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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말에 '될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고 했다. '1박2일'의 새 맴버 엄태웅을 보면 풋 냄새가 줄줄 나지만 예능의 싹수가 보인다. 나영석PD가 왜 삼고초려 끝에 엄태웅을 새 식구로 맞이했는지 이해가 간다. 엄태웅은 기존 맴버와는 분명 달랐다. 드라마와 영화에만 출연하다가 예능은 처음인지라 다소 어리버리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 어리버리함은 김종민과는 완전히 달랐다. 왜 엄태웅이 첫 출연부터 대중들을 열광하게 하고, 김종민이 복귀 1년이 넘도록 비난을 받는지 한 번 곰곰히 생각해봤다.
만 3년 3개월 만에 맞은 '1박2일'의 새식구 엄태웅의 환영 방식은 기존 맴버와는 달랐다. 첫 촬영을 앞두고 밤 잠을 설치다가 새벽녘에야 잠든 엄태웅 자택을 맴버들이 기습을 한 것이다. 속옷 차림으로 자다가 난데없이 들이닥친 카메라를 보고 잠시 놀라는 듯 했지만 엄태웅은 이내 적응했다. 이것이 예능이라면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다. 얼떨떨하게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나서 시작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엄태웅은 모든 게 신기하기만 나름 최선을 다한다. 묵찌빠계의 달인 카메라맨 강감독을 이기는 돌풍(?)을 일으키지만 공포의 구구단에서는 9*7=63을 몰라 멍~한 모습도 보인다.
강원도 양양으로 떠난 엄태웅의 멘토레이스 마지막 미션은 낙오였다. 멘토는 낙오의 달인 은지원이다. 낙오는 외로움과 슬픔은 기본이고 상황에 따라서는 2박3일도 각오해야 하기에 기존 맴버들도 두려워 하는 미션이다. 잘못하면 방송 분량도 못 뽑고 혼자 고생만 하기 때문이다. 예능 초보 엄태웅에게 낙오 미션은 만만치 않은데, 강원도로 향하던 중 느닷없이 고속도로에 엄태웅을 내려두고 양양해수욕장까지 2시간 안에 찾아오라는 미션을 준다. VJ만 달랑 엄태웅을 따르게 하고 나머지 맴버들은 낙산해수욕장까지 먼저 가서 기다린다. 엄태웅이 히치하이킹을 할 경우에 목적지를 입 밖에 내면 실격이다.
만일 엄태웅이 낙오 미션에 실패하면 강호동이 차가운 바닷물에 입수해야 한다. 겉으로 보기에 수줍음이 많은 엄태웅이 히치하이킹으로 2시간 안에 낙산해수욕장까지 찾아오는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글쓴이는 솔직히 엄태웅이 미션에 실패할 거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막상 미션이 시작되자, 엄태웅은 달랐다. VJ만 달랑 대동한 채 적극적으로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다. 용돈 한 푼도 주지 않은 채 제작진이 엄태웅을 고속도로에 내팽개친 채 그냥 가버린 것이다. 막막한 외딴 동네 앞에서 지나던 트럭을 세우며 히치하이킹을 시도해보지만 여의치 않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인제까지 가는 승용차, 속초까지 가는 대학생 차를 얻어타고 목적지인 낙산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차를 얻어타고 가는 중에도 시민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하며 방송 분량을 뽑아낼 줄도 안다. 예능 첫 출연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모습이다.
낙산해수욕장까지 시민들의 차를 얻어타고 가는 중에 절대 목적지를 얘기하면 안된다는 미션 수칙도 충실히 잘 따른다. 기존 맴버들이 술수를 밥먹듯이 쓰는 것에 비하면 엄태웅의 미션 수행 방식이 아주 신선하다. 끝까지 페어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2시간 안에 목적지에 도착해야 하는데 양양에 거의 다오니 마음이 급하다. 마지막 차를 얻어타고 낙산해수욕장 근처에 내렸는데, 신호등이 앞을 가로막는다. 남은 시간이 10여분 정도다. 그래도 파란불이 켜질 때까지 기다린다. 신호등을 지키지 않고 그냥 건너갈 만도 한데, 그는 초조한 마음으로 신호동이 바뀔때까지 기다렸다가 빛의 속도로 달린다.
