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예가비평

1박2일, 이수근 ‘혹한기 사나이’가 되다

by 카푸리 2009. 12. 14.
반응형
군대생활 할 때 겨울 아침의 기상나팔 소리는 정말 듣기 싫습니다. 딱 1분만 더 자고 싶지만 한겨울 추위 속에 연병장으로 아침 점호를 받으러 가는 일이 죽기보다 싫었던 것이 남자들의 군대생활 추억의 한 자락입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싫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매년 겨울에 받던 혹한기훈련입니다. 군대생활 중 가장 힘들고 하기 싫은 훈련이 바로 혹한기훈련 아닐까요? <1박2일> 맴버들이 제 3회 혹한기 캠프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미워할 수 없는 앞잡이 이수근이 '혹한기 사나이'가 되었습니다. 강호동 등 맴버들이 이수근을 몰래카메라 희생양으로 만들면서 첫 번째 혹한기 사나이가 된 것입니다.

겨울은 <1박2일> 맴버들은 괴롭고 시청자들에게는 즐거운 계절입니다. 리얼 야생을 표방하는 <1박2일> 제작진들이 가장 기다려왔던 계절이기도 합니다. 올해 혹한기 캠프는 예년과는 달리 상상을 초월합니다. 전기도 안 들어오고,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지역입니다. 그리고 전쟁이 일어나도 모를 정도의 첩첩산중 오지에서 맴버들의 겨울 캠프가 시작되었습니다. 겨울 캠프의 시작은 뜬금없이 기습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오프닝을 하던중 나영석PD가 군대생활 할 때 많이 했던 '선착순'으로 첫 번째 혹한기 캠프 입소자를 가려냈는데 바로 은지원입니다. 눈치 없이 꼴찌를 한 은지원은 드라마 <모래시계> 마지막 장면에서 최민수가 사형장으로 끌려가던 그 표정으로 스태프들에게 혹한기 캠프로 끌려갔습니다.


은지원은 첫번째 혹한기 캠프 입소자가 된 것도 억울한데 몰래카메라까지 당합니다. 캠프로 들어가기 전에 은지원은 맴버들에게 마지막으로 통화를 합니다. 더 이상 들어가면 핸드폰 통화도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전화를 받은 강호동은 은지원 혼자 혹한기 캠프로 끌려가는 것이 안쓰럽다며 은지원이 맴버 한 사람을 지명하면 캠프에 함께 입소한다며 은지원을 잔뜩 들뜨게 했습니다. 은지원은 그래도 캠프가 외롭지 않겠구나 하고 한 명을 마음속에 정해두고(이수근) 선택을 하려 합니다. 강호동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가고 숫자가 2에서 1로 넘어오고 은지원이 이름을 부르려는 순간 그만 강호동의 전화가 뚝 끊어집니다. 강호동의 몰카였습니다. 대마왕 강호동에게 눈치 빠른 은지원이 완전히 당한 것입니다.

요즘 <1박2일> 맴버들의 눈치 싸움이 갈수록 치열합니다. 촬영할 때 조금이라도 넋을 놓고 있다가는 언제 맴버들에게 코가 베일지 모릅니다. 제작진은 맴버들의 이런 잔머리를 국가대표급이라고 합니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누가 당할지 모릅니다. 은지원이 먼저 혹한기 캠프에 입소한 후 남은 다섯명이 복불복 게임으로 한 사람씩 계속 캠프에 입소합니다. 은지원이야 멋 모르고 첫 번째 입소자가 됐지만 가장 억울하고 아쉬운 사람은 바로 이승기입니다. 이승기는 혹한기 초미니 복불복 1탄, 공기밥 뽑기에서 빈 밥공기를 선택해 먹음직스런 두부전골 한 상을 코 앞에 두고 밥 한숟가락 뜨지 못하고 혹한기 캠프로 끌려나갔습니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데, 이승기는 두부전골 밥상이 날라가 버렸습니다.


