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 미실, 비담으로 환생하다

미실은 역시 강했습니다. 그녀는 죽어서까지 꿈을 꾸고 있습니다. 미실의 꿈은 이제 비담이 꾸려하고 있네요. 순한 어린양처럼 보였던 비담이 본격적으로 다크 비담화 돼 가는 거지요. 뭐, 역사에 나온 대로 이제 <선덕여왕>은 덕만이 여왕에 즉위했으니 앞으로 비담이 미실측 세력을 모아 어떻게 난을 일으킬지가 최대의 관심거리로 대두되고 있는 거죠. 미실측 설원공이 미실을 따라 자결하지 않고 미실측 사람들 중 가장 먼저 항복을 하고 나서는 모습을 보고 뭔가 이상하다 했는데, 역시 미실의 유언대로 비담으로 하여금 그 꿈을 이루게 하는데 가장 앞장설 것 같습니다. 덕만이 미실측 설원랑, 미생, 세종, 보종, 하종을 모아놓고 처형하지 않고 살려줄테니 신국을 위해 충성을 다하라고 했을 때 설원랑이 주먹을 불끈 쥐는 것을 봐서는 덕만이 스스로 화를 자초한 것 같습니다. 미실측 잔당은 뿌리를 뽑아야 했지요.

미실은 죽었지만 그 여파는 여전했습니다. 미실이 죽은 후 대야성의 미실측 병력들은 모두 무장해제가 되고, 끝까지 미실의 명을 따르려했던 칠숙과 석품랑은 덕만을 죽이려다 장렬한 최후를 맞이했어요. 그리고 설원공, 세종, 미생 등 미실측 사람들을 처형할 것인지를 두고 유신과 알천, 춘추, 마야부인 등 모두가 반역죄로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했지만 덕만은 이미 미실이 죽었기 때문에 최대한 관용을 베풀기로 합니다. 사람을 얻어 세상을 얻겠다는 것이 덕만공주의 정치 철학이죠. 그런데 이것이 훗날 비담의 난을 일으키게 된 불씨가 될 줄은 덕만공주도 몰랐을 것입니다.

덕만은 어제 51회에서 비담이 미실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비담은 설원랑을 통해 미실이 왜 칙서를 죽을때까지 간직하고 있었는지를 알려주었어요. 미실은 모든 굴욕을 참고 자결을 한 후 자신의 꿈을 비담에게 넘기기 위한 방편으로 칙서를 남긴 것입니다. 즉, 미실은 정변 전에 만에 하나 실패할 경우 비담에게 대의, 즉 공을 세우게 해 후일을 도모하도록 하기 위한 최후 수단으로 칙서를 남긴 것이죠. 이 칙서를 왜 미실이 남겨두었는지에 대해 갖가지 추측이 난무했는데, 어제 설원랑이 비담에 확실히 밝혀주었네요. 그러나 설원랑의 말에 비담은 '어머니의 꿈 뒷수습이나 하라는 것이냐?'며 울부짖었지만 이미 마음은 어머니 미실의 못다한 꿈을 이루기 위한 다크 비담화가 돼가고 있었습니다.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했던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서 목숨을 내주었다는 것을 알게됐고, 진흥제의 칙서를 비담에게 내준다는 것은 버린 아들 비담에게 미실이 자신의 목숨을 내어주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비담을 왕으로 만들려한 것이 바로 미실의 사랑법이 아닐까요?

어제 엔딩 장면에서 유신은 “폐하, 아낌없이 제 모든 것을 드릴 것이옵니다” 라고 했고, 비담은 “폐하, 아낌없이 모든 것을 빼앗겠습니다”라고 했지요. 비담의 이 한마디는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어요. 여기서 미실이 죽을 때 비담에게 한 말이 생각해보세요. “사랑은 아낌없이 빼앗는 것이다. 그게 사랑이야. 덕만을 사랑하거든 그리해야 한다.”, “연모, 대의, 신라... 이 모든 것도 마찬가지다. 이것을 여럿이 나누게 되면 모든 것을 혼란에 빠뜨리고 지킬 수가 없게 된다.” 이 말처럼 비담은 미실의 꿈을 쫓아 철저히 덕만을 사랑하면서 덕만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입니다.

