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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대물', 시청률 높아도 비난받는 이유

by 카푸리 2010.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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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드라마 시청률 경쟁은 사실상 끝났다. 어제 '대물'이 27.4%로 동시간대 '도망자'(10.8%)를 거의 세 배 차이로 눌렀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대물'은 30%대, '도망자'는 10% 이하로 추락할지 모른다. 이제 당분간 안방극장은 '대물' 시대다. 그런데 파죽지세 인기를 얻고 있는 '대물'이 왜 비난을 받을까?

가장 큰 이유는 정치드라마 성격을 띄기 때문에 불거진 외압설이다. '대물'의 롤타이틀 서혜림이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되는 과정을 그렸기 때문에 정치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사람들이 술자리나 각종 모임에서 정치 문제를 얘기할 때는 좋은 것보다 나쁜 게 더 많다. 그만큼 우리 정치에 불만이 많다. 이런 불만을 드라마에서 여과없이 그대로 보여주기란 쉽지 않다. 아무리 방송의 민주화를 떠들어도 방송사 경영진의 정치권 눈치보기 여파가 제작진에게 미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마당에 메인 작가가 교체되고, 그 이후 오종록PD까지 하차했으니 시청자들이 당연히 의혹을 품을수 밖에 없다. 여기에 SBS에 고위 정치인사의 전화설까지 나오다 보니 비난이 거세다. SBS와 '대물' 관계자는 '드라마는 드라마로만 봐달라'고 했지만 어디 그런가? 기획단계서부터 정치드라마를 표방하면서 관심을 잔뜩 유도해놓고, 막상 인기를 좀 얻으니 뒤로 물러서는 형국이다.

원숭이에게 바나나를 하루에 10개씩 주다가 갑자기 5개로 줄이면 반발하기 마련이다. 제작진은 처음부터 너무 세게 나갔다. 오랜만에 정치 드라마 갈증을 해소하던 시청자들은 작가, PD교체 이후 엉뚱하게 이어지는 스토리, 고현정의 캐릭터 변화, 뜬금없는 카메오 레인보우 출연 등 드라마가 이상하게 전개되는데 불만이 많다. 그래서 교체, 하차한 작가와 PD의 원상복귀를 요구가 빗발치는 것이다.

제작진과 출연진간의 내분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고현정은 오종록PD가 교체(실제는 하차)된 후 촬영 거부까지 했었다. SBS는 고현정이 아무런 문제없이 촬영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고현정이 불만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왜 안그렇겠는가? 작가와 PD에 따라 캐릭터가 이리 저리 변하기 때문에 4회까지 보였던 서혜림이 마음에 들 것이다. 그런데 작가 교체 이후 대본을 받아본 고현정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오종록PD는 당초 하차가 아니라 대본PD로 물러나 앉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완전 하차했다고 한다. 대본도, PD도 영 마땅치 않은 고현정으로서는 곤혹스러울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는 PD와 작가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연기자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대본이라도 소용이 없다. 명품 배우 고현정은 PD 하차 때 심적으로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하차까지 고려했을지 모른다. SBS 제작진이 부랴 부랴 고현정을 설득했을 것이고, 고현정은 하차가 능사가 아니라 할 수 없이 촬영을 진행하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과정을 시청자들이 모두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긴 봐도 불편한 눈으로 보고 있다. 시청률이 높은 건 동시간대 '도망자'가 비의 도박설과 주식 전매 등으로 어부지리를 챙긴 덕도 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워낙 정치에 관심이 많아 '도망자'를 볼 바에야 '대물'을 보면서 현실 정치와 비교도 하고, 구린내 나는 정치를 비판하기도 한다.

'대물'은 힘 없는 서민들이 정치인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대신해주는 드라마였다. 그런데 정치권 눈치보느라 검사 하도야(권상우)와 서혜림의 스캔들, 강태산(차인표)과 장세진(이수경)의 러브라인 등 어줍잖은 얘기로 흘러간다면 보면서도 욕을 할 수 밖에 없다. 즉 '대물'을 통한 카타르시스가 없어진다면 드라마의 생명력은 잃은 것이다. 지금 시청자들이 비난하는 것은 바로 이런 염려 때문이다.


만약에 '대물'을 MBC에서 했다면 어떨가? SBS에 대한 뿌리깊은 반감의식도 한 몫 하고 있다. 피겨 김연아 경기 독점중계에 이어 2010남아공 월드컵을 단독중계하면서 SBS는 상업방송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반감도 있다. 시청자들은 이윤을 남겨야하는 기업 SBS에서 정치권 눈치를 지나치게 본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작가, PD교체도 이런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기 있다. 그런데 작가, PD교체 후 '대물'이 초반처럼 전개됐다면 모르겠는데, 서혜림과 강태산, 하도야 캐릭터가 모두 이상하게 바뀌었다. PD와 작가가 바뀌었으니 이는 당연한 지 모르나, 그 당연함을 시청자들은 이해하지 않는다.

오랜만에 SBS에서 대박 드라마가 하나 나왔다. 아무리 비난이 많아도 '대물'은 30% 이상의 시청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고현정과 차인표의 명품 연기에 음주 뺑소니로 물의를 일으킨 권상우마저 극중 캐릭터를 너무 잘 소화해내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이순재, 박근형 등 중견 배우들이 든든하게 뒤를 버티고 있다. 정치드라마기 때문에 관심도 많고 시청률이 잘 나올 수 밖에 없는데, 왜 드라마 선장(PD)과 항해사(작가)를 바꾸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배가 가다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사극 '선덕여왕' 이후 고현정의 명품 연기에 목말라 하던 시청자들은 갑자기 이상해져 버린 고현정 연기가 모두 SBS의 정치권 눈치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오죽하면 시청자들이 고현정에게 차라리 하차하라고 할까? 그러나 고현정은 끝까지 드라마에 참여할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불편한 심기는 계속 보일 수 있다. 배우지만 자신의 캐릭터가 너무 이상하게 변한다면 제작진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항의할 수도 있지 않은가? 배우라고 작가가 써준 대본대로 연기한다면 명품배우라고 할 수 없다. 연기자도 드라마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이제는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작진과 연기자간의 내분은 금방 가라앉지는 않겠지만, 시청자들은 '대물'을 처음처럼 재미있고 통쾌하게 만들어주길 기대한다. 시청률은 높아도 비난을 받는 '막장' 드라마가 되지않길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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