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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나영석PD의 지독한 '1박2일' 사랑이 안쓰럽다

by 카푸리 2011.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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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1박2일'의 나영석PD가 연예오락상을 수상했다. 2주에 한 번씩 전국을 돌아다니며 말로는 다하지 못할 많은 어려움 속에서 '1박2일'을 꾸준히 사랑하게 만들어 준 나PD의 공로를 생각할 때 수상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내년 2월, '1박2일'이 종영되는 마당에 마지막으로 받은 상이니 나PD로선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그는 수상소감에서 짧지만 의미있는 말을 남겼다.

앞으로도 열과 성을 다하겠다. 시청자 여러분도 1박2일을 끝까지 사랑해달라
앞으로 열심히 더 많이 만들라는 채찍질로 알겠다

나PD의 수상소감을 들으니 그가 참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는 지난해 MC몽의 병역기피 의혹, 김C의 갑작스런 자진 하차 등으로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나PD 스스로 제6의 맴버로 참여하며 위기를 극복해 나갔다. 어디 그뿐인가. 올초 이승기의 일본 진출설로 또 한번 고비를 맞았다. 다행히 이승기가 군입대 전까지 1박2일을 계속하겠다는 의리를 보여 '1박2일'은 예능 최강자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그런데 이번엔 이전의 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강호동이 하차를 선언한 것이다. 강호동이 종편을 가는지 SBS를 가는지 말들도 참 많았다. 강호동 하차로 프로그램 존폐까지 거론될 때 나PD는 끝까지 1박2일을 지키고 싶어했다. KBS 예능국 역시 같은 입장이었다. 강호동은 하차를 선언한 후 '1박2일' 촬영때 딱 한차례 'KBS와 협의중이고 나중에 결정되면 밝히겠다'는 말을 남겼다. 나PD 입장에선 강호동이 하차를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최악의 결과로 나왔다. 강호동 하차는 물론이고 6개월 후 프로그램까지 폐지된다는 것이다. 나PD 생각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강호동이 KBS와의 협의에서 어떤 말이 오갔는지는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소문으로 떠도는 근거없는 말들을 여기서 다시 언급하고 싶진 않다. 이유야 어쨌든 간에 강호동 하차를 바라보는
나PD의 심정은 착잡했을 것이다. 나PD 역시 종편의 유혹을 받았지만 1박2일이 방송되는 한 절대 가지 않겠다며 시청자들에게 충성서약을 했다. 나PD의 말은 가능한 오랫동안 1박2일이 방송되길 바라고, PD로서 끝까지 함께 하고 싶다는 뜻이다. 그런데 '1박2일'이 폐지된다니 충성서약의 의미가 퇴색된 것이다.

이미 6개월 후 종영이 예고됐지만 시청자투어 특집에서 보듯 '1박2일'의 인기는 그칠 줄 모른다. PD로서 시청자들의 이런 성원이 얼마나 고맙겠는가. 그래서 나PD는 수상소감으로 '앞
으로도 열과 성을 다하겠다. 시청자 여러분도 1박2일을 끝까지 사랑해달라'고 감사의 뜻을 전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앞으로 열심히 더 많이 만들라는 채찍질로 알겠다'수상소감을 들으니 나PD가 짠하게 느껴졌다. 나PD는 1박2일 폐지가 결정됐지만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 같다. '앞으로 더 많이 만들라'는 말은 그가 염두에 두고 있는 '시즌2'의 의미로 본다. '1박2일'을 지독히 사랑하는 나PD는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게 마치 자식과 이별하는 양 아직까지 정을 떼지 못하고 있다. 참 대단한 PD다.

나PD는 KBS의 월급쟁이지 연예인이 아니다. 강호동은 연예인이란 특권(?) 때문인지 1박2일 출연료로 회당 1천만원을 받는다. 나PD가 이를 모르겠는가? 사실 1박2일 촬영때 가장 고생하는 사람은 나PD가 아닐까 싶다. 100여명의 스탭들과 연기자들을 데리고 전국을 다니며 촬영하는 일은 만만치가 않다. 강호동은 나PD가 구상한 컨셉과 대본에 따라 녹화만 하면 되지만, 나PD는 녹화 후 다시 촬영화면을 편집하고 밤새워 어떤 자막을 넣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 고생을 어찌 강호동과 비교할 수 있겠나.


이렇게 고생하면서도, 종편에서 30억을 준다해도 나PD는 '1박2일'에 대한 지독한 사랑을 놓지 못한다. 그런데 그 사랑이 나PD 혼자만의 사랑으로 끝날 것 같다. 엇그제 KBS 김인규 사장이 강호동을 만나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자리에 나PD는 없었다고 한다. KBS사장이라면 이미 마음이 떠난 강호동보다 나영석PD를 불러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를 전해야 하지 않을까.

나PD가 말한 대로 '시즌2'가 방송될 지는 아직 모른다. 그의 능력이라면 지금처럼 '시즌2'도 충분히 재미와 웃음을 주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으리라고 본다. 그래서 '
앞으로 열심히 더 많이 만들라는 채찍질로 알겠다'며 수상소감을 피력한 게 아닐까 싶다. 강호동 하차를 바라보며 누구보다 마음이 착찹했을 나PD가 연예오락상을 받으며 또 다른 '1박2일'을 위한 채찍질로 알겠다고 했지만, KBS 윗선이나 대중들은 그의 진심을 알아주지 못한다.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간에 묵묵히 자기 소임을 다하며 '1박2일'을 지켜온 나영석PD가 안쓰럽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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