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실이 비담에게 한마디 던집니다. ‘대상을 둘로 나눌 수 있다고 보느냐?’ 비담 왈, ‘어머니! 그럴 수 없습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MBC연기대상은 둘로 나누지 않았습니다. 만약 둘로 나누었다면 아마도 빛바랜 연기대상이 되었을 것입니다. 어제 열린 MBC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선덕여왕>의 고현정이 연기대상을 단독으로 수상했습니다. 시상식 한 달 전부터 고현정, 이요원, 김남주 세 사람을 두고 누가 연기대상을 탈 것인지에 대해 예측기사가 참 많이 쏟아졌습니다. 우열을 가릴 수 없다고 했지만 사실 <선덕여왕> 미실 고현정의 연기 포스를 다른 후보들이 따르지 못한다는 것이 중론이었습니다.

고현정의 시상식 참여 여부도 참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그녀의 시상식 참여가 곧 연기대상 수상이기 때문입니다. 언론에서는 그녀가 공동수상이라면 시상식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상한 보도도 있었습니다. 이런 기사까지 나온 것은 그만큼 고현정의 대상 단독 수상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입니다.


MBC연기대상 시상식 방송이 시작되자, 카메라는 고현정의 일거수 일투족을 중간 중간 화면에 담았습니다. 그녀의 시상식 참여는 연말 방송 3사 시상식의 최대 이슈였습니다. 왜냐하면 고현정은 1995년 <모래시계>이후 15년 만에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이혼의 아픔을 겪은 후 다시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지만 시상식에서 고현정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선덕여왕>이 종영된 지 얼마되지 않아서 그런가요? 아니면 비담 김남길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어서 그런가요? 객석에 앉아있는 고현정은 마치 미실이 살아 돌아와 앉아 있는 듯 카리스마가 여전했습니다.

<선덕여왕>의 여배우를 캐스팅할 때 고현정은 덕만역을 맡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고현정은  막상 미실역을 맡게된 후 살짝 실망도 했지만 왠지 미실 연기를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나 봅니다. 그런 자신감 때문이었을까요? 고현정은 미실역으로 수많은 어록과 명품 표정연기로 단숨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특히 눈썹을 위 아래로 흔들며 신라 황실을 주무르던 특유의 카리스마는 많은 시청자들을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선덕여왕>이 40%대 시청률을 오르내리며 국민사극으로 인정받은 것은 고현정의 힘이 가장 컸던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입니다.


물론 타이틀롤 이요원, 천명공주 박예진, 유신 엄태웅, 비담 김남길 등 많은 배우들이 모두 제 역할을 다해주었습니다. 특히 이요원은 종영까지 선덕여왕으로 흔들리지 않은 여왕의 포스를 보여주며 고현정과 가장 강력한 대상 라이벌로 주목받았으나 고현정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고현정이 맡은 미실은 악역이었지만 미워할 수 없는 악역, 미실 캐릭터를 좋아하게 만들었습니다. 드라마 사상 악역을 좋아하게 만든 힘은 고현정의 연기력이며,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보적인 연기 캐릭터였습니다.

시청자들은 <선덕여왕>이 있어서 월, 화가 즐겁고 설레었습니다. 미실의 카리스마를 보고 싶어 일찍 귀가했습니다. 고현정은 지난 1995년 <모래시계>이후 <선덕여왕>을 제 2의 귀가시계로 만들었습니다. 어제 시상식에서 <선덕여왕>은 80%가 넘는 압도적 지지로 ‘올해의 드라마’로도 선정됐습니다. 연기대상을 두고 경쟁을 벌였던 <내조의 여왕>은 <탐나는도다>에도 미치지 못하는 3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런 압도적 인기를 얻은 드라마 주연이 당연히 대상을 받아야 하겠지요. <선덕여왕>은 고현정의 연기대상을 포함해 11개부문에서 14명의 수상자를 낼 정도로 올해 MBC연기대상을 휩쓸었습니다.


연기대상 후보였던 이요원, 김남주는 대상 발표 직전에 최우수 연기상을 공동수상함으로써 고현정의 대상은 발표전 기정사실화됐습니다. 물론 사회자 이휘재가 최우수연기상을 받았어도 연기대상을 또 수상할 수 있다고 했지만 김이 새버린 연기대상에 긴장감을 불어넣어주려는 맨트였습니다. 고현정은 대상 수상후 “제가 진짜 속을 많이 썩여드렸고 화도 많이 냈다. 미실이 진짜 내게 왔던 순간도 있었던 것 같다. 처음 하는 사극이었는데 이렇게 좋은 상 주시고 드레스도 입을 수 있는 기회도 주셔서 감사 드린다"며 짧은 수상 소감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휘재가 소감을 더 말하라고 하며 아이들 얘기를 꺼내자 고현정은 눈물을 쏟을 것 같았습니다. 이런 큰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고 이휘재가 아이들 얘기를 꺼낸 건가요? 이휘재는 어제 객석에서 인터뷰중 깐족거리다 고현정에게 '표정이 맘에 안들어요. 미친거 아니에요?'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물론 이 말은 '개콘'의 안영미 흉내를 낸 것인데, 그것도 모르고 이휘재는 갑자기 당황하며 어리둥절해 시청자들이 고현정을 이상하게 보게 만들었습니다.


사실은 이휘재에게 고현정이 농담을 한 것입니다. 이휘재는 "고현정과 문자를 주고 받을만큼 친한 사이다. 맞죠 누나"라며 시청자들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시상식장은 일순간 찬물을 끼얹은듯 썰렁해졌습니다. 그리고 수상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도 아이들 문제는 고현정의 아킬레스건인데, 좋은 자리에서 왜 이휘재가 개인적인 아픔을 끌어내려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끝까지 아이들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은데, 간신히 ‘아이들이 보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더 이상 수상소감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웃고 있었지만 무언가 아픔이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하늘이 두 쪽 나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것 같은 고현정의 포스는 시상식 무대에서도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첫 사극 출연이지만 고현정은 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미실을 강렬하게 연기해서 올해 완벽하게 재기했습니다. 이런 여세를 몰아 2010년에도 드라마 <대물>에 출연할 예정이라 고현정의 연기를 안방극장에서 계속 볼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서 미실 고현정의 인기는 2010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Posted by 카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