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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리뷰

선덕여왕, 바보가 된 계백장군

by 카푸리 2009.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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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사극이라는 <선덕여왕>이 미실의 자결 이후 시청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드라마가 종방을 향할 수록 보통 시청률이 올라가야 하는데, <선덕여왕>은 반대입니다. 그렇다면 <선덕여왕>의 인기는 미실 고현정의 인기였나요? 필자는 고현정의 연기력을 인정하지만 그녀 하차때문에 선덕여왕의 인기가 떨어졌다고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럼 왜 시청률이 하락할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번주 계백장군을 바보로 만드는 등 지나친 설정 오류도 시청률 하락 원인의 하나로 생각됩니다.

어제 계백장군은 유신군의 함정에 빠졌습니다. 57회에서 붉은투구 작전으로 신라군을 혼비백산하게 해놓았는데, 유신이 나타나자 하루만에 당나라 군대 저리가라 할 정도로 오합지졸 모습입니다. 작가진으로서는 유신을 영웅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 희생양을 계백으로 잡은 것 같습니다. 계백은 유신과 월야에 의해 포위된 채 꼼짝 못하고 당하고 말았습니다. 유신과 계백 모두 역사속에 나타난 위대한 장군이지만 작가에 의해 영웅과 바보로 극명한 차이가 나고 말았습니다. 작가의 힘은 참 대단합니다.


어제 유신과 계백의 대결 장면은 난국에 처한 신라를 구하기 위한 유신의 활약상을  부각시키기 위해 이미 예고된 장면이었습니다. 계백은 전투중에 빨간투구를 벗은 채 기세좋게 유신을 직접 상대하겠다고 했는데, 모양 빠지게 처음부터 칼이 부러지고 맙니다. 이는 제작진이 처음부터 계백은 유신에게 패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 것입니다. 장군의 칼이 부러진다는 것은 '패배'를 의미하는 거 아닌가요?

많은 시청자들이 지적한 대로 유신과 계백은 꼬마들의 병정놀이처럼 손발이 오그라드는 칼싸움을 계속합니다. 유신군에 계속 밀리던 계백은 퇴각 명령을 내립니다. 전투신이 작가와 유신이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느껴졌습니다. 제작비 때문이겠지만 신라 백제 모두 50명도 채 안되는 병정들이 대군 흉내를 내며 싸우느라 고생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이런 허접한 전투신속에 계백장군을 바보로 만드는 것은 역사속의 계백을 두 번 죽이는 것과 같습니다. 계백은 이렇게 무기력한 장수가 아니었습니다.


역사적으로 계백은 황산벌 전투(660년)에서 패배하며 전사했지만 5천 병력으로 김유신이 이끄는 5만 신라군과 싸워 여러 차례 승리를 거둔 장군입니다.
계백은 가족을 죽이고 비장한 각오로 황산벌에서 신라군과 싸우다 장렬히 산화했습니다. 김유신은 계백과의 싸움에서 여러 차례 패배를 했는데, 어제 첫 전투부터 김유신이 승리하는 것으로 나오니 설정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종영을 앞두고 유신을 부각시키려 한 제작진의 고충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계백을 바보로 만드는 것은 <선덕여왕>을 시청하는 청소년들이 계백에 대해 찌질이 장군으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신만큼 백제의 계백장군도 훌륭한 장군이기 때문입니다.


사극에서 전투신은 많은 엑스트라와 장비가 동원되기 때문에 통제도 어렵고, 원하는 장면을 만들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종영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상황에서 <선덕여왕>은 거의 생방송 체제를 방불케할 만큼 힘들게 방송되고 있기때문에 훌륭한 전투장면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지 모릅니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신라와 백제의 전투장면을 보고 '손발이 오그라든다', '차라리 CG를 써라'는 등 비판이 많은 것입니다. 제작비와 방송스케즐 문제로 방대한 스케일로 전투신으 촬영하기 어렵다 해도 유신에 의해 계백을 바보로 만드는 것은 유신을 영웅화시키기 위해 계백을 지나치게 바보로 만드는게 아닌가요?

앞으로 4회가 남은 상황에서 계백이 출연할 분량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비담의 난'으로 마무리가 된다면 계백은 유신에 의해 바보장군이 된 채 끝날지 모르겠네요. 이렇게되면 <선덕여왕> 작가진에 의해 유신은 영웅, 계백은 바보가 되니 역사속의 계백장군은 참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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