붙이기?등등 이것저것잘삽니다.볼펜은 다시는안삼./저분은 여자분이 처음나오신듯이 부끄러워하면서,팔고있는 모습이 애처롭네요. 그래도 불법은불법이기에 잡상인은 맞지요. 분명 저 설명듣기싫고, 그저 조용히가고싶은 사람도 많잖아요. 개인적으로 음악CD파는 사람 혐오함. 완전시끄러워요. 지하철은 잡상인을 잡을 의지가 없는듯, 일단지하철탔다하면 기본1번은 만남.

  4. 툭하면 2009.02.24 16:19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글로벌 글로벌

    전세계가...

    흠 이건 핑계라고 보여집니다.

    분명한건 어려운 상황에도 잘 되고 있는 나라가 있을 텐데요,,


    한나라의 수장은. 흠//

  5. 블루사이 2009.02.24 16:44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그래도 하나쯤 사주는 마음이 넉넉한 시민이 됩시다. 1000원 한장 없어도 밥먹습니다. 저분들에게는 1000원이면 큰돈입니다.

  6. 지하철까지 물건 팔러 나올 정도면, 정말 얼마나 힘들어서 나왔을까요.
    지하철에서 물건 팔고, 폐지 수거 하는 사람들 이해 합니다.

  7. 배운여자 2009.02.24 18:53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저는 지하철에서 파는 물건들을 자주 사는 편입니다.
    싸고 실용적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요즘 자주 파는 .. 수체구멍 뚫는
    그거는 좀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사는 사람들도 다른 물건들에 비해 적은 것 같더군요..
    지하철에서 파는 물건도 좀 다양했음 한답니다..

  8. 파랑새 2009.02.24 18:55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무슨 이유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요
    요즘 폐지 수집하시는 분들이..
    눈치보면서 몰래몰래 수집을 하시는것 같던데..
    저는 처음엔 부끄러워서 저러나 했는데
    혹시 다른 이유가 있나요?

    • 시즈 2009.02.24 19:27  수정/삭제 댓글주소

      어떤 폐지요?
      둘 중 하나죠. 모든 업종은 기득권과 구역이란 게 있죠. 그러니까 신참이 할려면 .. 그것도 좀 눈치 보인다거나 그럴 수 있고...
      생활정보지.. 라면.. 그게 한두부가 아니고 뭉터기로 들고가면.. 절도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럴까요.

  9. 제생각은 다름... 2009.02.24 19:37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저 사람들이 1000원에 팔고 있는 물건은 중국에서 들어온것임....중국에서는 그런 물건은 10원이라고 들어음.....노홍철이도....그 원가가 10원이라고 하여서 직접 중국에 가서 물건을 사 가지고 옴....


    그런데...우리 나라에서 1000원에 팔다니...그것은 999원이라는 이득을 본다고 함...


    왜....우리들이...원가 10원이라는 물건은 1000원 주고 사야 되는지...그 이유가 궁금함...

  10. 당신은 2009.03.11 13:46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당신은 안사면 되요..
    문제는 당신도 저 분들 처럼 힘들게 살게 될 날이 있을수도 있다는거죠..
    아마 저 아주머니 분도 당신과 같은 생각을 사진 분들에겐 팔고 싶지 않으실거예요.

  11. 카트를 어떻게 저렇게 가까이서 자세히 찍으셨나요.
    모든 일을 대면할 때마다
    사진찍어서 블로그에 올려서 돈 벌어야지 < 라는 생각을 하시나요..

    오마이뉴스에도 올리시는 것 같던데. 딸의 속옷이 널브러져있는 방 사진까지.
    그것도 님의 실명으로.

  12.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