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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비평

비빔밥 비판, 편협한 문화우월주의 발상이다

by 카푸리 2009.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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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예능 프로 <무한도전>이 뉴욕타임즈에 비빔밥 광고를 게재했습니다. 이 광고는 '오늘 점심 비빔밥 어때요?'(How about Bibimbap for lunch today?)라는 제목으로 먹음직스러운 비빔밥 사진과 함께 비빔밥에 관한 설명, 뉴욕 맨해튼의 한국 음식점을 소개하는 컬러 화보 형식이며, 우리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게재한 것입니다. 물론 이 비빔밥 광고 하나가 얼마나 한식의 세계화에 기여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전통 음식 김치를 세계인들은 일본의 기무치로 알고 있을 정도로 비빔밥, 김치, 불고기 등 우리 음식을 알리는데 조금이라고 기여하기 위해 ‘무도’ 제작진이 게재한 것입니다.

‘무도’ 제작진은 식객 특집편 제작을 하면서 뉴욕시내 한식당에서 맴버들이 직접 한식을 만들어 뉴요커들의 입맛을 테스트했습니다. 테스트 결과 뉴요커들에게 갈비, 비빔밥 등 우리 한식은 낯선 나라의 음식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입맛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김태호PD는 뉴욕 촬영시 느꼈던 아쉬움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한식을 어떻게 하면 적극적으로 알릴까 고심하다가 신문광고 방법을 떠올렸습니다. 김장훈이 NYT지에 독도광고를 했던 것처럼 우리 한식 광고를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광고비는 뉴욕촬영시 남긴 제작비와 올림픽대로 가요제 음반 판매 수익금으로 서경덕교수(김장훈의 독도광고를 기획)의 도움을 받아 비빔밥 광고를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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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비빔밥 광고를 두고 일본 산케이신문의 구로다 가쓰히로(68세)지국장이 비빔밥을 비하해 한국인들의 자존심을 건드렸습니다. 30년 가까이 한국에서 지낸 특파원이라면 비빔밥에 대해 잘 알텐데, 작심한 듯 비빔밥을 깎아내렸습니다. 그가 한국에서 30년동안 지내며 먹은 음식은 한국 음식 아니었나요? 그가 비판한 요지는 비빔밥은 처음에는 보기 좋지만 숟가락으로 비비면서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정체불명의 음식을 먹게 된다“며 이를 양두구육(羊頭狗肉)에 비유했습니다. 양두구육이란 말 자체가 거부감이 드는 말인데, 이 말을 비빔밥에 비유했다는 것은 한국인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말입니다.

나라마다 독특한 음식문화가 있습니다. 우리는 음식을 먹을 때 젓가락을 사용하지만 인도처럼 손으로 먹는 나라도 있습니다. 각국의 전통과 관습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음식문화를 두고 자기 나라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유아적 발상입니다. 구로다 지국장이 말한 대로 일본은 음식의 모양을 중시하기 때문에 우리 비빔밥처럼 뒤섞어서 먹지 않습니다.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 모양을 유지합니다. 그래서 음식의 최초 모양이 사라진 비빔밥을 보고 이상하게 느낄지 모릅니다. 그러나 한 나라의 음식 문화를 자기 나라의 기준과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지나친 문화 우월주의적 발상입니다.

비빔밥은 마이클 잭슨이 ‘최고의 음식’으로 극찬하며 좋아했던 음식입니다. 요즘은 기내식으로 외국인들에게도 꽤 인기가 있을 정도로 국제적으로 리 알려진 음식입니다. 일본 거래처 사람들이 서울에 올 때 갈비, 비빔밥 등 우리나라 전통음식을 찾기 때문에 필자는 일부러 한정식집을 찾아 예약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구로다씨는 서울에서 30년간 특파원 생활을 했으면서도 한국의 비빔밥 문화도 제대로 모른 채 한국 뉴스를 전했다니 송고된 기사 수준을 알겠습니다. 언론사 특파원이라면 가장 먼저 해당 국가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한데, 30년 동안 무엇을 했길래 비빔밥을 가지고 쉰소리를 해댔는지 모르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김치를 가져다 '기무치'란 이름으로 마치 자기 나라의 음식인양 수출까지 하는 일본의 한국음식 베끼기는 어떤가요? 이런 것을 두고 '양두구육'이라 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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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구로다씨에게 묻고 싶습니다. 날생선을 회를 떠서 먹는 일본의 음식문화는 미개인의 문화 아닌가요? 불이 발견되기 전에야 할 수 없이 날 것을 먹었다지만 불을 발견한 후 생선과 고기를 모두 익혀먹는 문화로 발달했습니다. 스시가 미국에 처음 소개됐을 때 미국인들은 일본에 대해 생선을 날 것으로 먹는 ‘야만’이라고 했습니다. 각국의 문화적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남의 나라 음식을 폄하하는 것은 우리 비빔밥에 대한 시기와 질투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무한도전의 NYT 신문광고로 미국 뉴요커들이 우리 비빔밥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자, 혹시 부러워서 그런 기사를 쓴 것인가요?

무한도전의 한식 알리기는 NYT지에 비빔밥 광고 한번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비빔밥에 이어 불고기, 막걸리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 음식에 대한 광고를 계속 게재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되면 구로다씨가 불고기, 막걸리를 또 어떻게 평가할 지 궁금합니다. 이왕 구로다씨가 비빔밥을 양두구육이라 비판한 마당에 뉴욕타임즈에 비빔밥 광고를 위한 대대적인 모금운동이 전개돼 비빔밥 뿐만 아니라 우리의 한식을 미국인들에게 알리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유재석 등 맴버들은 지난번 비빔밥 광고가 무한도전팀이 혼자 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과 함께 제작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구로다씨의 망언에 대한 반박 차원에서라도 광고비 모금을 통해 더 멋진 비빔밥 광고를 하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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