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리뷰

나쁜 남자, 김남길 대사가 적었던 이유

by 카푸리 2010. 8. 6.
반응형
어제 김남길의 '나쁜 남자'가 17부로 종영됐습니다. 김남길의 군입대로 20부작 예정이었다가 입대 연기가 되지 않는 바람에 17부로 부랴 부랴 종영해서 그런지 어딘가 모르게 결말이 허술한 느낌이에요. 주인공 김남길은 20여년간 복수만을 생각해 오다 결국 신여사(김혜옥)에게 지고 말았습니다. 어처구니 없게 모네의 총에 맞아 죽는 건욱을 보니 조금 황당하기도 했어요. 김남길 팬들이야 건욱이 죽지 않고 재인과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바랬는데, 이도 저도 아닌 이상한 결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나쁜 남자'를 쭉 지켜본 시청자들은 아시겠지만 처음과 달리 12회부터 김남길의 대사가 부쩍 줄어들었습니다. 대사 대신에 독백이 많이 들어갔어요. 지난주 16부와 마지막 회는 더 심했습니다. 심건욱의 교통사고 신과 병원신에서도 정신병자 처럼 연기하느라 대사가 거의 없었습니다. 마지막 회는 김남길이 입대를 앞두고 있어서 밤새 촬영하느라 대사 외울 시간도 없었을 겁니다. 더구나 12회부터 김남길 대역으로 홍도윤이 옆 모습과 뒷 모습을 촬영에 투입되는 등 입대를 앞둔 김남길은 그저 얼굴 모습만 나오는 것도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촬영에 쫓겼습니다. 대사를 외워 연기할 겨를이 없었을 겁니다.


마지막 회에서 김남길이 등장한 신은 여덟 장면이었어요. 이중 대사와 함께 나온 장면은 두 장면 뿐이지요. 나머진 모두 다른 배우가 일방적으로 대사를 하거나 회상신, 독백이었습니다. 김남길의 목소리는 '아마존의 눈물' 나레이션을 할 정도로 매력있는 목소리인데, 독백은 좋았지만 드라마 주연배우가 마지막회에 대사가 없다는 것이 군입대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한다고 해도 조금 실망이었습니다.

자, 그럼 마지막회 김남길 출연 장면을 다시 한번 볼까요? 우선 대역입니다. 신여사가 건욱 사무실에서 김남길이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는 장면이 있었죠? 이때 의자에 앉아 있던 배우가 대역배우 홍도윤이었어요. 뒷모습만 보이다가 신여사가 의자를 돌리는 순간 앞모습이 0.001초 정도 비췄는데, 김남길이 아니란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만약 김남길이 직접 이 장면을 연기했다면 복수의 눈빛으로 신여사를 쏘아보며 훨씬 공포감이 있었을 거에요.


집으로 돌아온 심건욱이 문을 걸어 잠그고 과거 사진들을 다 태우는 장면이 나오는데, 문 밖에서 홍태성(김재욱)이 문을 두드리며 열라고 하지만 건욱은 문을 열지 않습니다. 건욱은 과거 홍회장집에서 자라던 때부터 지금까지를 회상하는데, 대사는 없고 가끔 독백이 나올 뿐입니다. 신여사는 심건욱의 부모를 죽이 것도 모자라 건욱이까지 죽이려다 결국 법정에서 죄를 인정받았습니다.

죄수복을 입고 호송차에 오르는 순간 버스 앞에 건욱이가 있었죠. 신여사는 건욱에게 '내가 진짜를 버리고 가짜를 데려왔어', '내가 이건거야'라며 충격적인 말을 합니다. 마지막회 김혜옥의 연기는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신여사가 호송차를 타고 떠나자, 건욱은 은실장에게 '그 때 사고가 났던 날 보자고 했지요', '말해봐요' 딱 두 마디 였습니다. 건욱 입장이라면 자신이 진짜 해신그룹 홍태성이라는 사실에 충격에 휩싸이며 머리를 부여잡고 울부짓듯 대사를 쏟아내야 할 부분이었습니다.


심건욱은 신여사의 말을 듣고 홍회장을 찾아갔지만 휠체어를 타고 있는 홍회장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릴 뿐입니다. 홍태라가 건욱이 진짜 홍태성이라는 사실을 알고 건욱의 집을 찾아갔을 때도 건욱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연수가 동생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듯 일방적으로 대사를 쏟아냅니다. 홍태라가 떠난 후 재인이 찾아왔을 때도 백허그를 한 채 한가인만 대사를 할 뿐 김남길의 대사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충격적인 반전, 즉 모네가 권총으로 건욱을 향해 쏘려 할 때 건욱은 '모네야 미안하다', '옛날처럼 오빠라고 한 번만 불러주면 안돼'라는 대사 두 마디를 남기고 모네가 쏜 총에 맞았습니다.

모네의 권총에 복부 관통상을 입은 심건욱은 수건으로 배를 감싼 채 명동 거리를 배회하다 결국 한강변에서 초췌하게 시체로 발견됩니다. 건욱이 해신그룹의 진짜 아들이라는 것이 밝혀졌는데도 시체가 다 부패되도록 찾지도 않고, 보석으로 풀려난 신여사와 회장으로 취임한 홍태라를 보니 건욱이만 불쌍하게 끝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가짜로 판명된 홍태성(김재욱)도 불쌍하고요. 시체가 발견되기 전에 재인과 태라에게 보낸 편지를 보고 건욱이가 죽지 않았다고 하는 팬들도 있었지만, 죽기전에 써놓은 편지글 낭독이었습니다. 드라마 주인공이 마지막회에서 이렇게 대사가 없는 것도 희귀한 일이에요.


마지막 회만 놓고 보더라고 김남길이 한 대사는 딱 네마디 뿐입니다. 김남길이 군입대를 앞두고 강행군속에 촬영하느라 대사를 외울 시간이 없어 표정연기로 대신한 것입니다. 다행히 김남길이 표정만으로도 열대사 못지 않게 잘해주어 대사가 없다는 것을 눈여겨 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몰랐을 겁니다. 김남길이 군입대가 연기됐다면 '나쁜 남자'는 어설프게 종료되지 않았을 겁니다. 어제 마지막 회에서 김남길의 대사를 딱 네 마디만 들으니 미완성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아 여간 아쉽지 않았습니다.

☞ 추천은 무료, 한방 쿡 부탁드립니다!! 카푸리 글이 마음에 들면 정기구독+해 주세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