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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비평

강호동 기자회견, 이미 은퇴는 예견된 일이었다

by 카푸리 2011.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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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강호동이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전격적으로 잠정 은퇴한다고 밝혔다. 그의 은퇴를 두고 '충격'이라고 하지만, 필자에겐 놀랄 일이 아니다. 은퇴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고 본다. '1박2일' 하차에 이어 불거진 세금 과소납부(탈세) 논란으로 대중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강호동을 연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었다. 얼마나 심하게 몰아넣었으면 더 이상 피할 곳이 없어 그가 은퇴를 선언했겠는가! 강호동을 미워하고 퇴출시키기로 마음 먹은 사람들은 그의 은퇴 선언에 환호성과 만세를 외쳤는지 모른다.

필자는 그제 '탈세 강호동-기부 유재석, 선과 악의 무서운 시선'이란 글을 올렸다. 이 글의 요지는 탈세의혹이 불거진 이후 강호동은 악(惡), 유재석은 선(善)으로 보는 극단적인 이분적 시각을 경계하는 글이었다. 제 3자가 보기에도 강호동이 너무 코너에 몰리는 듯 해서 쓴 글이었다. 이 글이 다음 메인에 올려지자, 유재석팬들에 의해 필자는 강호동을 감싼다며 무차별로 비난을 받았다. 기존의 포스팅을 보면 알겠지만, 필자는 유재석 광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글을 쓴 건 강호동이 너무 코너에 몰리면 극단적인 선택(은퇴)을 하지 않을까 해서 쓴 글인데, 그 예상대로 강호동이 은퇴 선언을 한 것이다.


강호동은 욕심이 많다고 하는데, 다른 쪽으로 보면 자존심이 센 사람이다. 국세청에 의해 세금 과소납부  사실이 알려지자, 강호동 비난도 모자라 아내 등 가족까지 무차별 비난이 이어지자 심적을 상당히 괴로웠을 것이다. 언론과 블로거들은 강호동을 '이중인격, 돈벌레'라고 했고 그가 아내에게 사준 명품까지 들춰내자, 강호동은 더 이상 피할 곳이 없었을 것이다. 막다른 골목으로 몰며 '죽어라, 죽어라!' 하는데 죽지 않을 재간이 없다는 얘기다. 강호동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은퇴'외에 방법이 없었을 거다.

세금 과소납부로 강호동이 국민MC란 칭호를 들을 자격이 없다고 비난을 퍼부었지만, 이번 은퇴 선언을 지켜보니 강호동은 국민MC 칭호가 아깝지 않았다. 그는 대중의 비난 목소리를 정말 겸허히 받아들였다. 강호동이 읽어나간 은퇴 입장 중 '저는 연예인이다.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드려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어찌 뻔뻔하게 TV에 나와 얼굴을 내밀고 떠들 수 있겠나?'라며 눈물을 보였다. 고소득자임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과소납부한 건 백번, 천번 잘못한 일은 맞지만, 강호동측 입장발표와 사과는 전혀 믿지 않고 한 순간에 죽일놈 취급을 하던 네티즌들에 의해 국민MC가 떠나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강호동은 왜 초강수로 은퇴를 선택했을까? 배우나 가수들이 음주, 뺑소니, 도박 등으로 물의를 빚으면 비난 여론이 수그러들 때까지 잠정적으로 활동을 중지한다. 이효리가 표절시비로 1년 넘게 쉬고 있고, 최철호는 폭행시비로 방송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혁재는 폭행 문제로 물의를 빚었지만 임재범 프로를 통해 슬그머니 복귀를 했다. 배우나 가수, 개그맨들은 이런식으로 복귀를 하지만 강호동은 당대 최고MC로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지상파3사를 종횡무진하다 보니, 좋든 싫든 계속 얼굴을 봐야 한다. 강호동 말대로 그의 얼굴을 보면서 시청자들이 마음 편하게 웃을 수 없기에 은퇴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언론은 전격적이라고 하지만, 강호동으로선 피할 수 없었던 길이었다.

