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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드라마에 강력한 경쟁작 '마이더스'가 떴다. 첫 방송부터 4년 만에 복귀한 김희애의 카리스마가 경쟁 드라마의 기를 꺾어놓은 듯 하다. '마이더스'가 시작되기 전에는 장혁과 이민정 주연으로 천호진, 김희애 등 다른 배우들은 조연에 불과할 줄 알았는데, 김희애 연기를 보니 그게 아니다. 변호사로 나온 장혁 연기도 좋았지만 김희애 포스는 '선덕여왕'과 '대물'의 고현정 카리스마를 능가할 것처럼 보였다.
'마이더스' 기획의도를 보니 재벌을 둘러싼 돈과 인간의 욕망을 그린 드라마다. 우선 숨가쁘게 전개된 첫 방송부터 보자. 가난하지만 머리가 뛰어난 김도현(장혁)은 생선장사를 하던 어머니에게 비린내가 배인 천원짜리 지폐 한 장을 받고 기뻐하던 평범한 아이였다. 대학시절 어머니를 잃었지만, 어머니가 남겨놓은 500만원을 굴려 대학을 졸업할 정도로 경제와 돈에 대한 안목이 있었다. 3년간 펀드매니저로 일하다가 접고, 사법고시를 패스한 엘리트 중의 엘리트다. 김도현은 그야말로 '개천에서 용난 사나이'다. 사법연수원 졸업 후 그는 검판사의 길보다 베일에 가려진 작은 로펌회사 대정에 들어갔다.
로펌회사 취직도 했으니 도현은 6년째 사귀고 있는 간호원 이정연(이민정)과 곧 결혼을 하려고 한다. 도현은 정연의 생일 날 깜짝 감동 프로포즈를 했고, 정연은 기쁨에 눈물을 흘렸다. 도현과 정연 사이에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 같았는데, 도현은 로펌회사 일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 보잘 것 없는 자신에게 면접비만 1억원에 백지수표 연봉, 파트너 제의 등 상상할 수 없는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도현은 로펌 대정에서 일을 시작하는데, 첫 번째로 맡은 일이 재벌 유필상(김성겸) 가족들 뒤치닥거리를 하는 것이다. 유란을 보고 싶다는 유필상 말에 대정 로펌 대표인 최국환(천호진)은 이 일을 도현에게 맡긴다. 도현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클럽에서 약을 먹고 자살하려던 유필상의 막내딸 유미란(한유이)을 구해 응급실로 왔다. 연수원 최고 성적 졸업자인데, 고작 이런 일이라니 도현은 회의감이 든다. 그래서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느냐며 최국환에게 따져물었는데, 최국환은 도현에게 유필상을 소개한다. 유필상은 도현을 찬찬히 뜯어보다가 뜬금없이 100억이 생기면 무엇을 하겠느냐고 묻는데, 도현은 부동산쪽보다 펀드로 3년내 2배로 돈을 불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유필상은 도현이 마음에 들었는지 최국환 뜻대로 하라고 하는데, 이는 최국환을 대신해서 앞으로 유필상 재산을 관리해도 좋다는 뜻이다.
병원에서 도현은 유필상의 큰 딸 유혜란(김희애)를 만나는데, 그녀는 헤지펀드 론 아시아 CEO이다. 도현은 연수원에서 특강을 하러왔던 유혜란을 처음 봤다. 그녀는 특강에서 '연봉이 2천만불이 된다'며 연수원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도현은 혜란이 자신이 일하는 로펌회사 대표 최국환(천호진)이 30년간 일해온 유필상의 딸이라는 것을 알게되는데, 도현과 혜란이 인사를 하는 장면을 정연이 목격하게 된다. 도현과 정연 사이에 유인혜가 등장함으로써 두 사람의 러브라인에 폭풍전야같은 긴장이 감돈다.
최국환 대표가 김도현을 스카우트 한 것은 법적인 면도 있지만 뛰어난 경제마인드다. 최국환은 도현이 연수원때 쓴 경제논물을 보고 후계자로 낙점했다. 천문학적인 재벌가 재산관리를 하자면 법률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경제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국환은 도현이 쓴 논문을 유혜란에게 읽어보도록 했는데, 혜란은 탁월한 경제 안목을 가진 도현의 논문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논문 한 편이 김도현과 유인혜를 연결시켜주는 복선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궁금하다.
첫 회 초반은 장혁과 이민정을 중심으로 전개됐지만 김희애가 등장하자, 드라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연수원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할 때는 차분한 목소리로 1천명이 넘는 예비법조인들의 시선과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희애의 대사처리 능력이 워낙 뛰어나 긴 강의 대사도 물흐르듯이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부도 위기에 몰린 회사에 1천 5백억원을 투자하겠다면서 회사 대표와 담판을 지을 때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서운 포스가 풍겼다. 연약한 외모에서 이런 연기가 나오는 게 놀랍다.
4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다는데, 어디서 이런 아우라가 나올까? 김희애를 두고 흔히 '연기력을 타고난 배우'라고 한다. '마이더스'에서 김희애 연기를 보니 이 말이 어울린다. 드라마 속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정말 뛰어나다. 외적인 모습은 부드럽고 온화한데, 말투와 표정으로 보이는 내면 연기는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것 같다. 전세계를 상대로 한 헤지펀드 CEO기 때문에 영어, 중국어 등을 구사해야 하는데, 외국어 대사도 한글 대사처럼 잘 한다. 바로 이런 것이 그녀의 연기 관록이 아닐까 한다.
김희애(1967년생)는 장혁(1976년생)과 11살 차이가 나지만 의외로 잘 어울린다. 29살의 이민정과 함께 장혁을 두고 삼각 러브라인이 전개되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고현정, 박주미, 김남주, 오연수 등 40대 여배우들의 가운데서도 김희애 연기는 소름이 끼칠 정도다.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장혁, 성공보다 보통사람들의 행복을 꿈꾸는 이민정이 그려나갈 '마이더스'는 고현정 포스와 카리스마를 누를 것 같은 '돈의 화신' 김희애 연기로 월화드라마 새 강자로 부상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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