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여자를 좋아하고, 여자가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고전적인 사랑인데 시대가 변해서 그런지 요즘은 여자가 먼저 남자에게 애정 표현을 하고, 과감한 프렌치키스도 마다하지 않아요. 그런데 사극 <추노>에 나오는 설화(김하은)와 ‘지붕킥’에 나오는 세경(신세경)은 좋아하는 남자가 있지만 적극적인 애정 표현을 하지 못하고 있네요. 설화나 세경이 모두 일방적인 사랑을 하고 있는데, 상대 남자가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고 있네요. 사극과 현대극에서 나오는 두 여자의 사랑은 외사랑으로 끝날 가능성이 많은데, 그렇다면 ‘설화와 세경의 사랑 중 누가 더 슬픈 사랑일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먼저 설화의 외사랑부터 볼까요? 13살 때부터 사당패에서 몸을 팔다가 어느날 도망쳐 나와 대길패에 우연히 합류를 합니다. 어릴 적부터 사당패로 저자거리를 떠돌며 살았으니 눈치 하나는 짱이에요. 대길의 추노패를 따라다니며 거리적 거리기만 하다가 요즘 갑자기 철이 들기 시작했어요. 설화가 철이 든 것은 대길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본 후 부터입니다. 도망간 노비들을 붙잡아 관청에 넘기며 돈을 받아 챙기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내라고 생각한 대길에게 따뜻한 인간미를 발견했기 때문이에요.


추노패를 따라다니며 밥도 안하고, 그저 무위도식이나 하던 식충이 설화가 걸레질까지 하면서 대길에게 잘 보이려고 합니다. 설화는 대길에게 앞으로 밥도 잘해주고, 바느질도 잘해주겠다고 하지만, 대길은 그런 설화를 연민의 대상으로만 바라봅니다. 추노질을 그만 둘 결심을 한 대길은 설화를 월악산 짝귀에게 보내려고 하는데, 설화의 마음은 그게 아니죠. 여비를 넉넉히 줄테니 가라고 하는 대길에게 설화는 ‘그 여자(언년이) 때문에 그러는 거야?’라며 대길의 아픈 상처를 건드립니다. 설화가 대길의 사랑을 받기위해서는 어차피 언년이라는 벽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꺼낸 말입니다.

그렇다면 설화는 왜 적극적으로 대길에게 다가가지 못할까요? 사당패를 쫓아다니면서 지냈던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를 대길이가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되돌릴 수 없는 자신의 수치스런 과거 때문에 대길에게 사랑한다는 고백을 하지 못하는 겁니다. 대길을 처음 볼 때는 냉혈한 추노꾼중의 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같이 다니며 지내다보니 대길의 순수함을 보고 반하기 시작한 겁니다. 설화는 대길이가 언년이를 찾기 위해 10년 동안 추노질을 한 것을 알고 있어요. 대길이가 추노질을 그만 두니 이제 설화에게 떠나라고 한 말은 설화에게 대길을 향한 사랑을 포기하라는 말과 같아요.


그럼 종방을 향해가는 ‘지붕킥’ 세경의 외사랑을 볼까요? 세경의 사랑도 설화의 사랑과 아주 비슷합니다. 빚더미에 앉은 아버지 때문에 태백산 첩첩산중에서 지내다가 갑자기 채권자들이 들이닥쳐 그 길로 동생 신애를 데리고 서울로 도망쳐 왔습니다. 아무도 기댈 곳이 없는 서울에서 갖은 고생을 하다가 우연히 순재네 가정부로 들어오게 됐습니다. <추노>에서 설화가 대길패에 합류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죠.

대길이에게 언년이가 있듯이, 시대적 차이만 있을 뿐이지 세경이가 좋아하는 지훈이도 사랑하는 정음이가 있어요. 그 정음이 때문에 세경은 선뜻 지훈에게 다가가지 못했습니다. 세경이가 지훈에게 다가서지 못한 것은 초라한 자신의 입장 때문입니다. 가정부 주제에 어찌 장차 의사가 될 지훈에게 마음을 고백할까 엄두가 나지 않는 겁니다. 이 또한 <추노>에서 설화가 자신의 초라한 과거 때문에 대길에게 고백하지 못하는 상황과 아주 비슷합니다. 그래서 세경은 지훈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고 초라해졌습니다. 그러나 지훈을 위해 밤을 세워가며 사골국을 끓이고, 지훈의 병원을 드나들며 뒷바라지에 소홀함이 없습니다. 세경은 가정부로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 지훈을 위해 사골국을 끓여왔던 것입니다.


이미 많은 스포에서 나왔듯이 지훈을 향한 세경의 사랑은 불발로 끝날 것입니다. 아니 세경으로서는 감히 '넘사벽'인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경은 지훈에 대한 외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경의 슬픈 사랑을 두고 청순 세경이 아니라 청승 떠는 세경이란 비아냥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지붕킥’에서 세경이가 늘 우울모드로 나온 것은 지훈에 대한 사랑과 그 아픔 때문이었습니다. 눈물도 참 많이 흘렸고, 세경을 좋아하는 준혁의 마음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지독한 외사랑입니다.


<추노>에서 대길이가 설화에게 말했습니다. ‘여비는 넉넉히 줄테니까 가라고...’ 그러자 설화가 ‘여비? 내가 오라버니 돈 때문에 따라다닌 줄 알아?’ 그래요. 설화는 돈이 아니라 대길에 대한 사랑 때문에 대길패를 계속 따라다닌 것입니다. ‘지붕킥’의 세경은 지훈과 묵찌빠 놀이를 하며 가까워진 듯 하지만, 초라하기만 자신이 지훈이에게 다가가기는 무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경이가 검정고시를 보기위해 틈나는 대로 공부도 열심히 하는 것입니다. 지훈과의 거리를 조금이라도 좁히기 위해서는 대학에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때까지 지훈이가 기다려 줄까요?

세경은 지훈-정음이 사귀고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지붕킥’ 105회에서 세경이가 지훈의 딱밤을 맞고 정신이 번쩍 드는 듯한 모습을 잠깐 보여주었는데, 이것이 지훈에 대한 외사랑에서 깨어나는 신호가 아닐까요? 세경은 지금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데, 좋은 성적으로 대학에 들어가게 되면 지훈에 대한 짝사랑이 추억으로 남겠죠. 설화와 세경이 모두 이루어질 수 없는 외사랑으로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데, 누가 더 슬픈 외사랑을 하느냐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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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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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 음...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시대를 막론하고볼때 설화인생이 더기구한팔자
    같아요~~ 가족도없이 홀로... 그와중에 대길이를 만나고 외사랑을하는데...
    세경이는 그래도 자기가 지켜줄동생도있고^^ 아무래도 설화가 좀더슬픈사랑??
    제생각은 그렇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