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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이승기 '1박2일' 하차, 비난보다 격려 필요하다

by 카푸리 2011.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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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승기의 '1박2일' 하차가 소문대로 기정사실화 됐다. 다만 시기만 남았을 뿐이다. 이승기측은 1년 전부터 '1박2일'측에 하차 의사를 보였다는데, 제작진은 '사실무근'이라고 발뺌을 했다. 이는 제작진이 어떻게 하든 이승기의 하차를 만류했다는 것이다. 왜 안그렇겠나? 김C와 MC몽에 이어 아직 6의 맴버도 뽑지 않았는데, 이승기마저 하차한다니 제작진으로선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승기 하차 이유는 일본 진출 때문이다. 이제 24살 밖에 되지 않았지만 연예인의 인기가 언제까지 계속된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일본행을 결심한 것이다. 그동안 '1박2일' 팬들은 군대 갈 때까지 이승기의 하차란 절대 있을 수 없고, 그럴리도 없다고 장담해왔다. 그런데 이런 기대를 한 순간에 저버린 것이다. 배신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왜 그럴까? 이승기 인기의 발판이 '1박2일'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이승기는 '1박2일'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을 키워준 은인 프로그램을 돈 때문에 헌신짝 버리듯이 내팽기쳐버렸다는 인식이 들지 않을 수 없다. '1박2일' 특유의 정, 가족을 내세우며 '끝까지 같이 가자'는 제작진의 만류를 뿌리친 것이 드러나자, '배신'이란 말까지 나왔다. 이동희PD와 강호동은 이승기 하차에 대해 충격이 컸던지 '노코멘트라'라며 아무런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아직 '1박2일'은 이승기를 보낼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 '1박2일'로서는 이승기 때문에 김C와 MC몽 하차로 인한 공백을 메워 왔는데, 그 중심이 빠져 나간다니 말 그대로 위기다. 어떻게 보면 불난집에서 열심히 불끄다가 혼자서 쏙 빠져나가는 형국이다. 이승기는 착하고 바른생활 이미지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분노가 더 크다. 그렇다고 이승기가 욕을 먹어야 할 이유는 없다.


3년이 넘게 이승기는 '1박2일'에서 최선을 다해왔다. 지난해는 드라마와 병행하느라 '죽을 뻔 했다'고도 했다. 이승기 인기가 포스트 유재석, 강호동이라 할 정도로 하늘을 찌를 듯 한데, 주변에서 왜 유혹이 없겠는가? 아직 어리지만 이승기에겐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 그 가능성을 지금 펼치지 않으면 언제 하나? 이승기의 인기에 '1박2일'이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빌미로 계속 메여있기를 바란다면 이는 지나친 욕심이다. 우물안 개구리가 아니라 한류스타로 우뚝 선다면 개인 이승기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이익이다. 당장 이승기가 떠나는 섭섭함 때문에 비난하는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승기는 '1박2일'을 떠나는 것이지, 연예계를 떠나는 것이 아니다.

글쓴이는 이승기가 돈 때문에 일본에 진출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승기는 김연아를 능가하는 CF스타다. 지금까지 벌어들인 수익만도 엄청나다. 굳이 돈이 더 필요했다면 불확실한 일본보다 하늘을 찌를듯한 국내에서 예능과 드라마, CF로도 충분히 벌 수 있다. 이승기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한류스타 도전을 해보고 싶은 게 아닐까? '1박2일'에 안주하다가 군대 갔다 오면 어느새 서른이 넘는다. 아무리 인기가 있다해도 나이 들어서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것은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어렵게 내린 결정이다.


