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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짝패' 노영학, 비담 김남길 능가하는 꽃거지

by 카푸리 2011.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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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에서 아역 연기는 초반 시청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짝패'의 아역들 연기가 좋아서인지 방송 3회만에 동시간대 '드림하이', '아테나:전쟁의 여신'을 따라잡을 기세다. '짝패' 주연배우의 아역 중 눈에 띄는 연기자는 노영학이다. 그는 천정명이 연기할 천둥의 아역으로 첫 회부터 17살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연기력으로 단숨에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아역으로 데뷔 6년차를 맞고 있지만 그는 지금까지 출연한 그 어떤 작품보다 인상적인 꽃거지역을 잘 소화해내고 있다.

'꽃거지' 하면 '선덕여왕'의 비담이 떠오른다. 김남길의 비담 캐릭터를 만든 건 일명 꽃거지 패션이다. 옷은 비루하고 얼굴은 더럽지만 눈동자와 이는 반짝 반짝 빛나 여성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비담에 이어 '추노'에서도 장혁이 꽃거지가 등장했다. 장혁은 얼굴보다 몸짱으로 꽃거지를 소화해냈다. 이런 꽃거지 계보(?)를 잇고 있는게 지금 '짝패'의 노영학이고, 김남길과 장혁 못지 않은 포스를 뿜어낸다.


노영학이 연기하는 천둥은 뒤바뀐 운명도 모른 채 살아가는 김진사댁 귀한 자손이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인지, 장난의 운명인지 그를 낳자마자 어머니가 죽고, 용마골 거지움막에서 태어난 진짜 천둥과 뒤바뀌었다. 이는 자식을 양반집에서 자라게 하려는 막순의 짓이다. 천성이 양반집 자손이라 그런지 거지치고는 몸가짐도 바르고, 어깨넘어 배운 글솜씨 또한 뛰어나다. 거지 천둥은 서당 앞에 쪼그리고 앉아 양반댁 자제들이 글 읽는 것을 들으면서 소학을 깨우쳤고, 어느새 '통감'을 읽는 수준에 이르렀다.

거지움막에서 태어난 귀동, 그러니까 막순의 진짜 아들 귀동(최우식)은 서당에서 천둥과 마주쳤는데, 천둥이 갖고 있던 서책을 훔친 게 아니냐며 따져물었다. 천둥은 아니라며 자칫하다간 봉변을 당할 것 같아 그대로 달아났다. 거지 신분에 글을 읽는다고 하면 지나가던 개가 웃을 시대기 때문이다. 천둥이 귀동냥을 하며 땅바닥에 쓴 글을 본 성초시는 '지나가던 거지가 썼다'는 귀동의 말을 의심했다.


막순과 함께 양반집에서 도망쳐 나온 쇠돌은 천둥을 자식처럼 대했다. 쇠돌이 막순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둥이 글 공부를 계속 할 수 있도록 '통감' 책을 사주었다. 천둥을 띌듯이 기뻐하며 상여집에서 '통감' 공부를 했다. 그러나 혼자 하는 공부는 한계가 있는 법. 그래서 모르는 것을 물어보려고 성초시를 찾아갔다. 거지가 감히 글을 배운다며 서당을 찾아간다는 것이 조금 이상하지만 드라마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본다. 야심한 밤에 서당을 찾은 천둥에게 성초시가 한 말에 빵 터졌다. '내가 살아오면서 배가 고파 오는 걸인은 봤어도 글이 고파 오는 걸인은 처음 봤다'며 껄껄껄 웃었다.

성초시는 천둥을 안으로 들어오게 한 후 몇가지를 물어봤다. 그런데 성초시에게 10년간 배운 동녀(진세연)보다 천둥의 학식이 더 깊었다. 그 뿐만 아니라 맷돌이란 주제를 던져주자, 자신의 이름까지 넣어가며 기가막힌 싯귀를 적어냈다. 성초시는 천둥의 비범한 글재주에 깜짝 놀랐다. 그래서 먹과 벼루를 주며 천둥을 제자로 맞아들인다. 비록 거지 신세지만 이제 배움의 길을 갈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천둥을 눈여겨 본 동녀가 상여집까지 가서 녹두 빈대떡을 주는 등 앞으로 펼쳐질 러브라인을 예고했다.


아역 노영학은 17살이 믿기지 않게 가슴 속 깊은 한을 품은 천둥 역을 너무 잘 소화해내고 있다. 성초시에게 지필묵을 받고 상여집으로 돌아오면서 '이 세상 사람들아! 나를 똑똑히 지켜보거라. 나는 걸인이 아니다. 두고봐라. 나는 글을 배워 세상을 이롭게 하는 참 선비가 될 것이다'라고 포효했다. 이는 '선덕여왕'에서 비담 김남길이 미실이 생모라는 것을 알고 울부짓는 것을 떠올리게 했다. 거지 움막에서 태어났지만 피는 못속이는지 천둥은 꽃거지 옷을 입어도 단정하면서도 기품이 줄줄 배어났다.

'짝패'는 총 32부작으로 노영학은 8회까지 나오고 9회부터 성인이 된 천둥 천정명이 등장할 것이다. 그런데 노영학의 인상깊은 꽃거지 연기로 천정명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더구나 천정명은 사극이 처음이다. 잘못하다간 아역보다 못한 연기라고 비판받을 수 있다. '동이'에서 아역 김유정의 똑부러진 연기로 한효주도 초반엔 연기력 논란이 있었다. 천정명이 노영학의 꽃거지 이미지를 어떻게 이어갈지가 천둥 캐릭터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그 롤모델을 비담 김남길과 추노꾼 장혁에게 찾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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