미실은 사다함을 연모하는 마음처럼 신국을 사랑해서 갖고 싶었다고 했지요. 비담은 미실의 뜻대로 신국이 선덕여왕의 것이니, 선덕여왕을 가지면 신국이 자기 것이 된다는 생각을 갖는 것입니다. 비담은 그래서 철저히 선덕여왕을 자기편으로 만들려 할 것입니다. 현재 덕만이 마음에 두고 있는 유신이 가장 큰 적이 될 것이며, 그 외 춘추, 알천과도 등을 지게 될 것입니다. 신라는 오직 하나인데, 이것을 여럿이 나눠 가질 수 없다는 미실의 유언을 미담이 이제 마음에 두기 시작한 겁니다.

그런데 덕만은 비담에게 모든 부서를 감시, 감찰할 수 있는 사량부의 수장으로 임명을 합니다. 여왕의 직속부서로 오늘날의 감사원이나 안기부 같은 곳 아닐까요? 그런데 사량부 조직원으로 미실측 세종, 설원, 미생, 보종, 하종, 염종 등 신라 황실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로 구성했는데, 덕만은 왜 비담을 사량부 수장으로 임명했을까요? 이것은 지난주 비담이 빨간 칙서를 이용해 덕만공주에게 항복하라고 미실을 협박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알수 있죠. 비담은 항복하지 않으면 칙서를 쓰겠다고 했는데, 미실은 비담의 그 말 때문에 항복하고 자결할 결심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덕만은 자신을 위해 어미를 협박한 아들 비담에게 고맙다고 한겁니다. 즉 미실이 자결하도록 마음을 정하는데 비담이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죠.

또한 비담은 누구보다 미실측 사람들의 불안을 잠재우고 덕만공주편에서 미실의 잔당 제거에 일조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중책을 맡긴 것입니다. 그런데 유신과 춘추의 대화에서 나왔듯이 비담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은 유신과 춘추를 견제하려는 목적이 아닐까요? 춘추의 생각대로 이미 덕만은 그 누구도 믿지 않은 채 왕의 길을 가기 시작했어요. 온 마음으로 사람을 품고 사람을 통해 정치를 하리라고 생각했던 덕만이 여왕이 되고난 후 완전히 달라졌어요. 이것은 개기일식을 두고 미실과 한판 승부를 벌일 때 유신, 알천, 비담에게 개기일식이 일어난다는 것을 전혀 알려주지 않은 채 혼자 미실과 두뇌싸움을 벌이던 것과 같이 덕만은 신라의 그 누구도 믿지 않고 고독한 여왕의 길을 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량부 수장에 임명된 비담은 미실측 사람들에게 “이제부터 미실이 아닌 비담을 따라야 한다”고 천명합니다. 이때 비담의 얼굴을 보니 포스가 미실만은 못하지만 마치 작은 미실을 보는 듯 했어요. 요즘 유행하는 말로 "비담이 달라졌어요"를 보는 듯 하네요. 이는 설원랑의 제의를 받아들여 비담이 이제 미실이 못다 이루고 간 꿈을 이어받아 신라의 주인이 되기 위한 길을 가겠다는 것이지요. 바꾸어 말하면 미실은 죽어서까지 비담에게 왕의 길을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어제 진평왕은 덕만공주에게 “삼한의 주인이 되라”는 유언을 남기고 승하했습니다. 진평왕 사후 덕만은 즉위식을 갖고 신국의 첫 여왕으로 등극했습니다. 그러나 선덕여왕 앞에 가로 놓인 미실의 잔재, 그리고 미실이 남겨놓은 꿈으로 인해 선덕여왕은 재위기간 동안 어쩌면 죽은 미실과 계속 싸웠는지 모릅니다. 미실은 죽었지만 비담으로 다시 환생한 듯 앞으로 비담이 선덕여왕을 철저히 자기 사람으로 만들면서 후사를 도모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비담이 무서워지네요. 다크 비담은 이제 미실이 남겨놓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덕만공주를 차지해야 하는데, 덕만공주가 비담에게 마음을 줄지 모르겠어요.

다음주 예고를 보니 사량부 수장으로서 벌써부터 선덕여왕에게 ‘유신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는 것을 보니 신라 황실의 권력 싸움이 본격화될 듯 합니다. 선덕여왕에게 모든 것은 다 주려는 유신과 모든 것을 다 빼앗으려는 비담의 사랑싸움이 결국 권력싸움-비담의 난으로 발전하겠죠. 비담은 자신을 중용한 덕만공주와 스스로 죽어서라도 비담을 왕으로 만들어주고 싶어한 미실 사이에서 처음에는 덕만공주에게 마음이 가는 듯 하다가 이제 미실에게 마음이 돌아선 것이 아닐까요?