그렇다. 엄태웅의 예능 싹수 첫 번째는 비록 예능감은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엄태웅은 배우다. 배우가 웃기면 얼마나 웃기겠는가? '1박2일'은 강호동 등 기존 맴버들이 웃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시청자들은 엄태웅에겐 재미보다 김C처럼 뭔가 다른 것을 원했다. 그 다른 면이 바로 성실함이다. 사실 엄태웅이 2시간 안에 낙산해수욕장까지 오리라고 예상치 못했지만 그는 4분을 남기고 도착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멘토 레이스 최고 난이도 미션을 보기 좋게 성공한 것이다.
엄태웅의 예능 싹수 두 번째는 인간미다. 멘토레이스에서 엄태웅이 구구단을 못해 입수자로 결정된 이승기가 차가운 바닷물에 몸을 던지자 은지원, 이수근도 덩달아 입수를 했다. 그러자 강호동이 가만히 있을 수 있나? 신입생 엄태웅을 환영한다며 역시 입수를 한다. 그러자 엄태웅이 와이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한다. 자신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1박2일'의 전매특허 입수를 이 기회에 해보지 않으면 언제 또 해보랴 하는 마음으로 엄태웅도 바닷가에 뛰어들 기세다. 엄태웅의 입수 태세에 뒤늦게 김종민도 할 수 없이 입수를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진작에 뛰어들어야 했는데, 시기를 놓친 입수였다.
이렇게 해서 '1박2일' 전 맴버가 엄태웅 환영 입수를 마쳤다. 그의 입수는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이다. 미션도 아니었다. 대세에 따르는 엄태웅의 예능적 센스요, 인간미가 묻어나는 입수였다. 이수근이 엄태웅의 입수를 말렸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차가운 겨울바다에 몸을 던졌다. 누구보다 멋진 입수였다. 엄태웅은 입수 한 번으로 기존 맴버들과 하나가 되면 예능 신고식을 완벽하게 마쳤다.
아침 기상미션에서 보여준 엄태웅의 인간미는 비록 예능적 감은 떨어져도 '1박2일'에서 꼭 필요한 모습이었다. 기상미션은 '1박2일' 깃발을 찾아오는 것이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밖으로 나온 엄태웅은 개울 건너편에 꽃힌 깃발 3개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깃발을 가지러 가다가 개울물에 미끄러져 물에 빠지고 말았다. 그래도 엄태웅은 깃발로 다가가 깃발 하나를 뽑아 들었다. 그런데 건너편에서 이승기가 '태웅이형!'하고 부르자, 그는 나머지 두 개의 깃발도 모두 뽑았다. 그리고 고생해서 뽑은 3개의 깃발 중 하나를 이승기에게 주었다. 아직 엄태웅에게 예능적 술수는 보이지 않는다. 나머지 두 개의 깃발을 들고 있다가 한 개를 또 강호동에게 준다. 그리고 해맑은 웃음을 보인다. 그렇다고 엄태웅이 바보는 아니다.
