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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방송된 '돌아온 일지매'는 고우영의 원작 만화를 극화한 퓨전 사극이었습니다. '돌지매' 첫 방송부터 얼굴없는 배우로 성우, 즉 '책녀'가 등장했습니다. '돌지매'에서 책녀란 작가의 관점에서 또는 시청자들에게 극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해설을 해주는 역할입니다. '책녀'의 등장을 두고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느니, 도움이 된다느니 논란이 뜨거웠습니다. 당시 황인뢰PD는 사극의 새로운 실험처럼 '책녀'를 등장시켰지만 정일우의 '돌지매'는 이준기의 '일지매'에 비해 참담한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병훈PD의 정통 사극 '동이'는 방송 초반인데도 불구하고 이PD의 전작 '대장금', '이산'과 전개방식이 비슷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습니다. 바로 극중 배역과 큰 관계가 없는 인물을 투입시킨 점입니다. '동이' 등장인물에 보면 배역 비중이 하찮은 엑스트라급 배우들이 나와 있는데, 1회부터 나온 김환(정인기)은 공홈 '그 외 인물'애 소개돼 있습니다. 그런데 3회까지 방송된 내용을 보면 극중 아주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인물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김환의 정체는 뭘까요?
김환은 첫 회부터 등장했습니다. 저자 거리에서 약과를 사려고 동전을 세고 있던 동이는 뜬금없이 김환을 만납니다. 김환은 동이를 보자마자, 사는 곳이 어디냐고 묻습니다. 김환은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만난 동이가 남다르게 귀인 포스가 느껴졌던 겁니다. 동이가 반촌에 산다고 하자, 김환은 지름길인 장수골로 가지 말고, 큰 길가, 즉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곳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김환은 동이가 오태석(정동환) 조카 오윤(최철호)에게 쫓기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김환은 동이를 보고 한번도 본적이 없는 '천을귀인'(天乙貴人, 하늘의 귀인이 도움을 주는 사주)의 상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자, 여기까지 본다면 김환은 지나가는 '도사' 엑스트라 쯤으로 느껴졌습니다. 동이가 장차 영조 임금의 어머니, 즉 숙빈 최씨가 될 거라는 것을 시청자들에게 미리 알려주기 위한 카메오급 배우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김환은 카메오도 엑스트라도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극중 배역이 따로 정해진 인물도 아닙니다. 그저 도사입니다. 그렇다면 김환의 정체란 뭘까요? 어제 3회를 보니 어렴풋이 알 것 같았습니다.
3회에서 장옥정(훗날 장희빈, 이소연)은 어린 동이와 첫 대면을 했습니다. 장희빈과 숙빈 최씨는 우리 사극에서 여러차례 나온 숙명적인 인물들입니다. 김환은 오윤의 안내에 따라 오태석을 만났는데, 초면이 아니라 구면인듯 했습니다. 이조판서인 오태석과 뼈 있는 농담을 주고 받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오태석이 누군가를 한 번 봐달라고 했는데, 바로 장옥정이었습니다. 김환은 장옥정을 보고 훗날 궁궐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오를 수 있는 인물이라며 천기(?)를 누설했습니다. 오태석을 만나고 나오면서 김환은 마당에서 기다리고 있던 장옥정에게 "당신은 모든 것을 가졌지만, 모든 것을 잃은 자의 그림자가 된다"는 말을 전해주었습니다. 장옥정은 이 말뜻을 이해 못했지만 시청자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김환이 말한 모든 것을 가진 자는 장옥정이요, 모든 것을 잃은 자의 그림자는 곧 어린 동이였습니다. 즉 김환은 동이와 옥정을 '빛과 그림자'로 비교해 앞으로 두 여인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을 예고한 것입니다.
김환은 공홈 배역 설명에 점괘에 신통력을 가진 도인이라고 돼 있습니다. 동이와 장옥정의 앞날에 의미깊은 예언을 하는데, 훗날 그것이 그대로 맞아떨어진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어린 동이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목숨을 구해주고 보살펴준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아무리 어린 동이가 '천을귀인'의 상을 가졌다고 해도 지나가는 도사가 동이 주변에 계속 머물며 등장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사극 '동이'에서 김환은 사실 없어도 되는 배역입니다. 그런데도 계속 그를 출연시키면서 동이와 장옥정의 운명을 미리 점치는 것은 시청자들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즉 김환은 '도인'이란 역할을 빌어 극중 해설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그런데 이 해설이란 것도 불필요합니다. 동이가 '천을귀인'의 상을 가졌다거나, 장옥정에게 '모든 것을 가졌다'고 하는 것은 기존에 사극 '장희빈'을 통해서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김환이 동이와 장옥정의 미래를 예견해주는 것은 '동이' 스토리 전개에 스포와 다름 없습니다. 시청자들은 김환 때문에 이미 결론이 뻔한 드라마를 보게된 것입니다.
마냥 착하고 순한 여주인공이 아니라 낮고 어두운 곳에서도 고운 옷과 맛있는 음식 등 자기 욕망에 그토록 충실한 소녀 동이, 그리고 욕망의 화신 팜므파탈이 아니라 지혜와 위엄 서린 눈빛을 지닌 장희빈의 만남은 시청자들에게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는데, 김환이 나타나 그 호기심을 여지없이 무너뜨려 버린 것입니다. 물론 시청자들에게 사극 '동이'의 길잡이 노릇을 해준다는 친절함은 있지만 '선덕여왕', '추노' 등을 통해 눈높이가 높아질 대로 높아진 시청자들에겐 사족이었습니다.
