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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꽃남'에 10대들이 열광하는 이유

by 카푸리 2009.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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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남자' 열풍은 이미 방송전부터 예견되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방송을 시작하고 보니 열풍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물론 이런 열풍은 10대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제작 당시부터 타켓을 정확히 정하고 방학 기간을 이용해 방송을 시작하는 등 '꽃남' 제작진의 공략 목표가 적중된 결과입니다. 구혜선과 F4들의 화려한 비쥬얼로 부는 열풍이 아니라, 10대들의 심리를 정확히 꽤뚫고 제작했기 때문입니다.

10대들은 보통 사춘기를 겪습니다. 이 시기는 현실보다 판타지 세계에 빠지게 됩니다. 이성에 대한 호기심도 현실보다 상상속에 찾게 되며, 늘 백마탄 왕자가 올 것이라 믿습니다. 그런데 '꽃남'의 F4가 저마다의 취향대로 백마탄 왕자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남자들의 경우는 앙증 맞고 깜찍한 금잔디(구혜선)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습니다. 청춘남녀들의 연애기술도 '밀당'과 화려한 이벤트로 전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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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선은 F4 구준표(이민호)와 윤지후(김현중) 사이에서 밀고 당기는 연애박사 기질을 발휘합니다. 꽃보다 멋진 남자를 하나도 아니고 두명씩을 데리고 양다리 연애놀음으로 준표와 현중 사이를 왔다 갔다 합니다. 둘 중 어느 한명을 선택하라고 하면 또 다른 한쪽이 아깝습니다. 둘 다 소유하려는 10대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겉으로는 순진한 척 하지만 금잔디의 속 마음은 응큼함도 있습니다.

청소년들은 만남 100일, 화이트데이, 발렌타이데이 등 이벤트에 감동합니다. 이번주는 소이정(김범)과 구준표가 추가을(김소은)과 금잔디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모습이 판타스틱 했습니다. 먼저 소이정은 남자친구에게 배신당한 추가을을 클럽을 데리고 가서 섹소폰을 들고 무대위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 앞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여기 내 마음을 빼앗아간 한 여자가 있습니다. 그 사람을 위해 이 연주를 바칩니다." 이렇게 말하고 아름답고 감미로운 섹소폰 연주를 합니다. 그 사람이 바로 자기라는 사실을 알게된 추가을의 마음은 어떨까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프로포즈로 기억할 것입니다.

그런데 구준표도 소이정에 버금가는 이벤트를 마련합니다. 돈이 많아서 그런지 화사한 꽃 전등이 밝혀진 아름답고 환상적인 터널을 만들어서 금잔디를 놀라게 합니다. 그러나 금잔디는 싫지 않은 표정입니다. 구준표가 기다라고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간 금잔디는 구준표로부터 잊지못할 프로포즈와 키스를 받습니다. 구준표는 "매일 매일 너를 갖고 싶어!" 세상에서 자기를 매일 매일 갖고 싶은 남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기쁜일이며, 또 그 상대가 대한민국 최고 부자라면 어떻겠습니까?

이런 프로포즈를 본 10대 청소년들은 자기들도 금잔디나 추가을처럼 언젠가는 백마탄 왕자가 나타나 드라마에서처럼 아름답고 환상적이며 감미로운 프로포즈를 받을 것이라고 믿으며 '꽃남' 드라마를 봅니다. 비록 드라마가 끝나면 다시 현실속으로 돌아오지만 '꽃남'을 보는 순간만은 판타지 꿈에서 깨어나지 않길 바라며 드라마속으로 빠져듭니다. 30대 이상 세대들은 '꽃남'에 나오는 금잔디와 F4의 사랑놀음이 현실과는 다른 부질없는 일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10대들에겐 인생 최고의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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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속의 화초처럼 지낸 구준표가 금잔디집을 방문해서 서민 생활을 직접 체험하는 것도 10대들에겐 매력적입니다. 최고 재벌가 2세는 자기와는 딴 세상 사람같았는데, 대중목욕탕에서 때를 밀고, 포장마차에서 오뎅을 수십게 먹고 곱창집에서 소, 돼지 내장인 곱창도 먹습니다. 이런 장면에서도 10대들은 동질감을 느끼며, 구준표같은 왕자를 현실속에서도 꼭 만날 수 있다고 믿게 됩니다.

이번주 구준표가 10대들을 열광케 한 것은 금잔디에게 프로포즈하며 키스한 장면이 아닙니다. 가을이의 남자친구가 금잔디를 모욕하는 말을 하자, "내 여자친구에게 감히 잡초 운운하느냐?" 며 공수표(이정준)폭행을 합니다. 처음엔 자초지종을 모르던 금잔디가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 준표에게 사과를 하고, 준표에게 빠져듭니다. 구준표의 이런 순애보는 구준표를 일약 F4 최고 스타로 만들었습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식으로 자랐지만, 그 속에서도 이런 순진무구한 사랑을 할 줄 알기 때문입니다. 재벌가 2세들에게 느끼는 안좋은 이미지와는 달리 구준표는 비록 공부는 못해도 의리도 있고, 사랑도 멋지게 할 줄 아는 왕자기질을 갖고 있습니다. 현실속에서도 재벌가에 이런 멋진 남자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겨울 방학을 맞은 10대들이 요즘 월, 화요일만 되면 꽃남을 기다리는 재미로 사는 듯 합니다. 꽃남 신드롬이 10대들에게 그나마 공부에서 잠시 벗어나 생활의 활력소 같은 역할을 하며 아름다운 꿈을 꾸게 하는 드라마가 되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볼 때는 유치찬란 뽕짝일지 몰라도 10대들에겐 언제가 내게도 올지도 모르는 현실로 드라마를 보고 있습니다. 10대들의 그 판타지한 꿈을 깨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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