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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비평

김연아 전용링크장 제안, 악플 도를 넘었다

by 카푸리 2010.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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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가 이명박대통령에게 '피겨 전용 링크장 하나만 만들어 달라'는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이 바람은 'G20  정상에게 말하세요!'란 캠페인의 일환으로 주요 20개국 정상에게 직접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인데, 연아는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피겨선수를 대표해 동영상 메시지를 남겼다. 이 뉴스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연아의 바람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답변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그런데 이 뉴스 밑에 달린 댓글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연아를 향한 무분별한 비판은 물론 CF로 벌어들인 돈으로 연아에게 피겨 전용 링크장을 건립하라고 한다.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다.

김연아선수가 나오기 전에 한국은 피겨 불모지였다. 피겨 전용 링크장 하나 없는 설움을 딛고 연아는 세계선수권, 그랑프리 파이널, 밴쿠버 올림픽 등 그랜드슬램으로 세계 1위로 우뚝 섰다. 이 얼마나 자랑스런 일인가? 그녀가 피겨를 통해 국민들에게 심어준 희망 메시지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값진 일이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이대통령은 격려전화를 했다. 그리고 동계올림픽 선수단이 귀국했을 때 선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만찬을 베풀어준 것이 전부다. 그런데도 연아는 동계올림픽 홍보대사로 평창이 다음 올림픽을 유치하도록 국가를 위해서 일하고 있다. 연아가 피겨 링크장을 만들어 달라는 것은 자기를 위햇서가 아니라 피겨 꿈나무 육성을 위해서라고 하니 얼마나 기특한 일인가?


지금도 연아는 전용 링크장이 없어 캐나다나 미국으로 원치 않게 떠돌아 다니며 연습을 한다. 연아는 국내서도 과천과 잠실, 안양 등 실내 빙상 링크장을 전전하며 연습을 했다.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뒤에도 잠실 놀이공원 링크장에서 일반인 개장이 다 끝난 시간에 연습하느라 밤늦은 시간에 피겨를 타야했다. 물론 곽민정 등 다른 후배선수들도 전용 링크장이 없어 연아와 똑같이 연습하고 있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연아와 같은 선수가 나왔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이런 기적을 곽민정 등 후배들에게 또 기대하는 것은 솔직히 무리다. 이제 피겨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전용 링크장을 마련해야 한다.

연아의 라이벌 일본의 아사다 마오는 피겨 전용 링크장이 있다. 연아는 자신의 개인 링크장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일부 네티즌들은 연아에게 피겨 전용링크장을 설립하라고 난리다. CF로 돈도 많이 벌었는데, 왜 정부에 연습장을 마련해 달라는 얘기다. 참 어이가 없다. 같은 국민으로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피겨스포츠는 연아의 개인 스포츠가 아니다.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등과 같이 동계 스포츠종목의 하나다. 그런데 왜 연아가 피겨 링크장을 건립해야 하나?


이런 논리라면 프리미어 리그에서 돈을 많이 번 박지성도 전용 축구장을 하나 만들어야 한다. 박지성 역시 김연아처럼 CF에도 많이 출연했다. 얼마나 황당하고 모순된 말인가? 요즘 고려대 교수가 김연아의 F학점 공개, 휴학권유 등으로 김연아가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 할 것 같다. 엇그제 미국에서 아이스쇼를 마치고 이제 내년 3월 세계선수권을 대비해 새 코치를 선임하고 연습에 들어갈 것이다. 일본의 아사다마오와 내년에도 피할 수 없는 경쟁을 해야 한다. 연아를 격려해도 모자랄 판에 왜 이렇게 연아를 힘들게 하는 지 모르겠다. 국제 유니센프 친선대사 등 연아가 국가 브랜드를 얼마나 높여 놓았던가?

CF로 돈을 많이 벌었으니 연아에게 피겨 전용 링크장을 지으라는 네티즌들의 반응을 보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피겨 선수로서 대통령에게 전용 링크장 하나 만들어 달라는 소박한 바람도 피력 못하나? 이것도 연아가 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 시켜서 한 일일 것이고, 연아는 이왕 바람을 피력할 것이라면 후배들을 위해 한 마디 한 것이다. 자신이 오래 선수생활을 해오면서 고생한 것을 후배들이 똑같이 하면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비용도 만만치 않겠지만)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연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얘기한 것이다. 뭐 그렇다고 진짜로 대통령이 전용 링크장을 만들어줄지는 미지수다.


설사 지금 피겨 전용 링크장을 짓는다 해도 김연아는 이 링크장을 사용하기 어렵다. 정부에서 계획을 세우고 건립하기까지 적어도 5년은 걸릴 것이다. 그때 연아는 이미 현역에서 은퇴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김연아에게 링크장을 직접 건립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김연아가 은퇴하면 피겨는 또 다시 우리 나라에서는 불모지로 전락할지 모른다. 빙상관계자들은 김연아와 같은 기적을 바라는지 모른다. 그러나 기적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이제 투자와 쳬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연아가 'G20 정상에게 말하세요!'에서 '폭등하는 배추값 내려주세요'라고 해야할까? 연아 입장에서는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얘기를 했다. 연아가 피겨 대회에 참가할 때는 '금메달 따라'고 입에 개거품 물면서 얘기하고, 2위나 3위를 하면 '정신력이 흐트러졌네' 하면서 비판하기 일쑤다. 만약 피겨 전용 링크장을 주어준 아사다마오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면 비판을 받아도 싸다. 그러나 우리 연아는 늘 기적을 만들어왔다. 이런 기적을 연아의 후배들에게도 계속 바란다는 것은 도둑놈 심보다.


어쩌면 한국은 연아와 같은 피겨 영웅을 가질 자격이 없는지 모른다. 국보급 선수를 보호해도 시원치 않은데 요즘 연아 괴롭히기를 보면 한심한 수준을 넘어 안타깝기 짝이 없다. 김연아에게 전용 링크장을 설립하라고 한 사람들은 박세리에겐 골프장, 박찬호에겐 야구장, 박지성은 축구장을 지으라고 해야 할 것이다. 피겨 전용링크장 건립비용이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그 돈 벌려면 김연아가 평생 선수, 코치생활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연아에게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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