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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아내의 유혹’ vs ‘조강지처 클럽’ 막장 비교

by 카푸리 2009.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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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이란 말은 갱도의 막다른 곳을 말합니다. 광산에서 쓰던 말인데 요즘 드라마에서 자주 쓰이고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막장의 의미란 ‘갈데까지 다 간 드라마’란 다소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된 말입니다. 그런데 드라마에서 ‘막장’이란 말이 갑자기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조강지처 클럽’때부터입니다. 불륜과 복수, 유치찬란, 찌질이 한원수와 모지란, 연장방송 등으로 ‘욕먹으면서 인기를 끈 드라마’란 다소 황당한 명예까지 얻었습니다. 그런데 ‘조강지처클럽’과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아내의 유혹’은 똑같이 막장 소리를 듣고 있지만 스토리 전개나 막장 요소 등이 아주 유사합니다.

조강지처의 화려한 복수
조강지처클럽에서 본처인 나화신(오현경)은 한원수(안내상)에게 쫓겨납니다. 쫓겨난 이유는 한원수가 불륜으로 맺어진 모지란(김희경)과 살림을 차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잠시동안의 달콤한 불륜은 가혹한 댓가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식당에서 일하다 망신을 당하며 무전취식하는 신세가 된 모지란, 당당히 성공하여 한원수 앞에 나타난 나화신을 통해 통쾌한 복수를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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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유혹 역시 본처인 은재(장서희)가 교빈(변우민)에게 쫓겨납니다. 은재의 친구인 애리(김서형)에게 남편을 빼앗긴 겁니다. 역으로 말하면 교빈이 은재의 친구와 불륜관계로 발전한 것입니다. 은재는 화려한 성공으로 교빈 앞에 나타나 복수의 칼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두 드라마 모두 불륜으로 조강지처를 버린 남편을 대상으로 복수를 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조강지처 클럽과 아내의 유혹 어느 드라마가 더 막장이냐 하는 것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불륜은 어떤 경우라도 용서할 수 없기 때문에 두 드라마 모두 '막장'의 멍에가 불가피하지만, 제작진에겐 높은 시청률 때문에 소귀에 경 읽기 같습니다.

후처들의 반란과 망신
조강지처클럽의 모지란과 아내의 유혹 애리는 똑같이 본처를 밀어내고 안방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그 안방을 오래 지키지는 못합니다. 사필귀정이라고 모지란은 뒤늦게 후회와 참회의 눈물을 흘렸고, 애리 역시 불치병에 걸려 때늦은 후회를 할 것입니다. 두 드라마가 모두 후처들의 불륜을 용서하지만, 불륜으로 치달을 때는 시청자들 모두 ‘막장’이란 단어를 사용하는데 서슴치 않았습니다. 내가 피면 로맨스지만 남이 피면 불륜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아니면 인기끌기 힘든 것 같습니다. 누가 누가 더 불륜이냐를 시합하기라도 하듯이 ‘사랑과 전쟁’ 단막극을 찍는 듯 합니다.

찌질이 원조 남편들
막장 드라마에 꼭 등장하는 것은 찌질이 남편들입니다. 조강지처클럽의 한원수는 불륜으로 미움도 받았지만 특유의 오버연기로 더 짜증나게 만든 캐릭터입니다. 물론 드라마기 때문에 한원수같은 인물이 존재합니다. 아내의유혹에 나오는 교빈은 졸부아버지를 둔 덕분에 고생하지 않고 살며,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전형적인 바람둥이입니다. 교빈 역시 아무리 변했다고는 하나 아내의 얼굴도 못 알아보는 띨띨한 남편으로 나옵니다. 한원수와 교빈은 누가 누가 더 찌질이냐를 겨루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역시 한원수가 찌질이 원조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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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질 끄는 연장방송
인기드라마=연장방송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일단 인기와 시청률이 좀 있다 싶으면 연장방송부터 생각합니다. 억지 설정 등으로 연장방송을 하면 시청률이 떨어져야 하는데, 연장방송을 해도 시청률은 떨어지지 않습니다. 바로 이 점을 제작진이 간과하지 않습니다. 조강지처클럽은 최초 80회로 시작했다가 무려 24회나 연장했습니다. 월로 치면 5달 넘게 연장한 셈입니다. 그런데 120회로 계획하고 시작한 아내의 유혹이 요즘 40%가 넘는 시청률을 보이자 연장 방송이 솔솔 새어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같은 인기라면 연장방송을 해도 시청률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듯 합니다. 일부에서는 200회 연장설까지 말이 나오고 있는데, 막장과 연장은 모종의 썸씽 관계가 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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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시아버지가 바람을 피운것, 때리는 시누이보다 말리는 시어머니가 더 밉다는 말처럼 자식의 불륜을 두둔하는 한양순(김혜숙)과  교빈어머니(금보라) 등도 비슷한 레타토리입니다. S본부에서 방송되며 광고판매와 시청률면에서 효자 드라마 소리를 들었지만, 시청자들의 평가는 극과 극입니다.

아내의 유혹과 조강지처클럽을 두고 어느 드라마가 더 막장이냐를 논하는 것은 '닭이 먼저냐, 계란이 저냐'를 논하는 것처럼 사실 별 의미는 없습니다. 요즘 드라마 트렌드가 '막장'이라고 하기 때문에 시청률을 무시할 수 없는 방송사로서는 막장이라는 재료에 통쾌한 복수, 대리만족, 화해 등 적절한 양념까지 넣어 버무렸기 때문에 인기를 얻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무리 막장이 대세라 해도 막장 재료를 너무 남용하게 되면, 결국 드라마의 작품성과 감동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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