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호 침몰로 온 나라가 슬픔에 빠진 기분입니다. 게다가 연예계에서는 최진영 자살로 충격에 빠졌습니다. 어제(3일)는 천안함 실종자를 수색하던중 불귀의 객이 된 고 한주호 준위의 영결식이 열렸습니다. 한준위의 영결식 장면이 뉴스 시간에 방송될 때 그 가족들이 울부짓는 모습을 보니 콧날이 시큰했습니다. 또한 침몰된 천안호에서 어제 저녁에 남기훈상사의 시신이 발견돼 실낫같은 희망을 갖고 있던 실종가족들을 오열하게 만들었습니다. 천안호 사고 이후 온 나라가 우울모드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방송도 이런 분위기 때문에 오락 프로 방송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어제 '무한도전'은 결방 대신 탈북 소녀 복서 최현미선수의 경기를 재방송했고 '쇼 음악중심'과 '우결'은 결방됐습니다. 그리고 '세바퀴'는 특선 영화 '7급 공무원'으로 대체 방송됐습니다. KBS2도 '스타골든벨'과 '천하무적 야구단'을 결방했고 대신 '동물의 건축술'이란 프로도 대체했습니다. 오늘 KBS2는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1박2일), '개그콘서트', 달콤한 밤'도 모두 결방합니다. 방송사도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자는 분위기입니다. KBS2 '연예가 중계'는 천안함 사고 이후 실종된 군 장병과 고 한주호 준위에 대한 소식을 방송 초반에 전하며 애도의 뜻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방송은 하돼 최소한 실종자에 대한 추모 예의는 표했습니다.


그런데 SBS는 좀 달랐습니다. MBC, KBS와는 달리 2일 '절친노트3', '스타 부부쇼 자기야'를 정규방송 했고, 어제는 '스타쥬니어쇼 붕어빵'과 '놀라운 대회 스타킹'을 예정대로 방송했습니다. SBS에서 다른 방송사와 달리 토요일 저녁 시간대 예능 방송을 한 것은 나름대로 소신있는 방송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스타킹'이 방송되는 동안 천안호 침몰 첫 실종자가 발견되는 바람에 '스타킹'이 방송되는 내내 하단에 큰 글씨로 뉴스 속보 자막이 떴습니다. 화면으로는 웃고 있어도 속 마음은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었습니다. 이런 것을 두고 '웃고 있어도 웃는 게 아니야'라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SBS는 '스타킹'이 방송되는 동안 천안함 실종자가 발견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러나 실종자가 발견되자, 타 방송사에서는 뉴스 속보로 현장 소식을 전하고 자막으로도 남기훈상사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전했습니다. KBS, MBC와 달리 '스타킹'을 방송하고 있던 SBS로서는 방송을 잠시 중단하고 '뉴스 속보'를 전할 수도 있었지만 자막으로만 '남기훈상사의 시신 발견' 소식을 전했습니다.


'스타킹' 프로를 보던 글쓴이는 참 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화면으로는 강호동도 무릎을 꿇을 정도의 요절복통 한밤의 TV연예 리포터 선발, 꼬마 신사들의 엽기 연주회 등 평소대로 웃음과 재미있는 출연자들의 모습이 방송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방송 시작 8분이 조금 지날 무렵, 그러니까 꼬마신사들의 엽기 연주가 끝나자 마자 SBS는 '천안함 함미에서 남기훈상사 시신 발견'이라는 뉴스 속보 자막을 띄웠습니다. '스타킹'을 보다 다른 채널로 돌리니 타방송사는 뉴스 속보가 방송되고 있었습니다.

KBS 뉴스 속보를 보고 다시 SBS로 채널을 돌리니 '스타킹'이 그대로 방송되고 있었고, 대신 자막으로 실종 시신 발견에 대한 내용을 계속 전했습니다. '17시 47분, 상사 식당 절단면에 끼인 채 발견', 18시 9분 추가 입수한 잠수요원들과 함께 시신 인양', '얼룩무늬 전투복 상의에 하의 속옷 차림', '광양함에서 시신 수습' 등 자막으로 첫 실종자 발견소식을 생중계(?) 했습니다. '스타킹'이 방송되는 동안 눈은 화면 하단 뉴스속보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스타킹'은 의도하진 않았지만 첫 실종자가 발견되는 바람에 자막으로 뉴스속보를 생중계하며 희비의 쌍곡선을 긋는 예능 프로가 되고 말았습니다.


화면 하단 뉴스속보 자막이 너무 크게 나오는 바람에 '스타킹' 자막이 천안호 침몰 실종자 발견 자막을 가려 '스타킹'을 보던 시청자들은 불편했을 것입니다. 이런 시청자들의 불편을 보도국에서 눈치 챘나요? '스타킹' 방송 19분여가 지날 때는 화면 하단 뉴스 속보 자막이 조그맣게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스타킹' 자막도 더 이상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34분이 지나자 다시 뉴스속보 자막은 크게 바뀌었습니다. 이는 '스타킹'보다 뉴스 속보 내용 전달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SBS로서는 '스타킹' 방송을 중단하고 뉴스 속보를 하는 것도 고민했겠지만 결국 '스타킹'은 그대로 방송하고, 자막으로 실종자 발견 소식을 생중계(?) 하는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그래서 총 73분의 방송시간 중 뉴스 속보 자막은 '스타킹'이 51분 방송될 때까지 계속됐습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스타킹'을 보면서 겉으론 웃고, 속으로는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껴야 하는 이상한 프로를 보게됐습니다.


속보로 '식당 절단면에 끼인 채 발견된 남기훈상사'라면 자막위로 낄낄대는 출연자들을 보기가 정말 불편했습니다. 아무리 소신있게 예능방송을 결정했다지만, 첫 실종자가 발견된 마당에 '스타킹'을 계속 방송할 수 있나요? 그냥 중지하고 '긴급뉴스'로 대체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시청자들은 희비가 엇갈린 '스타킹'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으니 앞으로 이런 방송은 지양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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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