혹한기 복불복 2탄은 '3.6.9게임'으로 MC몽이 당첨됐는데 이렇게 되면 섭섭당은 전멸입니다. OB팀은 느긋하게 뜨끈 뜨끈한 방에서 오침도 즐기지만 오래 가지 않습니다. 다음 초미니 볼불복은 구구단 게임으로 강호동이 탈락하고, 김C와 이수근이 가위바위보로 김C가 탈락해 이수근이 최종 승리자입니다. 그런데 혹한기 복불복에서 1등을 한 이수근은 이것이 불행의 씨앗인줄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먼저 탈락해 혹한기 캠프에 입소한 강호동 등 맴버들이 이수근에 대한 몰래카메라를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이수근이 알 리가 없습니다. 이수근은 마지막으로 김C가 캠프로 떠나는 것을 보면서 혼자 남은 것이 웬지 불안하게 느껴졌습니다. 앞으로 일어날 몰카의 비극을 예감한 것인가요?

마지막 남은 이수근도 30분 뒤 결국 혹한기 캠프로 끌려갑니다. 그런데 먼저 입소한 맴버들은 이수근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영석PD까지 합세해서 이미 완벽한 몰카 시나리오까지 짜놓고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수근이 맨 마지막으로 혹한기 캠프로 들어오자, 강호동과 맴버들은 미리 짜놓은 몰카 함정에 이수근을 빠뜨리기 위해 완벽한 연기를 시작합니다. 이수근은 라면을 걸고 하는 복불복 게임으로 생각하고 게임에 임했지만 이미 등목이 결정된 상황입니다. 맴버들은 이수근이 세 번째 서 있도록 유도해 서 있는 순서대로 사다리를 찍게 했는데, 이 순서는 '등목'을 결정한 순서였습니다. 이수근은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운 혹한기 캠프에서 기세좋게 살을 에이는 찬물로 등목을 했습니다.


사실 맴버들이 짜놓은 몰카는 여기까지였습니다. 그런데 이수근은 라면 20개를 걸고 고무다라에 받아놓은 물 속에 몸까지 담그는 반신욕 복불복을 제안합니다. 이미 맴버들은 이수근을 따돌린 상태인데, 이수근은 이를 알 턱이 없습니다. 맴버들은 이수근의 복볼복 추가 도전이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이수근이 스로 무덤을 파며 들어오는데, 즐겁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찬물 반신욕도 이수근이 걸려들까요?


두 번째 복불복에서는 이수근이 4번째로 서 있었는데, 맴버들은 이 순서대로 또 사다리 순서를 정합니다. 제작진은 4번이 복불복에 당첨되도록 사다리를 사전에 조작합니다. 맴버들과 제작진이 합세한 완벽한 이수근 속이기 몰카의 연속입니다. 이수근은 또 다시 찬물속에 들어가야 할 운명을 맞았습니다. 이수근만 모르고 전국의 시청자들이 다 알고 있는 기막힌 상황입니다. 이수근이 찬물에 들어가자, 강호동이 그제서야 지금까지 몰래카메라였다고 합니다. 이수근이 허탈하고 억울한 표정을 짓지만 이미 찬물에 몸을 담근 상태입니다. 맴버들은 이수근 앞에서 보란 듯이 '연기가 제일 쉬웠다'며 이수근을 놀려댑니다.

이수근은 아무것도 모른 채 혹한기 캠프에 들어왔으니 라면이라도 얻어야 하지 않겠냐며 복불복을 계속했던 것입니다. 이런 자세야 말로 이수근을 진정한 '혹한기 사나이'로 만든 정신이 아닌가 합니다. 한낮에 서리가 있을 정도로 추운 곳, 오후 3시만 되면 해가 지는 곳에서 맴버들이 벌이는 처절한 추위와의 싸움은 이제 시작입니다. 그 추위와의 싸움에서 이수근이 가장 먼저 혹한기 사나이로 등극했습니다. ‘추위야 올테면 와라, 난 추위에 굴복하지 않는다’ 이수근에게는 이 겨울이 두렵지 않습니다. 몰카인 줄도 모르고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 멋진 혹한기 사나이 모습을 보여준 이수근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두번째 '몰카'는 이수근에게 할 것 아니라 다른 사람이 걸려 들었다면 반전 효과로 훨씬 더 재미가 있었이 않았을까요? 두번씩이나 당한 이수근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반응인데, 제작진이 아무리 리얼을 강조하지만 이런 점은 조금 생각해서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두 번씩이나 혹한의 추위를 이겨낸 이수근씨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