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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장키스', 김현중 이름이 아까운 드라마

by 카푸리 2010.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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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극에서 유독 고전을 하고 있는 MBC가 김현중을 내세워 '장난스런 키스'(이하 '장키스' 표기)로 명예회복에 나섰는데, 첫 방을 보니 김현중 이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리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라 해도 현실성이 너무 없고, 스토리 전개는 왜 이렇게 더니나요? 성질 급한 사람은 채널 많이 돌렸을 거에요. 어제 1회는 김현중이 주인공인데 회상신으로 대사없이 몇 번 나오더니 첫 대사가 34분이 지난 후에 나오더군요. 캐릭터 자체가 까칠하기 때문에 말보다 행동으로 연기한다 해도 정소민과 그 주변인들 얘기만 나오다 보니 김현중보다 봉준구역을 맡은 이태성이 더 매력이 있어 보이던구요.

원작만화 분위기를 살리려고 했나요? 몽환적 분위기속에 백마가 등장하고 숲속에서 나무에 기대 잠을 자던 오하니(정소민)가 백마를 따라가다가 갑자기 나타난 백승조(김현중)와 키스를 하려는데... 현실이 아니었네요. 오하니가 학교에서 꿈을 꾼 것이었어요. 하니와 승조는 꿈속에서 이렇게 만났습니다.


현실로 돌아와보면 백승조는 세상에 이런 남자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에 완벽 그 자체입니다. IQ가 200에 전교 1등을 한번도 놓치지 않은 수재인데, 얼굴까지 잘 생겼으니 여학생들의 우상입니다. 반면 오하니는 만년 꼴찌반에서도 꼴찌를 도맡아 하는 파랑고등학교의 암적 존재로 낙인 찍힌 인물입니다. 꿈속에서 본 숲속 정령이 백승조라 생각해서 무작정 들이대고 싶지만 그래도 여자인데, 자존심이 있죠. 그래서 끙끙 앓으며 망설이는데 친구들의 권유로 연애편지를 써서 백승조 사물함에 넣었다가 다시 돌려받는 수모를 당합니다. 백승조는 편지를 돌려주면서 '니가 오하니니? 나 머리나쁜 여자는 질색이야!'라고 하는데, 김현중의 이 대사가 나오기까지 무려 34분이 지났으니 제작진이 시청자 답답하게 만들려고 작정했나봐요. 주인공의 첫 대사가 이렇게 늦게 나온 적이 또 있을까요?

학교에서는 하니가 승조에게 프로포즈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하니가 지나갈 때마다 수군수군 대니 왕따 일보 직전이에요. 그래도 하니의 단짝 친구 정주리(홍윤화), 독고민아(윤승아)는 늘 하니 곁을 지키고 있네요. 또 일편단심 오하니를 사랑하며 따라다니는 봉준구(이태성)가 있어서 하니는 만화영화 주제가처럼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네요.


하니의 아버지 오기동(강남길)은 소팔복 국수집을 운영하는데, 하니 외할머니가 40년간 운영하던 식당을 물려받아 20여년을 사장 겸 주방장으로 일하고 있어요. 오기동은 하니가 어려서 엄마가 죽고 난후 홀로 하니를 키워온 순애보적 남자입니다. 하니와 단짝 친구인 정주리, 독고민아, 봉준구는 파랑고등학교에서는 학교 평균성적을 무참히 까먹는 암적 존재로 소문이 나있습니다. 그래도 의리하나는 세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지요. 이들 악동 4인방이 하니집에 모여 맛있는 국수를 먹다가 하니 아버지가 봉준구를 놀리자 봉준구는 머리로 벽을 부딪힙니다. 그런데 갑자기 집이 무너지는 것은 황당 그 자체였어요. 진도2, 창문이 미세하게 흔들릴 정도의 지진인데 동네에서 유일하게 하니집만 무너진 거에요.

아무리 하니와 승조를 만나게 하기 위한 설정이라고 하지만, 조금 어이가 없었습니다. 졸지에 집을 잃게된 하니, 봉준가가 가만히 있을 수 없죠. 준구는 학교에서 하니 돕기 모금운동을 전개했습니다. 등교하다가 이 모습을 본 하니는 안그래도 창피한데 더 창피하게 만드는 준구가 미울 수 밖에 없어요. 그런데 승조가 모금함을 그냥 지나치는데, 봉준구가 불러세워 왜 돈을 안내느냐며 강제 모금을 하려 합니다. 승조가 지갑에서 2만원을 꺼내 모금함에 넣으려는 순간, 하니는 '집어쳐! 누가 네 돈 받는데? 다시 밑에서 밥을 빌어먹는 한이 있어도 네 돈은 안 받아'라며 일격을 날립니다.


연애편지를 줬다가 거절당해 안그래도 승조한테 창피한데, 자기를 위해 모금운동까지 벌이는 광경을 본 승조가 얼마나 하니를 우습게 볼까요? 하니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텐데, 고양이 앞의 쥐도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물잖아요? 하니가 의외로 세게 나옵니다. 모금함에 돈을 넣으려다 다시 지갑에 넣고 가는 승조에게 하니는 '야 백승조! 네가 뭔대 이렇게 사람을 무시해? 네 눈에는 여기 모인 애들 다 바보고 조롱거리로 보이지? 네가 그렇게 잘났어?' 이제 하니가 승조를 완전히 포기했나요?

이렇게 서로 고양이와 쥐가 된 두 사람이 한 집에서 살게되는 극적인 반전이 있죠? 아니 극적이라기보다 진도 2 지진에서 하니 집이 무너진 후 구조현장이 뉴스로 생중계됐는데, 뉴스를 본 하니 아버지 친구가 바로 백승조 아버지 백수창(오경수)입니다. 백수창은 오갈데 없는 하니와 아버지를 자기집에 와서 살게했는데, 하니가 까칠 백승조와 한 집에서 살게하는 과정이 너무 작위적입니다. 또한 극 초반에 나온 지루한 상상신, 발레, 뮤지컬도 모자라 '궁'의 흔적들이 여러곳에서 발견돼 식상했습니다.


오늘 2회부터는 하니와 승조가 한 집에서 살면서 아웅다웅 다투면서 서로에 대한 호감이 싹튼다? 뭐 이런식으로 전개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빤하게 보입니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죠. 특히 대만판을 본 사람들의 실망은 더 큽니다. 황당하면서도 만화같은 스토리가 나올 거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너무 엉뚱하고 지루한 전개가 김현중의 포스마저 빛을 잃게 만든 느낌입니다.

김현중의 연기력도 '꽃남'의 윤지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첫 대사가 34분이 지난 후 나온 것은 불안한 대사처리 때문에 비쥬얼로 시선을 끌려던 것은 아니겠지만, 그런 오해마저 불러 일으키게 할 정도로 답답했으니까요. 대사처리와 표정 연기는 몰라도 비쥬얼 하나만큼 최강이었습니다. 이런 비쥬얼 때문에 황인뢰감독이 김현중을 캐스팅했겠지만, 정작 제작진은 '장난스런 전개'로 김현중의 이름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SS501을 탈퇴 후 첫 주연작 '장키스'가 김현중의 연기자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텐데, 김현중 연기보다 제작진의 탄탄한 스토리 전개가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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