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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돋보기

법을 어기면서 취재하는 것이 언론자유?

by 카푸리 2009.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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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 룸살롱 실태를 특종보도 했던 MBC 김세의기자가 대법원 최종 판결에서 징역 1년, 선고유예 2년의 유죄를 확정지었다. 그런데 이 문제를 다룬 PD저널 기사와 김세의기자의 소감을 들어보면 너무 언론쪽으로만 쓴 기사 같아 씁쓸하다. 먼저 김기자의 유죄선고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다룬 PD저널 블로그 기사는 ‘가재는 게편’이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며 일방적으로 김세의기자의 입장만을 대변하였다. 김세의기자가 공익적 목적을 위해 취재를 하다 억울하게 유죄를 선고 받았고, 또 이로 인해 취재자유가 제약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와 문제 제기도 했다.

그런데 당시 김세의기자 취재가 어떻게 이루어졌나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육해공군 본부가 다 모여있는 충남 계룡대에서 공군 중위로 근무하던 후배장교 출입증을 빌려 군부대 안을 무단으로 침입해 취재를 한 결과 특종이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군 형법상 엄연한 '초소침입죄'에 해당하는 것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법을 어기면서까지 취재를 해야 한다는 법은 따로 있지 않다. 언론사 기자들이 흔히 말하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라면 군부대도 무단으로 침입해 취재를 해도 국민들이 다 용서해준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이런 논리로 취재를 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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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신분증을 빌려주었던 공군 후배가 군의 통념상 어떻게 처벌 받았을지 모르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후배장교는 매우 곤혹스런 입장에 처했을 것이다. 그리고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위조신분증으로 김세의기자가 출입할 당시 근무했던 초병들은 무슨 죄가 있어서 문책을 받아야 했는가? 물론 초병근무를 잘 섰다면 김세의기자가 남의 신분증으로 군부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유죄가 확정된 후 김세의기자의 태도다. “징역 1년? 다음에도 똑같이 보도할 것이다.” 이 말은 앞으로도 법을 어겨서라도 취재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는 듯 하다. 군사법원이나 대법원에서 판결한 것은 당연히 군 초소를 침입한 죄를 물어 유죄를 선고한 것인데, 이 선고가 마치 잘못된 듯 생각하는 자세는 참으로 안타깝다. 악법도 법인데, 악법이라고 지키지 않는다면 이 나라 법치는 세워질 수 없다.

김세의기자가 계룡대 룸살롱 특종을 하고 싶었다 해도 그림이 부족하면 카메라기자들이 흔히 하던대로 계룡대 정문에서 담당자를 찾거나 전화 인터뷰 녹취를 통해서, 담당자 입장을 들어보고 룸살롱을 출입하는 아가씨를 찾아 얼굴이 안나오게 해서 인터뷰 화면을 담아도 충분하다. 계룡대 안에 룸살롱이 있다는 그 제목만으로도 충격적이다. 아무리 특종에 목마른 기자라 해도 법을 어기면서까지 취재를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이 문제는 언론에서 생각하는 것과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에 조금 차이가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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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유죄문제를 다룬 PD저널은 김기자 입장만 다룰 것이 아니라 이 문제에 관한 군의 입장도 함께 개진해서 최종 판단은 독자들이 하도록 해야 한다.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담은 기사는 독자들의 공정한 판단을 저해한다. 실제 계룡대안에 룸살롱이 있었는지, 아니면 장교들이 밖으로 나가기 뭐해 영내에서 음주를 하도록 선술집 형태로 주점을 마련해주었는지 등 자세한 내용도 함께 다루어야 한다.

2007년도에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김세의기자의 뉴스를 본적이 있다. 그런데 이 뉴스를 보고 초병들이 걱정이 되었다. 어떻게 기자가 군부대에 자유롭게 출입을 해서 취재를 할 수 있었는지, 그 시간대 근무를 섰던 초병들이 상급자들로부터 엄한 문책을 당하지 않았는지 걱정이 된 것이다. 물론 군부대안에 술집이 있다해도 정상적인 방법으로 출입을 신청해도 군부대에서 취재를 허가해줄 가능성은 없다. 철의 장막처럼 사방이 막힌 군부대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김기자가 선택한 최후의 취재방법은 기자의 본분을 다하기 위한 고육지책일지 모른다. 그리고 군사법원에서 김기자에게 유죄를 선고했듯, 군부대안에 술집을 마련토록 한 책임자도 함께 처벌을 받아야 마땅했다. 그러나 룸살롱과 관련하여 군관계가가 처벌을 받았는지 안받았는지는 확인할 길은 없다. 언론인들이 이 점을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삼는 듯 하다.

국민의 알권리와 취재 제한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어느 한쪽을 강조하다보면 다른 한쪽이 제한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언론자유라고 해서 법을 어기면서까지 취재하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언론인들이 오히려 법을 지키며 취재를 해야 국민들이 법을 지키는 것이다. 언론을 흔히 사회의 목탁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법을 무시하면서까지 취재를 하는 목탁이라면 그 소리가 낭낭하게 들리진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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