만약 은지원이 깃발 3개를 뽑았다면 나머지 두 개를 감추었을 것이다. 예능적 재미를 위해선 필요한 일이지만 모두가 다 이런 권모술수를 쓴다면 어떻겠는가? 엄태웅처럼 때론 곧이 곧대로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매번 아침밥을 먹기위해 아귀다툼을 하는 모습만 보이다가 엄태웅때문에 훈훈한 모습을 보았다. 옷을 말리기 위해 갔던 엄태웅이 아침밥을 먹지 못하게 됐지만, 깃발을 슬쩍한 은지원이 빵과 수프를 들고 엄태웅 방을 찾는 모습은 엄태웅이기 때문에 볼 수 있었던 모습이었다. 비록 예능적으로는 어리버리하지만, 시청자들은 약삭빠른 맴버들보다 이런 엄태웅의 인간미를 더 좋아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엄태웅의 예능 싹수가 보인 것은 제대로 망가질 줄 아는 것이다. 저녁식사 복불복 게임때 엄태웅 얼굴에 매직으로 안경과 수염이 그려졌으나 천진난만하게 웃는다. 강호동과 함께 매직으로 얼굴이 엉망이 됐는데, 이를 즐길줄 안다. '선덕여왕'때 보여준 김유신 장군의 모습과는 완전 딴 판이다. 김유신이 이렇게 망가질 줄이야... 그래도 열심히 한 덕 분에 삼겹살 등 푸짐한 저녁거리가 마련됐다. 새벽 4시부터 계속된 촬영으로 하루 종일 배가 고픈 맴버들은 삼겹살로 허기를 채우기 바쁘다.
엄태웅도 마찬가지다. '1박2일'이 첫 출연인 엄태웅에게 야외식사가 낯설만도 한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강호동이 삼겹살을 통째로 엄태웅에게 먹여주는데, 예쁘게 먹으려 빼지도 않는다. 아예 손으로 고기를 집어 먹기도 한다. '1박2일'이 표방하는 야생에 제대로 적응한 것이다. 게걸스럽게 먹는 엄태웅을 보고 은지원이 배우기 때문에 먹는 것도 까다로울 줄 알았는데, '돌도 씹어 드시겠어요'라며 반긴다.
엄태웅을 전격 영입한 후 무작정 들이댄 예능 테스트에서 엄태웅은 그야말로 백지 상태였다. 이승기는 이런 엄태웅을 보고 '무당(無堂)'이라고 했다. 자신의 '허당'에 비교해 예능적 감각이 전무해 '무당'이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이승기는 엄태웅의 예능적 싹수를 잘못봤다. 엄태웅은 무당이 아니었다. 그는 배우로서 가졌던 기존의 이미지를 싹 비운 무당이었지만, 그 백지위에 엄태웅만의 예능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김C가 보여줬던 인간미에 특유의 성실성과 거침없는 망가짐이다. 이 정도라면 얼마 가지 않아 1년이 넘도록 제 역할을 못하는 김종민을 따라잡고 '무당'이 아닌 '예당'(예능의 고수)지 않을까?
만 3년 3개월 만에 맞은 '1박2일'의 새식구 엄태웅의 환영 방식은 기존 맴버와는 달랐다. 첫 촬영을 앞두고 밤 잠을 설치다가 새벽녘에야 잠든 엄태웅 자택을 맴버들이 기습을 한 것이다. 속옷 차림으로 자다가 난데없이 들이닥친 카메라를 보고 잠시 놀라는 듯 했지만 엄태웅은 이내 적응했다. 이것이 예능이라면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다. 얼떨떨하게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나서 시작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엄태웅은 모든 게 신기하기만 나름 최선을 다한다. 묵찌빠계의 달인 카메라맨 강감독을 이기는 돌풍(?)을 일으키지만 공포의 구구단에서는 9*7=63을 몰라 멍~한 모습도 보인다.
강원도 양양으로 떠난 엄태웅의 멘토레이스 마지막 미션은 낙오였다. 멘토는 낙오의 달인 은지원이다. 낙오는 외로움과 슬픔은 기본이고 상황에 따라서는 2박3일도 각오해야 하기에 기존 맴버들도 두려워 하는 미션이다. 잘못하면 방송 분량도 못 뽑고 혼자 고생만 하기 때문이다. 예능 초보 엄태웅에게 낙오 미션은 만만치 않은데, 강원도로 향하던 중 느닷없이 고속도로에 엄태웅을 내려두고 양양해수욕장까지 2시간 안에 찾아오라는 미션을 준다. VJ만 달랑 엄태웅을 따르게 하고 나머지 맴버들은 낙산해수욕장까지 먼저 가서 기다린다. 엄태웅이 히치하이킹을 할 경우에 목적지를 입 밖에 내면 실격이다.
