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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동이’, 심운택의 통쾌한 외통수

by 카푸리 2010.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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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를 둘 때 ‘외통수’라는 게 있습니다. 꼼짝 못하고 당하는 수를 말합니다. 어제 동이 36회에서 장옥정은 동이와 심운택의 외통수에 완벽하게 당했습니다. 그동안 끊임없이 음모를 꾸미고, 그 음모가 탄로날 것 같으면 또 다른 음모를 만들어 덮으려 했던 장옥정은 동이에게 먼저 칼끝을 겨누었다고 생각했는데, 동이는 장옥정 뒤에서 또 다른 칼끝을 겨누고 있었어요. 역시 장옥정은 동이에게는 한 수 아래였습니다. 그리고 동이에게는 브레인 심운택이 있었습니다. 장옥정이 당한 외통수는 심운택의 묘수였습니다.

그럼 흥미진진했던 36회를 다시 한번 볼까요? 장옥정이 노린 것은 등록유초입니다. 세자 고명을 앞당겨준 댓가로 청국에 등록유초를 넘겨주기로 했는데, 의주에서 장희재가 넘겨준 것이 가짜였어요. 심운택이 진본을 빼돌렸기 때문입니다. 장옥정은 등록유초 진본을 동이가 가지고 있다는 심증을 굳히고 이를 빼앗기 위해 목숨을 건 승부를 하는데, 동이의 함정에 빠져 진짜 목숨을 걸게 생겼습니다.


등록유초를 빼앗기 위해 장옥정남매는 청국 사신단을 위한 연회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동이는 물론 내금위장 서용기, 차천수, 봉상궁 등 모두를 청국 사신단 연회에 참석시켰습니다. 모두의 신경이 연회장에 쏠려있을 때 감찰부 유상궁은 동이 처소에서 등록유초를 찾아냈습니다. 장옥정은 등록유초를 손에 쥔 순간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얼마나 기뻤을까요? 그러나 기쁨도 잠시, 모든 게 끝난 것은 동이가 아니라 장옥정이었습니다. 동이가 그 중요한 등록유초를 허술하게 관리할 리가 있나요?


등록유초를 장옥정이 가져가도록 한 것은 동이와 심운택이 파놓은 함정이었습니다. 심운택은 장희재가 등록유초 진본을 찾는데 혈안이 된 것을 눈치 챈 후 다급한 장옥정남매에게 미끼를 던졌습니다. 일부러 등록유초를 동이 처소에 남겨두어 장옥정 손에 들어가게 한 거지요. 등록유초를 손에 쥔 장옥정과 남인들은 이제야 두 발을 뻗고 잘 수 있겠다며 축제 분위기입니다. 동이의 함정에 빠진 장옥정과 남인들은 축배가 아니라 독배를 들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장희재가 청국에 등록유초 진본을 넘겨주려는 순간 서용기는 군사들을 이끌고 와서 현장을 덮쳤습니다. 다급한 장희재는 등록유초를 불태우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장희재는 심운택의 외통수에 완벽하게 걸린 것입니다.


뒤늦게 동이에게 당한 것을 알게된 장옥정은 치맛자락을 움켜주고 분노하지만, 이제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숙종은 서용기로부터 등록유초를 청국에 넘기려했던 모든 사실을 보고 받고 ‘어떻게 대신들이 그럴 수 있느냐’며 진노했습니다. 그리고 동이를 찾아가 중전(장옥정)도 등록유초에 대해 알고 있느냐고 물었는데, 동이는 힘 없이 ‘전하...’라고만 하죠. ‘맞다’는 대답입니다. 동이의 말에 숙종은 충격을 받고 몸을 부르르~ 떨었습니다. 대신들이 등록유초를 청국에 넘겨주려한 것은 숙종을 기망한 것 뿐만 아니라 조선과 백성들을 송두리째 넘겨주는 배신행위기 때문입니다.

정상궁과 정임이는 동이에게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고 하지만 동이는 폐비가 복귀하는 날까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폐비 역시 장옥정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동이는 끝까지 발악할 장옥정에게 마지막 카운터펀치를 준비합니다. 동이는 장옥정을 찾아가 등록유초는 물론 그동안 장옥정이 저지른 악행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동이가 오래 전 장옥정을 구명해 줄 때처럼 이번에는 장옥정의 죄를 입증할 것이라는 말에 장옥정은 눈을 크게 뜨고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장희재 일당의 자복도 필요없다며 마지막으로 중전의 목을 옥죄는 동이가 정말 무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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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36회는 지금까지 터질 듯 말 듯하며 질질 끌어오던 장옥정남매의 악행 폭탄이 한꺼번에 터지는 느낌이었어요. 통쾌했습니다. 후덥지근한 여름날 올 듯 말듯 하다가 천둥번개가 요란하게 치며 소나기가 시원하게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사극의 묘미는 ‘사필귀정’인데 그 묘미를 제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장옥정은 모든 악행이 다 드러난 상황에서도 절대로 중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겠다며 마지막 발악을 할 것입니다. 이미 이성을 잃었습니다. 이런 장옥정이 다음주에 마지막 카운터펀치를 맞을거라 생각하니 미움보다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그동안 저지른 악행을 보면 천벌을 받아야 마땅하나 막상 천벌을 받을 때가 되니 장옥정 또한 남인과 서인간의 당파싸움의 피해자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장옥정은 사실 남인들이 내세운 정치적 꼭두각시에 불과했는데, 이제 그 꼭두각시 놀음도 끝나가는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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