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선덕여왕> 미실의 죽음이 아직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네요. 태어나서 죽음이란 것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미실을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죽음’하면 어둡고 슬프고 음침한데, 미실의 죽음은 슬프면서도 왜 그리도 찬란히 빛나 보이는지요? 악역이지만 미실의 죽음을 두고 많은 시청자들이 눈물을 쏟았다고 하는 것을 보면 고현정의 연기력도 일품이지만 미실 새주가 진정한 신라의 주인이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어제 <선덕여왕> 50부 미실의 죽음편은 그동안 잘못 비춰진 미실에 대한 재조명이었다고 할 수 있어요. 미실이 온몸을 다 바쳐 신라를 사랑하고 아껴온 마음을 알게 됐으니까요. 미실의 죽음에 대해서 많은 포스팅이 나올 것 같은데, 그래서 필자는 미실이 왜 신라의 주인이었는지를 한번 생각해 보려 합니다. 이것은 미실이 죽음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알려준 것이죠.

덕만측의 추격을 피해 대야성으로 피신한 미실은 설원공, 미생, 세종 등과 함께 지방 귀족들의 세력을 규합해 다시 서라벌로 진군할 힘을 비축하려 합니다. 그러나 비담을 만난 뒤부터 미실은 정신줄을 조금 놓은 듯한 모습도 보입니다. 곧 죽게 될 미실의 죽음을 암시하는 거죠. 덕만측에서 월야가 전선의 병력을 동원해 대야성을 공격하자고 했지만 덕만은 전선의 병력은 절대 안된다고 하지요. 미실측의 세종공 역시 백제 국경 부근의 병력을 동원해 덕만측의 공세를 막아야 한다고 하지만 미실은 단호하게 ‘불가하다’고 합니다. 미실은 전선에서 힘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은 곧 신국이 무너지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내전을 위해 국경 병력을 동원할 수 없다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왜 1979년 故 박정희대통령 시해사건때 신군부가 전방의 병력을 빼내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 생각나는지 모르겠어요. 얘기가 옆으로 새나가려고 하네요. 미실은 정변을 일으켰지만 그래도 신국의 안위를 위해 국경선 병력을 동원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할 때 과연 그릇이 참 크다고 생각했어요. 그동안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미실이 다시 서라벌로 들어가 황실을 장악하기 위해 전선의 병력을 잠시 빼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미실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미실측이 대야성을 방어하고, 덕만측은 공격하려는 전술을 짜느라 고심하던 중 덕만이 미실에게 합종을 제의하지요. 덕만은 나라를 통치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인재가 필요했고, 그중에서도 미실을 가장 큰 인재로 생각했어요. 서라벌에 미실만한 인물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니까요. 미실과 회담중 덕만은 미실에게 개국에 실패했기 때문에 신국의 주인이 될 방법이 없다고 했지요. 미실은 덕만의 말을 듣고 처음에는 조금 가소롭다는 듯이 “이 미실은 결코 주인이 될 수 없습니까? 하고 되묻습니다.


이에 덕만은 ‘대신국의 주인이 될 방법은 없다’고 딱 잘라 말하죠. 그러자 미실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쏟아내며 울부짖습니다. 미실의 이 말을 듣는 순간 소름이 끼치기도 하고 왠지 모를 슬픔이 밀려왔습니다. 이는 그동안 신국을 위해 열심히 일해 왔는데, 왜 알아주지 않느냐고 미실이 죽음을 앞두고 억울하다고 투정을 부리는 듯 했어요. 그러나 그 투정 속에는 왠지 모를 슬픔이 짙게 깔려 있었어요. 죽음의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우기 시작해서 그런거겠죠.

"정천군, 도살성, 한다사군, 속함성... 이곳이 어딘 줄 아느냐? 이 미실의 피가 뿌려진 곳이다.
이 미실의 사랑하는 전우와 낭도들과 병사들... 시신도 수습하지 못한 채 묻은 곳이다. 그게 신라다.
진흥대제와 내가 이루어낸 신국의 국경이다. 주인? 대신국?“


합종을 두고 벌인 회담은 미실측의 거절로 결렬됐지요. 미실의 말을 들으니 신국의 진정한 주인은 미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덕만은 미실과 회담후 유신, 월야등과 회의를 할 때 ‘미실에게서 왕을 봤어, 진정한 왕을’ 하고 말하며 미실을 진정한 신라의 주인으로 인정했습니다. 사실 덕만은 그동안 정치력이 없었기 때문에 미실에게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덕만이 미실에게 ‘합종’을 제의한 것도 내전을 피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미실의 머리를 빌려 신국을 통치하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죠. 아직 덕만이 미실의 정치력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드러낸 것입니다.

합종을 목적으로 한 회담이 결렬되자 덕만은 본격적으로 내전을 준비합니다. 이 와중에 속함성의 미실측 정예병력 2만여명이 대야성을 향해 진격해오고 있었는데, 백제 국경 근처 병력이라 미실은 다시 회군하도록 명령했습니다. 설원랑과 세종 등이 회군에 반대했지만 미실은 단호했어요. 미실은 덕만과의 싸움에서 졌다고 생각하지만, 전선 병력까지 동원해 신국을 위태롭게 하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미실을 악녀라고 생각했지만 신국을 지키기 위해 40년 이상을 고심해온 ‘충신’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그 충성심이 과해서 황후, 여왕에 대한 욕심으로 번져 충성심이 독이 되고 말았죠. 그러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에 욕심이 없는 사람 있나요? 대소신료들이 백성들의 토지와 쌀을 세금 명목으로 강탈해 배를 불릴 때 미실은 신라의 안위를 걱정하는 큰 지도자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신의 정적은 철저히 제거하는 등 공포정치를 펼쳤지만 대신 자기 사람들은 끝까지 보호해주려는 인간미도 보였습니다.

막다른 골목에 선 장수 입장에서 어제 미실은 부하들을 살리고 혼자 목숨을 버림으로써 찬란히 부서졌습니다. 그 죽음은 미실이 신라의 주인이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었습니다.

Posted by 카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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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실이 아무리 노력해도 왕이 되는 것은 한참 오버한 것 같습니다.
    욕심이 지나치면 망하는 경우가 많지요.
    트랙백 걸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2. 이 기자 쓴 사람이 누구길래 악한 사람이 죽는데 뭐가 아름답다고 하는지 지랄하네

  3. 지랄하네, 죽는 것이 뭐가 아름답다고 미실은 이미 지옥으로 갈 것인데

  4. 저도 어제 굉장히 뜨거워지더군요. 덕만의 화술이 더 좋았으면 어땠을까도 싶었습니다 ^^;;;

  5. 어제는 가슴이 찡하더라구요 .ㅠ.ㅠ

  6. 네 저도 보면서 울었어요....
    요즘 같은 세상이라면 저렇게 능력있는 정치가가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을 수 있었을 텐데 신분제가 대체 뭔지..
    물론 백성을 생각하지 않고 기득권을 먼저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이 시대에 민주주의란 없었을 테니 어느 정치가나 그다지 다르진 않았을테죠.

  7. 지랄하네, 죽는 것이 뭐가 아름답다고 미실은 이미 지옥으로 갈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