강호동 등 연예인은 자유직업자로 분류된다. 방송, 광고, 공연 등을 통해 얻은 수입에 따라 종합소득세를 내야 한다. 세금부과 대상이 되는 소득은 여러가지 비용을 공제한 순수입금액이고, 이 금액에서도 각종 공제를 거쳐 과세 대상 소득을 산출한다. 이번에 국세청이 강호동 세무조사를 벌인 건 강호동이 기획사 몫, 매니저, 코디네이터 임금 등 필요 경비를 지나치게 많이 계산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경비로 인정할 수 없는 부분까지 경비로 처리해 과세 대상 소득을 축소해서 수억원을 추징했다는 거다.


세금 과소납부에 대해선 논란이 많지만 강호동은 '세금 문제는 이유를 막론하고 철저하지 못한 내 잘못이다'며 깨끗하게 승복했다. 이 문제로 아무리 강호동이 '몰랐다, 사실과 다르다'고 한 들 싸늘하게 돌아선 대중들의 시선을 돌리기는 이미 늦었다고 판단한 듯 하다. 강호동측 주장대로 정말 세금이 과소납부 되서 추징금만 내면 되는 아주 사소한 착오였다고 해도, 강호동은 구질구질하게 변명하지 않았다. 세금 과소 납부냐, 탈세냐? 이 문제는 강호동이 은퇴를 해도 국세청에서 일반 납세자 사이에서도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인지 아니면 강호동이 고의로 탈세를 한 건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본다.

강호동의 은퇴 선언은 강호동 다운 현명한 선택이다. 자존심이 센 그가 구차하게 방송을 연명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긴급 기자회견을 할 때 세간의 관심은 '어느 정도로 사과할 것인가?'라는 거였다. 그러나 막상 은퇴한다고 하자, 정이 많아서 그런지 동정으로 돌아서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강호동은 잠정 은퇴한다고 했지만, 필자가 보기에 방송 복귀는 하지 않을 것 같다. 강호동이 잠정 은퇴란 표현을 한 것은 지금 진행하고 있는 4개의 예능 프로를 즉시가 아닌, 순차적 하차를 하다보니 잠정이란 표현을 쓴 것이다. 유재석과 쌍벽을 이루는 유능한 MC 강호동이 이렇게 떠난 것이다.


속된 말로 강호동은 은퇴로 당장은 타격을 받겠지만, 먹고 사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그의 수입 중 방송, 광고, 행사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줄어들겠지만 이미 번 돈도 있고 강호동 육칠팔 등 개인 사업으로 올리는 연간 수입도 만만치 않다. 대신 강호동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은 그를 보는 낙을 잃게 생겼다. 1박2일 시청자투어를 통해서 본 강호동 인기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대단했다. 특히 80대 허숙할머니 등 노인들의 '1박2일'과 강호동사랑이 남달랐는데, 앞으로 이런 분들이 무슨 낙으로 살지 모르겠다.

강호동은 몇날 몇일 은퇴 문제를 두고 고민했다고 한다. 그리고 결단을 내렸다. 강호동이 은퇴선언 기자회견을 하는 어제도 네티즌과 블로거들은 강호동 죽이기에 여념이 없었다. 강호동의 세금 과소납부에 대해 '용서받지 못하는...' 제하의 글이 올라왔는데, 이 글을 읽고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을 죄를 졌어도 용서하며 사는 게 우리네 인생인데, 강호동이 무슨 그리 큰 죄를 졌단 말인가! 얼마나 큰 죄를 지었으면 용서 받지 못하는지 묻고 싶다. 세상에 용서받지 못할 일, 용서할 수 없는 일은 없다.

강호동을 두둔하는 건 아니지만, 그가 연예인이란 이유로 우리가 강호동을 너무 쉽게 단죄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강호동이 은퇴 선언을 할 정도로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다면, 그 고통을 준 사람들은 돌을 맞지 않을 만큼 깨끗한지 묻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죄와 잘못을 저지르며 사는데, 남의 죄는 단죄해도 내 자신은 깨끗한 양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강호동이 은퇴로 경종을 울린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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