도사 김환은 동이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계속 등장하며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돌아온 일지매'에서 책녀로 등장한 성우 김상현이 친절한 해설에도 불구하고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며 호된 비판을 받았는데, '동이'에서는 도사 김환이 오히려 극의 몰입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엑스트라급 배우로 한두번 출연하는 것은 괜찮지만 동이가 성장해 가면서 계속 나와 동이와 장옥정의 앞날을 시시콜콜히 예견해주는 것은 불필요함을 넘어 너무 과도한 친절 아닐까요?
이병훈PD의 정통 사극 '동이'는 방송 초반인데도 불구하고 이PD의 전작 '대장금', '이산'과 전개방식이 비슷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습니다. 바로 극중 배역과 큰 관계가 없는 인물을 투입시킨 점입니다. '동이' 등장인물에 보면 배역 비중이 하찮은 엑스트라급 배우들이 나와 있는데, 1회부터 나온 김환(정인기)은 공홈 '그 외 인물'애 소개돼 있습니다. 그런데 3회까지 방송된 내용을 보면 극중 아주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인물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김환의 정체는 뭘까요?
김환은 첫 회부터 등장했습니다. 저자 거리에서 약과를 사려고 동전을 세고 있던 동이는 뜬금없이 김환을 만납니다. 김환은 동이를 보자마자, 사는 곳이 어디냐고 묻습니다. 김환은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만난 동이가 남다르게 귀인 포스가 느껴졌던 겁니다. 동이가 반촌에 산다고 하자, 김환은 지름길인 장수골로 가지 말고, 큰 길가, 즉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곳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김환은 동이가 오태석(정동환) 조카 오윤(최철호)에게 쫓기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김환은 동이를 보고 한번도 본적이 없는 '천을귀인'(天乙貴人, 하늘의 귀인이 도움을 주는 사주)의 상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자, 여기까지 본다면 김환은 지나가는 '도사' 엑스트라 쯤으로 느껴졌습니다. 동이가 장차 영조 임금의 어머니, 즉 숙빈 최씨가 될 거라는 것을 시청자들에게 미리 알려주기 위한 카메오급 배우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김환은 카메오도 엑스트라도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극중 배역이 따로 정해진 인물도 아닙니다. 그저 도사입니다. 그렇다면 김환의 정체란 뭘까요? 어제 3회를 보니 어렴풋이 알 것 같았습니다.
3회에서 장옥정(훗날 장희빈, 이소연)은 어린 동이와 첫 대면을 했습니다. 장희빈과 숙빈 최씨는 우리 사극에서 여러차례 나온 숙명적인 인물들입니다. 김환은 오윤의 안내에 따라 오태석을 만났는데, 초면이 아니라 구면인듯 했습니다. 이조판서인 오태석과 뼈 있는 농담을 주고 받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오태석이 누군가를 한 번 봐달라고 했는데, 바로 장옥정이었습니다. 김환은 장옥정을 보고 훗날 궁궐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오를 수 있는 인물이라며 천기(?)를 누설했습니다. 오태석을 만나고 나오면서 김환은 마당에서 기다리고 있던 장옥정에게 "당신은 모든 것을 가졌지만, 모든 것을 잃은 자의 그림자가 된다"는 말을 전해주었습니다. 장옥정은 이 말뜻을 이해 못했지만 시청자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김환이 말한 모든 것을 가진 자는 장옥정이요, 모든 것을 잃은 자의 그림자는 곧 어린 동이였습니다. 즉 김환은 동이와 옥정을 '빛과 그림자'로 비교해 앞으로 두 여인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을 예고한 것입니다.
김환은 공홈 배역 설명에 점괘에 신통력을 가진 도인이라고 돼 있습니다. 동이와 장옥정의 앞날에 의미깊은 예언을 하는데, 훗날 그것이 그대로 맞아떨어진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어린 동이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목숨을 구해주고 보살펴준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아무리 어린 동이가 '천을귀인'의 상을 가졌다고 해도 지나가는 도사가 동이 주변에 계속 머물며 등장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사극 '동이'에서 김환은 사실 없어도 되는 배역입니다. 그런데도 계속 그를 출연시키면서 동이와 장옥정의 운명을 미리 점치는 것은 시청자들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즉 김환은 '도인'이란 역할을 빌어 극중 해설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그런데 이 해설이란 것도 불필요합니다. 동이가 '천을귀인'의 상을 가졌다거나, 장옥정에게 '모든 것을 가졌다'고 하는 것은 기존에 사극 '장희빈'을 통해서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김환이 동이와 장옥정의 미래를 예견해주는 것은 '동이' 스토리 전개에 스포와 다름 없습니다. 시청자들은 김환 때문에 이미 결론이 뻔한 드라마를 보게된 것입니다.
마냥 착하고 순한 여주인공이 아니라 낮고 어두운 곳에서도 고운 옷과 맛있는 음식 등 자기 욕망에 그토록 충실한 소녀 동이, 그리고 욕망의 화신 팜므파탈이 아니라 지혜와 위엄 서린 눈빛을 지닌 장희빈의 만남은 시청자들에게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는데, 김환이 나타나 그 호기심을 여지없이 무너뜨려 버린 것입니다. 물론 시청자들에게 사극 '동이'의 길잡이 노릇을 해준다는 친절함은 있지만 '선덕여왕', '추노' 등을 통해 눈높이가 높아질 대로 높아진 시청자들에겐 사족이었습니다.
도사 김환은 동이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계속 등장하며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돌아온 일지매'에서 책녀로 등장한 성우 김상현이 친절한 해설에도 불구하고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며 호된 비판을 받았는데, '동이'에서는 도사 김환이 오히려 극의 몰입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엑스트라급 배우로 한두번 출연하는 것은 괜찮지만 동이가 성장해 가면서 계속 나와 동이와 장옥정의 앞날을 시시콜콜히 예견해주는 것은 불필요함을 넘어 너무 과도한 친절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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