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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김건모 하차선언, 찌질이가 된 국민가수

by 카푸리 2011.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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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PD에 이어 김건모가 '나가수' 하차를 선언했다고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다보니 연일 비난 여론이 거세다. 이 비난 여론에 숨죽일 사람은 진행자 이소라와 매니저 김제동이 아닐까? 성난 여론은 이 두사람도 하차해야 하고, 더 나아가 '나가수' 프로 자체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쪽이다. 가창력이 최고라는 가수 7명을 데려다놓고 청중평가단 500명의 심사로 탈락을 결정하는게 도대체 말이되냐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이 안되는 프로를 만든 김영희PD가 한 때 전설의 예능PD였다는 게 아이러니 하다.

김건모는 하차 선언을 했지만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7위로 탈락이 확정됐을 때 남은 후배들 껴안아 주면서 다음 기회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쿨 하게 나갔다면, 그 뒷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쳐주었을 것이다. 사실 '나가수'에서 탈락됐다고 해서 가수로서 가창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 김건모는 창피함 때문인지 서바이벌 프로의 성격을 망각하고 자존심을 생각한 게 화근이 되었다.


하차 선언을 하면서 김건모가 눈물을 흘리는 뉴스 사진을 보니 안타깝기는 하다. 대중들이 '나가수'에 비난을 한 것은 김건모 재도전 때문만은 아니다. 진행자로서 룰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감정을 보인 이소라, 재도전을 제안했던 김제동, 500여명의 판정 결과를 10분도 안돼 뒤집어버린 제작진 등 비난을 감수할 사람은 많다. 김건모는 솔직히 '어!~'하는 사이에 분위기에 휩쓸려 재도전으로 간 것이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김건모는 얄팍한 자존심 때문에 소탐대실의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나가수'에 대한 논란과 재도전에 대한 비판으로 김건모는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 아이돌 가수만 좋아하는 10대들은 잘 모르겠지만 지난 90년대 김건모는 가요계의 키워드였고, 정말 대단한 가수였다. 그런데 500명의 청중평가단 심사 결과 하나로 국민가수에서 졸지에 찌질이 가수가 되고 말았다. 누가 그를 찌질이로 만들었냐 하는 책임론을 두고도 논란이 많다. 그 논란을 뒤로 하고 하차를 할 때 얼마나 속상했을까?


MBC에서 공정사회, 원칙, 룰의 잣대를 들이대며 김영희PD를 사퇴시켰는데, 솔직히 우리 방송이 언제부터 공정사회를 추구했나? 재미로 보는 예능프로에서 공정성을 잣대로 들이댄다면 예능을 다큐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다큐같은 공정성 잣대로 김건모는 20년 동안 쌓아온 명예를 하루 아침에 잃었다. 물론 김영희PD 역시 '예능의 레전드'라는 명성에 먹칠을 한 것이다. 만약 우리 방송에 '나가수'같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드라마, 예능에서 많은 연예인들과 PD가 하차해야 하지 않을까?

딴지일보 김어준 대표가 말했듯이 김건모가 떨어졌을 때 가수나 개그맨들이 한 행동은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대선배인 김건모가 가장 먼저 탈락했을 때 몸들 바를 몰라하고 아쉬워하고 슬퍼하는 것은 인지상정인지 모른다. 다만 전국민을 상대로 한 약속 때문에 총 책임을 맡은 김영희PD가 단호한 결정을 내렸어야 하는데, 김PD 또한 동정 분위기에 휩싸이다 보니 대형 실수를 하고 만 것이다.


어찌보면 김영희PD의 대형 실수 희생양이 바로 김건모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만약 김PD가 제대로 판단을 했더라면 김건모는 명예롭게 하차했을 것이고, 비난도 받지 않았을 것이다. PD 한 사람의 잘못으로 김건모가 찌질이가 되고, 이소라와 김제동마저 비난받고 있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김건모는 선의의 피해자다. 비록 '나가수'에서 하차선언을 했지만 그가 20년 동안 쌓아온 국민가수 명성은 인정해줘야 한다. 시기를 놓쳤지만 자진 사퇴를 발표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다. PD가 사퇴하고 나서야 등 떠밀려 하차한 인상은 지울 수 없지만, 그동안의 마음 고생을 생각해 그의 마지막 자존심은 지켜줘야 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김건모가 대한민국 최고 가수중의 한사람이라는 건 부정하지 않고 있다. 그의 말대로 이번 기회를 가수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삼아 더 큰 가수가 되는데 약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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