만일 엄태웅이 낙오 미션에 실패하면 강호동이 차가운 바닷물에 입수해야 한다. 겉으로 보기에 수줍음이 많은 엄태웅이 히치하이킹으로 2시간 안에 낙산해수욕장까지 찾아오는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글쓴이는 솔직히 엄태웅이 미션에 실패할 거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막상 미션이 시작되자, 엄태웅은 달랐다. VJ만 달랑 대동한 채 적극적으로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다. 용돈 한 푼도 주지 않은 채 제작진이 엄태웅을 고속도로에 내팽개친 채 그냥 가버린 것이다. 막막한 외딴 동네 앞에서 지나던 트럭을 세우며 히치하이킹을 시도해보지만 여의치 않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인제까지 가는 승용차, 속초까지 가는 대학생 차를 얻어타고 목적지인 낙산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차를 얻어타고 가는 중에도 시민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하며 방송 분량을 뽑아낼 줄도 안다. 예능 첫 출연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모습이다.
낙산해수욕장까지 시민들의 차를 얻어타고 가는 중에 절대 목적지를 얘기하면 안된다는 미션 수칙도 충실히 잘 따른다. 기존 맴버들이 술수를 밥먹듯이 쓰는 것에 비하면 엄태웅의 미션 수행 방식이 아주 신선하다. 끝까지 페어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2시간 안에 목적지에 도착해야 하는데 양양에 거의 다오니 마음이 급하다. 마지막 차를 얻어타고 낙산해수욕장 근처에 내렸는데, 신호등이 앞을 가로막는다. 남은 시간이 10여분 정도다. 그래도 파란불이 켜질 때까지 기다린다. 신호등을 지키지 않고 그냥 건너갈 만도 한데, 그는 초조한 마음으로 신호동이 바뀔때까지 기다렸다가 빛의 속도로 달린다.
그렇다. 엄태웅의 예능 싹수 첫 번째는 비록 예능감은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엄태웅은 배우다. 배우가 웃기면 얼마나 웃기겠는가? '1박2일'은 강호동 등 기존 맴버들이 웃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시청자들은 엄태웅에겐 재미보다 김C처럼 뭔가 다른 것을 원했다. 그 다른 면이 바로 성실함이다. 사실 엄태웅이 2시간 안에 낙산해수욕장까지 오리라고 예상치 못했지만 그는 4분을 남기고 도착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멘토 레이스 최고 난이도 미션을 보기 좋게 성공한 것이다.
엄태웅의 예능 싹수 두 번째는 인간미다. 멘토레이스에서 엄태웅이 구구단을 못해 입수자로 결정된 이승기가 차가운 바닷물에 몸을 던지자 은지원, 이수근도 덩달아 입수를 했다. 그러자 강호동이 가만히 있을 수 있나? 신입생 엄태웅을 환영한다며 역시 입수를 한다. 그러자 엄태웅이 와이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한다. 자신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1박2일'의 전매특허 입수를 이 기회에 해보지 않으면 언제 또 해보랴 하는 마음으로 엄태웅도 바닷가에 뛰어들 기세다. 엄태웅의 입수 태세에 뒤늦게 김종민도 할 수 없이 입수를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진작에 뛰어들어야 했는데, 시기를 놓친 입수였다.
이렇게 해서 '1박2일' 전 맴버가 엄태웅 환영 입수를 마쳤다. 그의 입수는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이다. 미션도 아니었다. 대세에 따르는 엄태웅의 예능적 센스요, 인간미가 묻어나는 입수였다. 이수근이 엄태웅의 입수를 말렸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차가운 겨울바다에 몸을 던졌다. 누구보다 멋진 입수였다. 엄태웅은 입수 한 번으로 기존 맴버들과 하나가 되면 예능 신고식을 완벽하게 마쳤다.