그래서 이승기에게 '배신'이란 말은 억울하다. 가수로서 3년이 넘게 활동했으면 할 만큼 했다. 이승기가 없으면 '1박2일'이 무너지는가? 그리고 언제부터 이승기가 우리 연예 프로의 생명을 좌지우지 했나? 제작진이나 팬들이 이승기에게 너무 집착하는 것은 강호동과 이수근 등 다른 맴버들을 초라하게 만들 뿐이다. 이는 '1박2일의 이승기'가 아니라 '이승기의 1박2일'을 만들 뿐이다. 그리고 '가족'을 버린다는 것도 그렇다. 시골에서 어린 막내가 더 큰 뜻을 위해 서울로 가서 공부를 하겠다고 하면 길을 터주지 막지는 않는다. 막내 혼자 잘 먹고 잘 살겠다고 서울로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승기 역시 그렇다. '1박2일'을 떠나는 것이 아쉽지만 더 큰 뜻을 펼치기 위해 일본으로 고생하러 떠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1박2일' 제작진과 언론의 자세다. 어제 이승기의 예능 하차가 기정사실화된 후 언론은 이승기가 돈 때문에 일본으로 가는 양 보도했다. 그리고 '1박2일' 제작진 또한 이승기에게 가족과 정을 들이대며 '끝까지 말렸는데 떠났다'며 섭섭함을 드러냈다. 이런 기사를 본 네티즌들 역시 이승기를 '돈승기'로 매도했다. 이승기는 지난해 말부터 하차 의사를 드러냈는데, 제작진은 대비책도 세우지 않고 그저 만류만 해왔다. '설마 정말로 하차하겠느냐?' 하는 안일한 생각만 하고 있다가 진짜로 떠난다니 이제 서운함만 드러내고 있다. 이승기가 연예인 생명이 끝날때까지 '1박2일'과 생사고락을 같이 해야 제작진은 직성이 풀릴까? 그렇게 가족과 정을 강조한다면 더 잘되라고 격려하며 보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당장 이승기를 '1박2일'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은 큰 아쉬움일 수 있다. 그러나 '1박2일'은 이승기 하차를 계기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고인물은 썪는다'고 시청률에 만족해 너무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 '패떴'이 그래서 망하지 않았나? 이승기 역시 '1박2일'에 안주하며 지금의 인기에 만족하며 지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안주보다 도전을 택했다. 잘 나가는 스타들의 공통점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도전을 했다는 것이다. 3년 이상 '1박2일'에 출연했다면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줬다. 더 이상 나온다면 이승기 이미지에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이다. 이승기로선 현명한 판단을 한 거다.

'1박2일'의 맏형 강호동은 분명한 의사표시를 해야한다. 이승기 하차에 행여 서운함 때문에 노코멘트 한다면 강호동답지 못하다. 이동희PD 등 제작진도 마찬가지다. '여친구'가 일본에서 방송 중이고, 이승기 인기가 물이 오를 때 일본진출을 선언한 것이니 마음 편히 떠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이미 결정된 이상 공연히 이상한 말들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이승기도 덜 미안해할 것이다.


지난주 '설악산종주'편에서 이승기가 대청봉 정상에 올라 일출을 바라보면서 눈물을 흘린 이유를 이제 야 알 것 같다. 그동안 가족처럼 정이 든 '1박2일'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을 것이다. 그 눈물에는 자기를 사랑하는 팬들을 두고 일본으로 떠나는 것에 대한 미안함도 담겨 있는 것 같다.

일본 진출을 결심한 이승기는 '1박2일'에서 보였던 '허당'이 아니라 전교회장 출신의 똑똑한 이승기의 결정으로 보인다. 물론 소속사에서 결정한 일이겠지만, 이승기가 가족같은 '1박2일'을 하차하고, 일본에 가서 한류스타가 되겠다는 건 욕심이 아니라 젊은이다운 도전이다. 이런 이승기에게 '배신', '돈'이란 말로 매도하는 것은 이승기를 더욱 힘들게 할 뿐이다. 본인이 신중하게 판단하고 힘들게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그를 아끼는 팬이라면 진정으로 이승기의 결정을 존중해주는 아량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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