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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대물' 권상우, 비호감 날린 미친 연기력

by 카푸리 2010.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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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배우 권상우에 대한 호불호는 없다. 그러나 그가 음주 뺑소니 사건을 일으켰을 때 적잖이 실망했고, '대물'에 캐스팅됐다는 뉴스에 다른 사람들처럼 하차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대물'에서 보여준 권상우 연기력을 보고 그에 대한 비호감이 사라졌다. 어차피 배우란 연기를 통해 대중들에게 승부해야 하는데, 권상우는 '대물'에서 말 그대로 미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첫 방송 후 고현정에 대한 찬사가 끊이질 않았는데, 사실 권상우의 연기력도 고현정 못지 않았다. 음주 뺑소니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마음 고생도 많이 했을텐데, 연기력으로 비호감을 날려버리고 있다.

'대물'에서 권상우가 맡은 배역은 꼴통 검사 하도야다. 왜 '꼴통'이라고 하냐?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부정을 눈감아주며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다. 물론 고등학교때 아버지(임현식)가 지역 국회의원 김태봉에게 짓밝히는 모습을 보고 속된 말로 꼭지가 팍 돌았다. 그래서 눈 부라리고 사법시험 공부를 해서 시골 개천에서 용 난 것이다. 하도야가 검사가 된 것은 국회의원을 잡기 위해서다. 아버지를 비참하게 만든 비리 국회의원 김태봉을 잡기 위해 검사가 됐는데, 드디어 그 복수의 기회가 온 것이다.


호스트빠에 출입하는 국회의원 부인들을 봐주라는 윗선의 지시를 무시하고 '징역 1년'을 구형한 하도야는 이른바 '괘씸죄'에 걸려 지방(남송지청)으로 좌천된다. 그런데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고 했던가? 고향 쪽으로 내려간 하도야는 김태봉의원을 특가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게 된다. 김태봉은 검사가 돼 돌아온 하도야에게 급친절 모드를 보이지만 하도야는 이미 칼을 갈고 있다. 그리고 썩은내가 진동하는 김태봉의원의 사돈의 8촌까지 계좌를 밤새 추적해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한다. 하도야가 근무하는 남송지청장이 김태봉의 의원직 유지선에서 사건을 처리하라고 했지만 하도야는 김태봉을 전격 구속해 버린다. 원리원칙대로 검찰의 양심을 대변하는 하도야의 모습을 보면 참 통쾌한 생각이 든다.

권상우는 검사로서 차가운 모습만 보이는게 아니다. 극중 서혜림(고현정)과 인연이 돼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고등학교때 버스에서 서혜림이 성추행 당하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 후 시작된 인연은 끊길 듯 끊길 듯 하면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서혜림은 라디오방송에서 남편의 억울한 죽음을 얘기하다가 해고 당한 후 고향에 내려와 있다. 그런데 검찰에서 소환장이 발부됐다. 라디오방송 때문에 업무방해죄로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것이다. 그 조사를 맡게된 검사가 하도야다. 하도야는 서혜림이 남편을 잃고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잘 알고 있다. 혜림을 조사하는 하도야의 마음이 아프다. 혜림은 남편을 잃고 어디 하소연할데가 없었는데, 하도야에게 조사를 받으면서 속이 후련하도록 싫컷 울었다.


혜림이 이렇게 눈물을 보인 것은 하도야에게 마음을 연 것이다. 혜림은 남편을 잃고 누군가에게 싫컷 기대 울고 싶었는데, 하도야에게 그런 마음이 든 것이다. 혜림은 '어떤 이별도 아름다운 건 없다'는 하도야의 말에 힘이 되고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다고 했다. 혜림의 눈물에 하도야 역시 눈물이 그렁 그렁하다. 두 사람의 눈물에 콧날이 시큰했다. 하도야는 혜림의 업무방해죄에 대해 사회봉사 명령 120시간을 구형했다. 하도야가 아니었다면 혜림은 실형을 선고 받고 더 억울한 상황으로 몰렸을지 모른다.

'대물'은 정치드라마 성격을 띠기 때문에 다소 무겁고 딱딱하기 쉽다. 그런데 이런 딱딱함을 권상우가 코믹하게 잘 풀어간다. 고향에 내려가자 마자 고등학교때 모욕감을 주었던 동창 김철규(신승환)을 만나 '한 판 뜨자'고 하는가 하면 교통사고를 낸 장세진(이수경)과 티격태격 하며 웃음 코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검사로서 날카롭고 차가운 이미지가 있는가 하면 180도 다른 촐싹거림도 있다. 그런가 하면 버스신에 이어 열차에서도 고현정과 함께 보인 성추행범 검거 장면도 큰 재미와 웃음을 주었다. 무엇보다 서혜림에게 보내는 인간적인 연민과 따뜻한 눈빛 연기는 권상우 연기의 재발견이 아닐 수 없다.


권상우 연기는 웅얼거리는 대사 등 연기력에 대한 논란도 많았는데, 이번 '대물'에서는 마음 단단히 먹은 것 같다. 제작발표회에서 권상우는 '음주 뺑소니로 인한 물의를 연기로 보답하겠다'고 했는데, 그 말대로 하도야 캐릭터를 너무 잘 그려내고 있다. 첫 방송후 뺑소니 권상우를 하차시키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2부가 끝난 후에는 권상우 연기력에 대한 칭찬도 많다. 비호감을 날린 미친 연기력 때문이다.

고현정과 권상우의 능청스런 연기 호흡도 아주 잘 맞는다. 죽이 잘 맞는다고 해야 하나? 처음 버스에서 만날 때부터 시작된 권상우와 고현정의 코믹한 연기는 어제 화장실신에서 빵 터졌다. 라디오방송문제로 사회봉사 명령을 받고 남송지청 화장실 청소를 하던 혜림은 하도야가 들어온 것도 모르고 화장실 안에서 호탕하게 웃고 있다. 하도야가 깜짝 놀라고 보니 서혜림이다. 그런데 혜림은 하도야가 소변을 보는 곳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엉거주춤한 상태인 하도야에게 혜림은 '김태봉이 구속 멋졌어! 나이스!'하면서 하도야의 어깨를 툭 쳤다. 이런 장면때문에 '대물'이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닐까?


'대물'이 동시간대 '도망자'를 누르고 시청률 1위를 차지하리라는 것은 방송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다. 이는 고현정이라는 걸출한 배우때문이기도 하지만 '먹티비' 오명을 뒤집어 쓴 비가 시청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물론 권상우도 음주 뺑소니로 구설수에 올랐지만 비와는 달리 연기력으로 승부하고 있다. 권상우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연기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약속대로 물오른 연기력이 호평을 받고 있기 때문에 고현정과 함께 '대물'의 시청률을 이끄는데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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