아침 기상미션에서 보여준 엄태웅의 인간미는 비록 예능적 감은 떨어져도 '1박2일'에서 꼭 필요한 모습이었다. 기상미션은 '1박2일' 깃발을 찾아오는 것이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밖으로 나온 엄태웅은 개울 건너편에 꽃힌 깃발 3개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깃발을 가지러 가다가 개울물에 미끄러져 물에 빠지고 말았다. 그래도 엄태웅은 깃발로 다가가 깃발 하나를 뽑아 들었다. 그런데 건너편에서 이승기가 '태웅이형!'하고 부르자, 그는 나머지 두 개의 깃발도 모두 뽑았다. 그리고 고생해서 뽑은 3개의 깃발 중 하나를 이승기에게 주었다. 아직 엄태웅에게 예능적 술수는 보이지 않는다. 나머지 두 개의 깃발을 들고 있다가 한 개를 또 강호동에게 준다. 그리고 해맑은 웃음을 보인다. 그렇다고 엄태웅이 바보는 아니다.
만약 은지원이 깃발 3개를 뽑았다면 나머지 두 개를 감추었을 것이다. 예능적 재미를 위해선 필요한 일이지만 모두가 다 이런 권모술수를 쓴다면 어떻겠는가? 엄태웅처럼 때론 곧이 곧대로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매번 아침밥을 먹기위해 아귀다툼을 하는 모습만 보이다가 엄태웅때문에 훈훈한 모습을 보았다. 옷을 말리기 위해 갔던 엄태웅이 아침밥을 먹지 못하게 됐지만, 깃발을 슬쩍한 은지원이 빵과 수프를 들고 엄태웅 방을 찾는 모습은 엄태웅이기 때문에 볼 수 있었던 모습이었다. 비록 예능적으로는 어리버리하지만, 시청자들은 약삭빠른 맴버들보다 이런 엄태웅의 인간미를 더 좋아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엄태웅의 예능 싹수가 보인 것은 제대로 망가질 줄 아는 것이다. 저녁식사 복불복 게임때 엄태웅 얼굴에 매직으로 안경과 수염이 그려졌으나 천진난만하게 웃는다. 강호동과 함께 매직으로 얼굴이 엉망이 됐는데, 이를 즐길줄 안다. '선덕여왕'때 보여준 김유신 장군의 모습과는 완전 딴 판이다. 김유신이 이렇게 망가질 줄이야... 그래도 열심히 한 덕 분에 삼겹살 등 푸짐한 저녁거리가 마련됐다. 새벽 4시부터 계속된 촬영으로 하루 종일 배가 고픈 맴버들은 삼겹살로 허기를 채우기 바쁘다.
엄태웅도 마찬가지다. '1박2일'이 첫 출연인 엄태웅에게 야외식사가 낯설만도 한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강호동이 삼겹살을 통째로 엄태웅에게 먹여주는데, 예쁘게 먹으려 빼지도 않는다. 아예 손으로 고기를 집어 먹기도 한다. '1박2일'이 표방하는 야생에 제대로 적응한 것이다. 게걸스럽게 먹는 엄태웅을 보고 은지원이 배우기 때문에 먹는 것도 까다로울 줄 알았는데, '돌도 씹어 드시겠어요'라며 반긴다.
엄태웅을 전격 영입한 후 무작정 들이댄 예능 테스트에서 엄태웅은 그야말로 백지 상태였다. 이승기는 이런 엄태웅을 보고 '무당(無堂)'이라고 했다. 자신의 '허당'에 비교해 예능적 감각이 전무해 '무당'이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이승기는 엄태웅의 예능적 싹수를 잘못봤다. 엄태웅은 무당이 아니었다. 그는 배우로서 가졌던 기존의 이미지를 싹 비운 무당이었지만, 그 백지위에 엄태웅만의 예능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김C가 보여줬던 인간미에 특유의 성실성과 거침없는 망가짐이다. 이 정도라면 얼마 가지 않아 1년이 넘도록 제 역할을 못하는 김종민을 따라잡고 '무당'이 아닌 '예당'(예능의 고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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