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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여자는 뒤웅박 팔자라던 그녀 잘 살까?

by 카푸리 2008.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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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서울은 올 들어 첫 눈이 내렸습니다.
첫 눈이 오면 누구나 첫사랑 같은 추억이 생각나죠. 그러나 그 사랑이 아픈 사랑이라면 첫 눈 올때마다 가슴이 시릴 것입니다. 저 또한 이 맘 때면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추억으로 늘 가슴 한켠이 춥습니다.

대학생이었던 1995년 여름, 여자친구를 처음 만났습니다. 저는 지방이 집이고 대학때부터 서울에서 하숙을 하고 있었습니다. 대학에서 수업을 같이 듣던 선배의 소개로 여자친구를 우연히 만났습니다. 시험자료를 전해주기 위해 갔었는데 선배가 여자친구와 함께 있었거든요. 전 그때 첫 눈에 이 여자친구에게 반해버렸답니다. 누군가를 처음 봤을 때 '쿵'하고 가슴이 내려앉는 기분, 그런 감정을 느꼈습니다. 여자친구도 저와 다행히 마음이 통해 몇 번의 만남을 통해 저희는 본격적으로 사귀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때만 해도 그 여자와 세상에서 가장 진실하고 영원히 변치 않을 사랑을 할 거라 믿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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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여자는 콤플렉스가 있었습니다. 좋은 대학을 졸업한 후 번듯한 직장에 다니고 있고, 외모도 못나진 않았지만 늘 웬지 모를 열등감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녀는 자기가 가진 콤플렉스를 결혼을 통해서라도 만족시키고픈 욕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경제적으로도 여유 있고, 집안도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집은 평범했지만, 그녀의 눈으로 보면 보잘것 없는 집이었습니다. 그녀의 부모님은 성실하고 착하신 부모님이었고, 많이 배우진 못하셨지만, 특유의 부지런함으로 집도 마련하시고 그녀를 대학교까지 보내주신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어른이 된 그때까지도 그녀 부모님의 직업을 떳떳하게 말하지 못하였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도, 외모를 예쁘게 가꿔도, 아무리 그녀가 노력하고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그녀의 가정환경과 배경이 그녀의 가장 큰 콤플렉스였습니다. 그래서 그녀가 생각한 것은 "내 자식은 이런 열등의식을 갖지 않게, 집안도 좋고 소위 말하는 조건 좋은 남자를 만나서 결혼하자!" 였습니다. 어찌 보면 대리만족이지요.

그녀의 남자친구였던 저 역시 집안이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가난하거나 쪼들리는 건 아지만 그리 풍족하지 않고, 집을 살 때 대출을 받아 약간의 빚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녀가 바라던 조건에 부합하는 집안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연애 초기에는 그런 것들이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았습니다. 사랑만으로 세상이 아름답게 보일 때였거든요. 하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그녀가 변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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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같은 제 마음과는 달리 그녀는 언제부터인가 남자친구를 재고 따지고 집안과 배경이 좋았던 전 남자친구와 비교를 하는 등 진정 사랑한다면 해서는 안 될 생각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성실하고 직장도 튼튼하니까 착실히 돈을 모으고 하면 괜찮을거야" 라고 그녀를 위로하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여자팔자는 뒤옹박팔자, 결혼만 잘하면 로또처럼 인생이 바뀐다는 생각이 깔려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녀는 평범한 직장인 부부로서 돈을 모으고 집을 사고 넉넉한 문화생활을 하고, 자식들에게 모자란 것 없이 해주고... 그런 게 불가능해 보이기만 한거죠. 어찌보면 제 여자친구는 참 속물이었습니다.

그리고 여자친구는 제가 싫어져서 그런지 제 가족들도 눈에 거슬린다고 하더군요.
그녀는 뭔가 티비에 나오는 교양 있는 가족을 원했습니다. 그러나 저희 집은 소탈하고 털털한 보통가정이었지만, 그녀가 바라던 이상형의 가족은 아니었습니다. 가족들간의 사이는 굉장히 좋은데, 친척들과는 마찰과 갈등이 있다는 것도 그녀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녀 또한 가정이 교양 있고, 수준 있는 집안이 못되는지라 그녀가 못 가진 것을 자기 자식은 다 갖게 해주고 싶다는 보상심리 때문에 결혼할 집안의 가족내력까지 따졌습니다.

대학때 만나 사귄지 5년이 되었지만 그녀는 이제 하나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이 많다 보니, 사소한 것까지도 다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회식이 잦은 저의 회사, 저의 친인척 중에 유전력이 있는 지병으로 돌아가신 분들도 있어 술을 많이 마시는 제가 나중에 병이라도 걸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까지 하는 여자친구를 보며 저 또한 그녀를 향한 사랑이 점차 식어갔습니다. 아니 어쩌면 제가 그녀의 결혼조건에 솔직히 만족을 시킬만한 사람이 아니란 것에 스스로 그녀를 떠나는 것이 그녀를 위한 길이겠구나 하고 생각한 것 입니다.

8년전 이맘 때 5년간 사귀던 그녀와 헤어졌습니다. 어제처럼 첫 눈이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그녀를 떠나 보낸후 직장에서 만난 지금의 아내와 저는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그녀는 저보다 나은 조건, 즉 돈많고, 집안 좋고, 교양 있는 시부모님의 조건을 쫓아 결국 저를 버리고 떠났는데, 어디서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저보다 더 나은 남자를 만나 잘 살고 있는지, 아니면 조건을 쫓다 결국 여자팔자는 뒤웅박 팔자라는 말처럼 뒤웅박이 되었는지... 지금은 그녀와 결혼을 하지 않은게 천만다행이란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돈이면 안되는 것이 없다지만, 돈과 조건만을 따지던 그녀의 이별조건이 첫 눈 오는 날이면 제 가슴 한켠을 아직까지 시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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