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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대물', 작가 교체한 진짜 이유는?

by 카푸리 2010.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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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고 있는 '대물'의 메인 작가가 5부부터 교체된다고 한다. 어제 4부까지 황은경작가가 집필했는데, 다음주 5회 방영 분부터는 사극을 주로 써온 유동윤작가가 집필한다. 비와 이나영의 '도망자'를 따돌리며 대박드라마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작가교체라니 좀 뜬금없다고 생각했다. 제작진은 '작가교체는 방송 전에 이미 이뤄졌던 일'이라며, 작가와 감독의 시각차 때문에 교체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시청자들은 '대물'이 초반부에 껄끄러운 정치문제를 꺼내든 점 때문에 '작가 교체'에 외압설 의혹을 제기했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황작가의 모 언론매체 인터뷰를 읽어보니 외압은 아니다. 오히려 황작가의 성향이 여려서 정치적 냄새가 짙은 대본을 쓰지 못하고, 오종록PD가 시청자들의 가슴을 뻥뚫리게 대본을 수정하고 제작해왔다. 한 마디로 작가가 바뀌더라도 '대물'의 재미는 걱정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대물'은 첫 회부터 잠수함 침몰, 대통령 탄핵, 아프간 피랍기자 인질, 정치인들의 비리 등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었지만 정치권이 볼 때는 불편하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오랜만에 정치극다운 정치극을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세게 나가는 것이 아닌가 했는데, 작가가 교체된다는 소식에 시청자들은 색안경을 끼고 볼 수 밖에 없었다. 드라마를 만들다보면 작가와 제작진간의 의견차이가 없을 수 없다. 제작진 말대로 '의견 차이'라면 내분이지만, 이는 좋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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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경작가는 오늘 아침 모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PD가 자신의 대본을 갈기 갈기 찢어서 붙여놓은 것을 보고 엉엉 울었다고 했다. 오종록PD가 자신의 대본을 고친 것에 대해 기분이 나빴던 모양이다. 그러면서 '대물'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면서 국정원, 검찰에 불려갈까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황작가는 마음이 여려 정치스토리를 쓰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그녀가 쓴 1~4회 내용은 정치를 연상시키는 장면이나 대사가 많았다. 이는 황작가의 대본을 오종록PD가 정치적으로 수정했기 때문에 나온 거다.

어제 4회까지 '대물'은 대박 성공을 거두었다. 비와 이나영의 '도망자'가 '제빵왕 김탁구' 후광을 받아 첫회부터 20%를 돌파했는데, 첫 회부터 18%로 동률을 이루더니 2회부터 '도망자'를 따돌렸다. 시청률 30%를 내다보고 있는 시점에서 작가교체는 상당한 모험이다. 아무리 제작진과 의견충돌이 있더라고 시청자를 생각한다면 작가교체는 감정적으로 처리할 사안이 아니다. 작가교체는 자칫하면 극의 흐름이 끊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PD가 작가를 교체한 것은 고육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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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록PD는 딱딱한 정치드라마에 코믹요소와 시사풍자를 가미해 시청자들이 지루함을 느낄 여유를 주지 않았다. 무엇보다 썩은내가 진동하는 정치권을 통렬하게 풍자했다. '대물'이 초반 상승세를 탄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오종록PD는 황은경작가의 대본을 가지고 '대물'을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쪽으로 제작을 해왔다. 그 예가 '들판에 쥐새끼들이 득실거린다'는 대사인데, 이것은 황작가가 쓴 것이 아니라 오감독이 대본을 임의로 수정해 방송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항간에 떠돌던 작가의 외압설과 달리 '대물'에 정치적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은 바로 오종록PD였다.

오종록PD는 '대물'이 인기가 많은만큼 정치권에 대한 부담도 컸을 것이다. 작가 교체로 극중 서혜림(고현정)이 정치권에 날리는 통렬한 얘기를 유작가를 통해 다시 들을 수 있을까? 혜림은 대통령이 보낸 조화를 발로 짓이기고,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 목숨을 보호하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를 비판했다. '우리는 대체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합니까? 내 아이에게 아버지의 죽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 나라 없는 백성도 아니고 우리가 대한민국에 태어난게 죄입니까?' 이런 말들이 정치권은 껄끄러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오종록PD가 황작가보다 더 시원시원하게 대본을 수정해 앞으로도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


뭐, 다음주 5회를 보면 유동윤작가를 알 수 있다. 황작가가 정치얘기를 쓴게 아니라고 해도 4회까지 오PD가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작가가 교체됐어도 시청자들의 속을 계속 시원하게 해준다면 후폭풍이 없겠지만, 그저 그런 얘기로 질질 끈다면 시청자들은 외면해 버릴 것이다. 즉 '대물'이 귀가시계라는 '모래시계'에 버금가는 드라마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날려 버리는 거다.

어제 4회에 이런 내용이 나왔다. 간척지 개발을 둘러싼 보도특집을 만들면서 혜림은 광고주 생각대로 공중파가 이리 저리 휘둘리는 게 말이 되냐고. 그리고 시사프로 결론마저 광고주 입맛대로 만드는 것에 혜림이 반기를 들었다. SBS는 상업방송이지만 국민을 위한 공기다. 아무리 드라마지만 정치권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제작진의 양심을 가로막는 일은 시청자들의 권리를 막는 것이다. 작가가 교체되더라고 오PD가 시청자들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제작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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