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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무한도전 길, 드럽게 재미없는 놈이 된 이유

by 카푸리 2011.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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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무한도전 소지섭리턴즈2를 보면서 깨알같은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소지섭하면 터프가이 최민수 못지않게 '소간지'란 말처럼 겉멋만 잔뜩 든 줄 알았는데, 얼굴에 먹물까지 뒤집어 쓰면서도 다시 한번 '무모한 도전'에 출연하고 싶다는 말을 들으니 의리남이란 생각이 든다. 모든 맴버들이 소지섭과 잘 어울리는 걸 보니 게스트가 아니라 무한도전 맴버처럼 보였다. 그러나 다른 맴버들과 달리 길은 아직도 적응하지 못하고 뭔가 어색한 모습만 계속 보였다. 제작진은 이런 길에 대해 '신이 주신 무재미'란 자막까지 넣었다. 한 시간 내내 길은 박명수 말처럼 정말 '드럽게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 동안 잠잠했다 싶었는데, 길은 무한도전 게시판 비난 지분을 싹쓸이하며 욕을 먹고 있다.

그렇다면 길은 왜 또 욕을 먹고 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열심히 하지 않아서라고 본다. 무한도전 포맷에서 평균 이하의 맴버들이 보여준 가장 큰 컨셉은 잘하지 못해도 열심히 하는 것이다. 어제 튜브에 바람넣기 게임은 에어펌프와 무한도전 맴버와의 대결이었는데, 사실
결과를 빤히 알 수 있는 경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맴버들이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박수를 치며 좋아하는 것이다. 그런데 길은 요즘 이렇다하게 보여준 게 별로 없다. 다른 맴버들에 비해 예능감이 부족하다는 건 알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하는데, 자꾸 뒤로 꽁무니를 빼는 듯 하니까 욕을 먹는 것이다.


처음 길이 들어왔을 때를 생각해보자.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무한도전 인기는 최고였고, 맴버들 또한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상태다. 그런데 예능 초보 길이 들어왔으니 시청자들은 갑자기 누군가 끼어들었다는 이질감에 길이 좋아보일 리가 없다. 안그래도 미운데, 길은 제대로 웃기질 못한다. 시청자들의 비난이 거세자 길은 뭔가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무조건 들이대기 시작했다. 그래서 생긴 캐릭터가 바로 '무리수'다. 그러데 길의 무리수는 오히려 재미와 웃음의 흐름을 뚝 뚝 끊어 더 비난을 사고 말았다. 길은 어떤 때 열심히 해야하고, 어떤 때 몸을 사려야 하는지를 제대로 분간하질 못한 거다.

그 이후 무리수 캐릭터는 쏙 들어갔다. 그래서 안되도 열심히 하는 길의 모습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레슬링특집에서 길은 열심히 하지도 않거니와 '몸까지 사린다'는 것 때문에 또 한번 비난의 주인공이 됐다. WM7에서 정형돈, 정준하가 몸집이 크고 운동신경이 부족하지만 몸까지 다쳐가면서 열심히 해준 반면, 길은 뭐가 무서운지 자꾸 뒤로 뺐다. 오죽하면 유재석이 연습도중 '리쌍으로 음악할 때는 터프가이로 나오더니 레슬링 할 때는 왜 몸을 사리냐?'며 한 마디 했겠나 싶다. 유재석 말에 길은 제작진들도 한 번 나와서 해보라며 'PD, 카메라, 코디 대표 나와' 하고 큰 소리를 쳤다. 그러자 김태호는 자막으로 '너나 잘하세요!'라며 길의 주제도 모르는 호기에 크게 한 방 먹인 것이다.


최근 길은 뭘 해도 자신감이 없어 보였다. 머리를 쓰며 때론 애드리브로 치고 나와야 하는데 되지도 않는 얘기로 냉기(?)만 흐르게 한다고 핀잔도 자주 받는다. 안되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했나. 어제 노홍철이 길의 집을 찾아가는데, 길이 버스장류장에 나와 있지 않고 다른 곳에 있자 거짓 미션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는 맴버들을 그냥 태우면 재미가 없으니까 유재석 아이어로 거짓 미션을 하면서 깨알 재미를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길은 깨알 재미를 만들 기회조자 날려버린 것이다. 그러자 노홍철은 '태생적으로 안도와 준다 방송도'라고 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했고,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가 온다고 했는데 길에겐 이런 말이 통하지 않는걸까?


길이 무한도전에 온 지도 어느 새 2년이 넘었다. 길은 지난 2009년 김연아 특집때 뮤지컬 때문에 빠진 정준하를 대신해 처음 출연했었다. 처음에는 1회성 출연으로만 알았는데, 정준하가 복귀한 이후에도 계속 나오자 시청자들의 항의와 반대가 빗발쳤다. 김태호PD는 처음엔 고정이 아니라고 했다가 2개월 후 제 8의 맴버라고 밝혔다. 전진이 공익근무로 빠지고 현재 무한도전은 7인 체제로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지금쯤이면 길이 시청자들의 바람대로 정말 빵빵 터뜨릴 때다. 그런데 점점 더 위축돼 자신감을 잃고 있는 마당에, 박명수는 '태생적으로 못 웃기는 애'라며 독설까지 퍼붓는다. 여기에 김태호PD마저 트위터에 길과 꼭 닮은 만화 캐릭터에다 '이건 태생적으로 재미없는 친구'라는 글을 올렸다. 박명수가 우천시 취소특집에서 길에게 한 이 말을 김태호PD가 트위터로 다시 확인 사살까지 한 이유가 있다.


그렇다면 박명수나 제작진이 재미없는 길을 하차시키기 위한 수순일까? 그렇지 않다. 뭘 해도 안되고, 뭘 해도 욕 먹는 길을 위해 만든 비장의 캐릭터가 바로 '드럽게 재미없는 놈'이다. 이는 제작진이 길을 배려한 최고의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시청자들에게 원래 재미없는 놈이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다가 어쩌다 한 번 웃기면 '어 잘하네!'라는 생각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길이 워낙 못하다 보니 태생적으로 웃기지 못하고 드럽게 재미없는 놈으로 다시 시작하게 하는 제작진과 맴버들의 따뜻한 배려라고 본다.

길은 무한도전에 고정 맴버가 되기 전부터 욕을 먹었다. 처음부터 쏟아진 비난때문에 태생적으로 웃기지 못하는게 아니라 어쩌면 처음부터 자신감을 잃었고, 그 상태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 이런 길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려고 한 캐릭터가 '드럽게 재미없는 놈'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길이 '무리수'로 마구 들이대는 것보다 '드럽게 재미없는 놈'으로 잠재된 예능감을 살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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